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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대 Jun 04. 2022

프리랜서 시대, 셀프 PM이 되자 - (1) PM이란

PM 채용 공고로 보는 프리랜서의 역량

Functional 단위가 아닌 Product 단위로 일을 한다


프리랜서 일을 하다 보면 어느 정도의 PM 역할을 해야 합니다. 이제는 외주 시장에서도 기능 단위로 일부만 구현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Product를 맡게 되는 경향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데이터 관련 일을 하고 있지만 개발 쪽은 물론이고 디자인이나 다른 분야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봅니다.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내가 맡은 Product 개발, 설계"에 대해서는 스스로 가장 잘 알 것입니다, 비즈니스 관점에서 나의 Product를 설명하고 이끌어가야 합니다.


콘텐츠 업계 PM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는데, 가끔은 회사 내에서 Product Manager로 근무할 때보다 이해관계가 더 넓고 복잡하다고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이럴 때마다 프리랜서로 살아남으려면 매니징/비즈니스 역량을 더 끌어올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PM 직무 정의는 프리랜서에게 너무 잘 통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PM이라는 직무가 어떻게 생겨났고 어떤 일을 하는지 의견을 곁들이며 살펴보려 합니다. 


현재 세계 최고의 IT 기업들에서 PM, PO가 활약하고 있고, CPO(제품 총괄)도 여럿 등장하다 보니 더 작은 회사들에서도 이 직무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인터넷 비즈니스가 활성화되면서 단일 기업에서 여러 서비스(제품)를 기획하고 출시하다 보니(아마존을 생각해보면, 안 하는 비즈니스가 없습니다) 이러한 각 제품마다 비즈니스를 이끌어줄 책임자가 필요한 것입니다. 이렇게 제품 단위의 소규모 비즈니스가 많아지고 성장할수록, 프리랜서 외주 시장에서도 단순히 개발이나 분석만 맡기는 것이 아니라 Product를 이끌어주는 역할이 요구됩니다. 따라서 어떤 업을 하든 PM의 덕목을 쌓아간다면 규모가 큰 Product를 맡아보는 경험, 장기적으로 사업 기회까지 생겨날 수 있다고 봅니다. 


프로덕트 매니저는 비즈니스의 고속 성장을 위한 제품 관리자다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과장, 차장, 부장이라는 직급이 리더, 매니저보다 익숙합니다. 연예인 매니저는 알아도 프로덕트 매니저는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는 건지 경험해보지 않으면 알기 어렵습니다. 그래서인지 '잡부'라는 소리도 듣곤 하죠. 프로덕트 매니저는 직역하면 제품 관리자입니다.


보통 통용되는 외래어를 직역하면 어감이 이상한데, 저는 '매니저'라는 단어에 대한 보편적인 인식 때문인지 오히려 제품 관리자가 더 와닿습니다. 회사에서 출시하고자 하는 제품(서비스 혹은 상품)에 대해서 책임과 권한을 가지고 이끌어간다는 의미에서 그렇습니다. 


이때 제품이란 유형의 생산물, 앱 서비스 혹은 영상 콘텐츠일 수도 있습니다. 단, 프로덕트 매니저는 태생부터 고속 성장 비즈니스에 특화된 직군이기 때문에 제품에는 반드시 비즈니스 집단의 이윤 극대화라는 강한 의도가 포함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내가 취미로 앱을 개발한다거나 개인적인 수익 창출을 위해 유튜브를 찍는 경우 앱, 유튜브 콘텐츠라는 제품을 관리하는 것은 맞지만 나를 프로덕트 매니저라 부를 수는 없습니다. 프로덕트 매니저는 오직 비즈니스의 고속 성장을 목표로 합니다.


배고픈 회사에서 PM을 찾는다


프로덕트 매니저의 존재 목적은 비즈니스 집단의 이윤 극대화이며, '기획'이 아닙니다. 물론, 모든 비즈니스 내 직업군은 '이윤 극대화'라는 목표를 위해 생겨났고 회사에 얼마나 많은 돈을 벌어다 주는가가 가장 직접적인 연봉 결정 기준이 됩니다. 하지만 그것이 그 직업의 유일한 존립 목적은 아닐 것입니다.


반면, 프로덕트 매니저(이하 PM)는 '시장의 변화가 너무 빠른 산업군', '자원이 풍부하지 않은 조직', '작년과 같은 성과로는 망하는 조직'에서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성과를 반드시 내야 하는 미션을 가지고 태어났습니다. 바꿔 말하면 오래 자리 잡고 흔들리지 않는 조직이라면 굳이 PM을 둘 필요가 없고, 자원이 풍부하다면 역시 PM을 둘 필요가 없으며 작년만큼만 해도 잘한 것이라면 PM의 자리는 없습니다. PM은 기획하라고 뽑는 인력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배부른 회사보다 배고픈 회사에서 PM을 찾습니다.


프로덕트 매니저는 신호등을 만든다.


대기업이나 오랫동안 산업에서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중견기업에 비해 투자, M&A를 목표로 매년 버텨가는 스타트업에서 PM들이 생겨나는 이유를 생각해보세요. 스타트업은 상대적으로(규모만 생각해봐도) 인력 1명이 회사와 비즈니스에 미치는 영향력이 엄청납니다. 그 소중한 자리를 굳이 최고의 기획자, 최고의 개발자가 아닌 직무 역할도 정의하기 애매한 PM으로 채우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일까요?


