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온유 외 <2025 제16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성해나의 ’길티 클럽: 호랑이 만지기‘는 무언가에 열광하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이제 문화가 아니라 필수품에 가까워진 ’팬덤‘에 관한 이야기다. 열광과 몰입, 집체적 행동과 소비가 복잡하게 엮인 덕질’에서 자기 투사를 통한 동일화는 언제나 양가적이다. 또 다른 수상작인 이희주의 ‘최애의 아이’에서도 그런 욕망이 매우 극적으로 그려진다. 우상을 소유하기 위해 자기 신체까지 ‘소비’하는 주인공을 통해 자본이 조형하고 있는 ‘인간성’이라는 상품의 섬뜩한 미래를 보여주는 문제작이다. -348p, 심사평(김금희)
강보라의 ‘바우어의 정원’은 오디션장에서 재회한 선후배가 그사이 유사한 상처를 입으며 살아왔음을 알게 돼 위로를 주고받는 이야기다. 결국 선배가 제게 주어진 배역을 포기하는 건 후배를 밀어내고 얻은 기회를 누릴 순 없기 때문이고, 애초 그 기회를 통해 얻고자 한 회복의 동력을 후배(와)의 위로를 통해 이미 얻었기 때문일 것이다. (중략) ‘어떤 어려운 진실은 왜 허구의 틀로(만) 전달되는가.‘
-350p, 심사평(신형철)
북클럽문학동네 에디션으로 2024년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을 만나기 전까지는 수상작가에게 입덕하는 경로가 주로 단행본이었다. 수상작품집의 숨은 매력은 ‘심사평’과 각각의 수상작에 첨부된 ‘작가노트’와 ‘해설’이다. 중복작품이 많아도 이전 수상작품집을 구입하는 건 부록과 희소성 때문이다.
작년 수상작품집 이후로 소급해서 읽거나 구입해 둔 작가들이 많았고 올해 젊은작가상이 발표된 직후 수상작가들의 친숙함에 놀랍고도 반가웠다. 작년 말에 구입해 올 초에 읽은 <소설 보다 겨울 2024>에서 ‘올해의 작가’로 찜해둔 이희주 작가의 수상으로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이 더욱 기다려졌다.
이미 이 작품을 읽어두었기에 수상작품집을 받은 직후에는 ‘길티 클럽; 호랑이 만지기’를 먼저 읽었다. 젊작보다 먼저 완독한 <혼모노>에도 수록된 이 작품은 (예비)기성세대와 더 젊은 세대를 향한 성해나의 시선이 차분하고도 역동적으로 담겨있다.
현호정의 수상작을 읽고, 이전에 계간지로 읽은 다른 작품과 이전 수상작까지 수록된 단행본도 구입했다. (소설집 <한 방울의 내가> 리뷰에 계속) 현호정과 함께 2023년에 이어 재수상한 성혜령은 심사평에서 다른 본심작과 함께 언급될만큼 시그니처가 탄탄하다. 역시 <소설 보다 겨울 2024>를 통해 읽었던 ‘운석’과 젊은작가상 수상작인 ‘원경’은 같은 시기에 선정된 작품들 사이에서 그녀만의 빛으로 주위를 밝힌다.
대상을 포함하여 순서대로 앞부분에 실린 세 분의 작품은 이 책으로 처음 읽게 되었으나 작가의 존재는 익히 알고 있었다. 수상작품집의 진짜 매력은 읽어보지 않은 작가들을 찍먹하는 것인데 최근 독서기록이 젊작에 치중되어 있었으니 작년과 올해 사이에 많은 것이 달라졌다. 아는 맛에서 모르는 맛으로 건너가기가 왜 갑자기 어렵죠.
앞서 읽어둔 작가들과 조금 다른 맛이었으나 내면에 큰 파문을 일으킨 작품은 ’바우어의 정원‘이었다. 마침 강보라 작가의 소설집도 출간되어 미니북을 먼저 구입했는데, 결국 젊작 리뷰를 앞두고서야 그 미니북을 읽고 본편 정주행을 결심했다. (특이사항: 인터뷰어가 전하영 작가) ‘리틀 프라이드’는 좀더 은밀한 방식으로 다가온 작품이다. 서장원의 다른 작품들이 궁금하다.
대상 수상자인 백온유는 장편소설의 표지로 익숙했으나 이제야 이 책을 통해 입문했다. 어떤 작품은 여러 번 읽어야 제대로 보인다는데 이 작품은 그런 작품일 것 같다.
작가는 막연하게 자신이 좋은 소설을 쓰면 독자가 알아볼 것이라는 기대와 믿음을 품는다. 하지만 독자에게 그 소설이 가닿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작가도 열심히 써야겠지만 독자도 열심히 읽어야 한다. 한 편의 소설을 시작으로 어떤 작가의 팬이 되어 그의 다른 소설들도 만나게 되길, 그렇게 연상되고 연계되는 여러 작품과 작가에 닿는 시간이 다양한 문학적 경험으로 확산되기를 기대하고 소망한다.
-369p, 심사평(정용준)
https://brunch.co.kr/@swover/416
링크의 리뷰가 수록된 브런치북에 다른 수상작품집과 수상작가 소설집의 리뷰가 묶여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