여르미 <마흔에 읽는 인문학 필독서50>
인문학을 읽는다는 것은 행복해질 자유를 얻는 것이기도 합니다. -9p, 프롤로그
드라마틱한 한주의 마무리는 인문학이다. 산책에세이를 완결하고 주간일기(?)를 쓸 곳이 없던 차에 드디어 ‘이달의 책’에 도착했다. 물론 피드에 박제하는 책 한 권 한 권이 다 인생책이고 올해의 책이지만, 이달에 출간된 따끈한 신간 <마흔에 읽는 인문학 필독서50>은 일단 책소개책이다.
국내서 아카이빙을 재개한 지난 4년 동안 ‘읽어보지 않았지만 유명한 책’을 비교적 짧은 시간에 몰아서 읽고 책덕후인 본캐를 되찾을 수 있었던 추진력의 바탕에는 바로 이 장르, 책소개책이 있었다. (킬짱 블로그 공지글에 참고한 책소개책의 목차가 있다.) 통합 고전 책소개책과 주로 문학(장편소설)인 민음세문 카탈로그 등을 교차대조하면서 독서계획(사실 쇼핑계획)을 세우는 작업이 때로는 지루하고 막막한 네버엔딩 책 격파를 다독이는 킬링포인트인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목록덕후가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에 손을 대면서 최근 1년은 동시대 한국소설 과몰입 기간이었는데, 덕분에 이번 슈퍼문 노벨상 주간에 의문의 1승을 했지만(?) 한편으로는 경로이탈감이 들었다. 고전 울렁증이 돌아오려고 하는 듯한 불길함.
바로 이 순간, 인친이자 파워블로거이며 다독가인, 인문학 도서 크리에이터 여르미님이 (마치 계시를 내리듯) 인문학 책소개책을 출간한 것이다. 좋아하는, 주력 분야를 다르게 다양하게 읽고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플랫폼에서 각자의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는 공감대를 넘어 ‘어머 이 언니도 이과였어!’라는 급 내적 친말함과 (물론 이 시기에 아침저녁으로 댓글수다가 이어지긴 했다.) 북토크를 앞두고 실물영접에 대한 기대감이 폭풍상승하고 있었다.
북토크에서 만난 여르미님은 그런 설렘을 1000% 현실화하는, 만화를 찢고 나온 듯한 수려함과 에너지의 소유자였다. 퀴즈 선물로 받은 <자기 결정>과 미련이 남아 결국 다 모여 인사를 나누던 인친님들과의 시간까지, 기획 이상의 기쁨을 선사한 자리였다. 그렇게 후기는 리뷰 속의 리뷰가 되고….
여르미 작가가 맞춤추천한 책과 북토크에서 언급한 부분을 소개해본다. 이 책을 통해 관심있던 책, 어려울까봐 망설이던 책과 가까워지고 직접 읽어보는 기쁨, 혹은 독서계획의 설렘을 실컷 즐기는 시간을 가져볼 예정이다. 당연히(?) 책소개책은 완독하지 않아도 되지만 저자가 고르고 골라 선정한 책들인만큼 목차만큼은 여러번 통독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소설 속에서 다른 삶을 실험해 볼 수 있다.
-35p, 자기 결정 Wie Wollen Wir Leben?
인간은 시련이 가져다주는 상황을 변화시킬 수는 없지만 시련에 대한 자신의 태도를 선택할 수는 있다.
-69p, 죽음의 수용소에서
Man’s Search for meaning
톨스토이는 내적으로는 자연적이고 소박한 삶을 원했으나 그를 둘러싼 외적인 삶은 사치와 탐욕으로 가득 차 있었다. -251p, 종교적 경험의 다양성
The Varieties of Religious Experience
우리는 대부분 뭔가 소름 끼칠 만큼 섬뜩한 것을 보고 싶어 한다. -290p, 타인의 고통
Regarding the Pain of Others
자신의 내면을 정리하고 책을 읽는다. 실타래처럼 얽힌 복잡한 생각을 풀어내어 간단한 언어로 정리해 써 본다. 그런 시간 속에서 사람은 성장하게 된다.
-316p, 월든 Walden
MBTI는 소설가 캐서린 쿡 브릭스와 그녀의 딸 이자벨 브릭스 마이어스가 칼 융의 분석심리학 모델을 바탕으로 1944년에 개발한 성격검사다.
-413p, 심리 유형 psychological Types
목록 이상으로 주목할 점은 각 챕터의 구성이다. 소개될 책의 출판사와 저자, 선정 이유, 핵심 키워드, 연관추천책까지 꼭 필요한 정보만 알뜰하게 모아두었다. 등장책 50권 모두 국내에 번역된 책이다. 관련해 덧붙이자면 2000년 이전 고전문학의 최신 목록인 ‘소전 300권’도 모두 활성화된 국내서를 다루고 있다. (킬짱 블로그에 정리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