만약 '책임질 사람이 필요해서'라고 생각한 분이 있다면, 아마도 지금 회사의 팀장이나 관리직에 있는 스스로를 떠올렸을 것입니다. 반대로 '오너십을 가지고 일할 책임감을 만들어주려고'라고 생각했다면, 여러 채용 공고를 분석하며 취업을 준비 중인 사람일 확률이 큽니다.(실제로 인력이 부족한 많은 스타트업에서 PM을 미니 CEO 같은 워딩으로 칭하며 열정 가득한 구직자를 유혹합니다.)


PM을 뽑는 이유는 하나입니다. 바로 교통 정리입니다. 집 앞의 사거리를 떠올려봅시다. 만약 이 사거리에 신호등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요?


무질서로 인해 온갖 시끄러운 경적소리가 들리고 차들이 뒤섞여 난장판이 될 것입니다. 스타트업은 변화도 빠르고 언제든 피봇 할 준비가 되어 있으며 의사결정과 제품 출시 등 모든 면에서 상대적으로 속도가 빠릅니다. 뛰어난 개발자를 뽑는다고 해결되지 않습니다.


뛰어난 개발자, 뛰어난 디자이너를 각각 람보르기니와 마세라티라고 해볼게요. 아무리 대단한 엔진을 가지고 있어도 뒤섞인 차들을 들이박으며 뚫고 갈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람보르기니도 마세라티도 신호등 없는 사거리에서는 무용지물입니다.


PM을 굳이 채용하는 이유는 이처럼 무질서한 사거리에 신호등을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신호등을 만들고 교통을 정리해서 람보르기니가 쌩쌩 달릴 수 있게 하는 것이 임무입니다. 제품 관리자라 해서 누군가를 관리한다거나 우위에 있다는 이상한 오해는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또 제품에 지나치게 집착하지 않아야 합니다. 작고 소중한 제품에 오너십을 가지고 진정성 있게 사랑하라고 PM을 둔 것도 아닙니다. 기획에 지나친 애착을 가져선 안됩니다. 모두가 박수 쳐주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기획을 해내기 위해 PM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


프로덕트 매니저는 기획 전문가가 아니다


PM은 담당한 프로덕트에 대해 비즈니스 집단의 효율을 높여 이윤을 극대화하는 사람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품(프로덕트)을 누구보다 잘 알아야 하며

제품을 함께 만드는 동료들을 누구보다 잘 이해해야 하며

타겟 시장에 대해 누구보다 잘 파악해야 합니다. 


PM마다, 부서마다, 회사마다 맡은 업무가 기획적인 부분에 집중되어 있거나, UX/UI 기획에 집중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PM을 기획 전문가(기획자)라 할 수는 없습니다. 혹, 기획자에 대해 궁금하다면 대형 광고 회사에서 잘 나가는 광고기획자나 대형 IT 플랫폼 회사의 서비스 기획자를 떠올려보거나 검색해서 찾아보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시장 조사부터 시작해 기획을 백지부터 직접 하기도 하고 (IT 서비스라면) 프로덕트 설계와 개발 구조를 뜯어보기도 하고 (영상 콘텐츠라면) 촬영 현장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합니다. 출시, 납기일을 맞추기 위해 내부 개발자, 마케터, 혹은 디자이너와 고군분투하고 출시 이후에도 데이터를 보면서 담당자들과 피드백 과정을 이어갑니다.



프로덕트 매니저는 제품에 대한 최고의 전문가다


PM 채용 공고를 통해 1인 기업가, 프리랜서가 가야 할 방향을 엿볼 수 있습니다. 공고를 보면 python이나 sql로 데이터 분석 가능한 사람, aws 등 클라우드 서비스에 대한 이해, 제품과 시장에 대한 관심, 뛰어난 커뮤니케이션 역량, 도메인 경험 등 기준과 맥락 없이 나열된 것 같고, 개발도 하고 마케팅도 알고 뭐 이것저것 다 잘하는 사람을 뽑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PM 역할을 이해하지 못해 생기는 오해입니다. PM은 담당 프로덕트(서비스, 콘텐츠 등)에서만큼은 최고의 전문가입니다. 본인이 기획한 프로덕트니 본인이 가장 잘 알 것이고, 본인이 가장 잘 알기 때문에 UX는 어떻고 UI는 어떻고, 서드파티는 뭘 사용해야 좋을 것 같고, 마케팅은 어떤 식으로 해야 유저들이 반응할 것 같고, 어떤 데이터를 어떤 페이지에서 받아야 우리가 피드백을 할 수 있을지 알 수 있습니다. 이것저것 다 잘하는 사람을 뽑는 게 아니라 제품 전문가로서 기획부터 출시까지 프로덕트와 구성원을 이끌어갈 사람을 뽑는 것입니다.


프리랜서라는 업에 비추어 보면, 결국 내 제품과 내 역할, 그리고 내가 제공할 서비스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는 프리랜서가 시장에서 가장 오래 살아남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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