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 트레이딩

기관 vs 개인

개인에게 알고리즘 트레이딩이 얼마나 큰 효용이 있는가? 하면 무지성 충동 매매로 인한 최소한의 심리적 편향을 제거하는 수준이지, 돈복사기라는 생각은 대단한 오만이다. 좀 더 큰 볼륨에서 생각해 보면 확률적 우위에 베팅하는 알고리즘 트레이딩은 항시 포지션을 들고 있어야 하며, 그 포지션이 개인으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수준의 자본이라 항상 헷징을 해야 한다. 그러니 기대수익이 양수라면 그것이 1%~1.5%라도 포트폴리오 총합을 매수/매도할 수 있다.


하지만 개인의 입장에서 기반 알고리즘으로 스크리닝 된 포트폴리오에 일부 쓰레기 종목이 포함되어 있는데, 모든 종목을 매수/매도할 이유가 없다. 심지어 기대 수익률이 낮다면 매매를 쉴 수도 있다. 디테일을 들여다볼 시간이 없다거나 그저 통계적 우위만 향유하고 싶다면 통화 가치 하락에 베팅하고 S&P500을 사면 될 일이다. 최소한 시장을 이기겠다는 생각으로 들어왔다면 그 전략이 기관과는 달라야 한다. 기관과 동일한 방식의 차익 거래 알고리즘, 고빈도 거래(할 수도 없겠지만), 리스크 패리티 등을 차용하려면 그 수준의 매매 속도와 투하 자본량이 담보되어야 하나 그렇지 않다.


투자에 계량적인 방법을 사용하는 것은 데이터를 수급할 수만 있다면 편향 억제 차원에서 반드시 시도해 볼 필요가 있으나 계량적인 방법이 즉각 트레이딩으로 이어지도록 자동매매 시스템을 돌려버린 다음 시장을 이기길 바라는 건 정말로, 요행이자 시장을 기만하는 일이다. 이미 미국 증시 70% 이상이 알고리즘 자동 매매로 돌아가고 있으며, 이로 인한 일간 거래 볼륨이 한화로 5천조 원이 넘는다. 그 결과로, 일본 은행이 기준 금리를 0.25%로 올렸더니 엔-케리 트레이드가 순식간에 절반 가량 청산되는 식이다. 속도와 볼륨이 따라가야 한다는 의미다.


개인으로서의 우위는 한국 명량해전, 베트남 게릴라전처럼 제한된 자원으로 거대 자본을 대파할 수 있는 환경적 이점을 활용하는 데서 나온다. 알고리즘 트레이딩은 결국 이러나저러나 규칙 기반 매매이고, 개인이 만들 수 있는 로직은 기관보다 좁고 단순하다(만약 복잡하다면 과최적화 된 모델일 것이다). 그러니 시장과 한 판 해보겠다면 머리나 손을 덜 쓰는 방식이 아니라 더 많은 리서치가 필요하며 계량적인 방법과 알고리즘은 매매 자동화가 아니라 그 리서치를 더 똑똑하고 효율적으로 해내기 위한 도구로써 활용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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