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여자

by 계속봄봄

오늘 전세 내줬던 아파트 매매계약을 했다.


요즘 같은 부동산 불황기에 자그마치 8개월 만에 가격을 내리고 내려 1000세대 넘는 가구의 매매 최저가를 찍어주며 계약을 했다. 7년 보유하고 매매하며 그래도 손해는 보지 않았다는 거에 위안을 삼아 본다.


매수인은 올해 마흔 되는 여자분이었다.

계약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혼자 산다는 걸 알았다.


직장문제로 이사를 하며 매수한 집 리모델링할 마음에 들떠있는 게 확연히 드러나보였다.


순간 부러움이 느껴졌다.


내 나이 50.

난 한 번도 하루도 혼자 살아본 적이 없다.


지인들과 이야기할 때 말하곤 했다.

"난 아빠 비닐하우스에서 30년 살다가 결혼하면서 남편 비닐하우스로 넘어온 거 같아 "

한때는 그게 너무 불만이었다. 우물 안 개구리 마냥 내가 있는 세상이 온 세상의 전부인양 살아가는 게 너무 답답하고 불만에 차있었다.

분명 내내 경제활동은 하고 있는데 집에서 과외를 하다 보니 가족 아닌 타인들과의 교류도 없고 오로지 집식구들이 다였으니..


혼자 살아보고 싶은 마음이 그득했다. 오로지 나만의 공간에서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갖는 거.

내가 행동하지 않으면 아무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 거.

내가 소리 내지 않으면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거.


내색깔로만 '내'집을 꾸미고 사는 거.


그게 그렇게 하고 싶었다.


그러나 이제 세월이 지나고 식구들이 각자 바빠지는 걸 보니 혼자 산다는 게 편안함만 있는 건 아니겠다는 생각이 든다.

편안함에 필수불가결로 수반되는 외로움.

혼자 사는 지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만 그들에게서 외로움이 느껴진다. 그들이 열정 가득 젊었을 때는 바쁘고 즐겁기만 했다고. 지금은 외로움이 많이 느껴진다고. 50살이 넘어가며 주위에 그 많던 사람이 슬슬 없어지고 그때만큼의 열정도 건강도 허락되지 않는다고 한다.


나 또한 바빠진 식구들 인해 불 꺼진 집에 퇴근하다 보면 어느 날엔 문득 매일매일이 이런 날들이라면 우울할 수도 있겠다 싶다.


복작거리는 부산함.

쫑알쫑알 친구들과 있었던 일 이야기해 주는 딸아이

거나하게 취해 들어와서 각시 야하며 포옹하는 남편...


20년남짓 식구들 아무도 하지 않는 집안살림을 하며 힘들고 짜증 날 때도 있었지만 지금의 나는 혼자 사는 삶에 대한 동경은 없어졌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오늘 만난 매수인의 반짝반짝한 설렘에 순간 욕심이 또 생긴다.


그래서 남편에게 운을 띄워보려 한다.

'자기야~ 나 딱 일 년만 제주도 살면 안 될까? 자기는 금요일에 왔다가 월요일 아침에 가고~'


어떤 대답이 나올지 충분히 예상되지만 한번 운을 띄워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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