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난 홍차의 세계는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매일 다른 차를 한 번씩만 마셔도 죽을 때까지 전부 마셔보지 못할 것이다라고 결론을 내렸을 만큼 세상에 나와있는 tea 브랜드는 많았고 다양한 블랜딩 티가 계속 출시되었다.
지금은 마트에서도 다양한 차들을 구입할 수 있지만 내가 처음 홍차에 입문했던 2010년만 해도 홍차는 해외 직구나 구매대행, 해외여행을 통해서 구입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나마 몇몇 홍차쇼핑몰에서 여러 가지 차들을 샘플팩을 만들어 판매해 소소하게나마 해외 홍차 브랜드를 접해볼 수 있었다.
해외직구가 낯선 나에겐 네이버 카페 오렌지페코는 그 호기심에 대한 갈증을 풀어주는 곳이었다. 벼룩시장과 나눔 게시판을 통해 맞교환이나 소분판매 또는 나눔으로 홍차애호가들의 교류가 활발하게 이루어졌고, 나 역시 오렌지페코의 벼룩시장을 통해 처음 보는 차들을 구입해서 맛보곤 했다.
홍차의 맛은 짙은 풀맛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가향 홍차는 마치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맛과 향을 다 모아놓은 듯 모든 종류의 과일과 사계절의 향기였고 어린아이의 종합캔디이며 어른의 향수였다. 거기다 알록달록한 꽃잎에 다양한 모양의 별사탕과 반짝이는 아라잔도 들어 있었는데 어떻게 이것들을 차에 담아 표현할 수 있는지 찻잎으로 예술을 하는구나 싶었다. 차를 마실 때면 블랜딩 정보를 먼저 확인하고 찻잎을 살펴보는 것은 중요한 의식이 되었다.
여름이면 즙이 뚝뚝 떨어질 듯 달콤한 복숭아 향이 진동하는 차는 차갑게 냉침을 하고 겨울이면 달콤한 군고구마 맛을 담은 차로 밀크티를 끓였다. 얼그레이를 마실 때면 성숙한 여인이 된 기분이었고 소다향 가득한 가향홍차를 마실 때면 커다랗게 풍선껌을 부는 아이가 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같은 블랜딩 재료로 만들어진 차도 브랜드마다 느낌이 다르니 매일 새로운 차들을 탐색하는 즐거움에 빠져 난 어느새 홍차애호가가 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