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후 복직한 지 한 달, 아쉬운 점이 있다면...
오늘 복직과 관련된 글을 하나 읽고 '아! 내가 많은 것을 놓쳤구나' 하는
아쉬움이 들어 이 글을 남긴다.
나처럼 하지 말았으면 하는 생각도 있다.
육아휴직 후 복직한 지 한 달째,
회사는 휴직 이전과 많은 것이 달라져있었다.
휴직할 즈음엔 회사가 다른 그룹사에 인수되고 새로운 대표가 온 지 6개월이나 됐을까?
1년 동안 출산하고 육아 전선에 뛰어든 나만큼이나 회사는 많은 변화를 감내해왔다.
사업영역의 확장뿐 아니라 일하는 방식, 조직구조, 시스템 등
모든 분야에 일어난 크고 작은 변화들. 이에 더해 팬데믹으로 인한 변화(재택근무, 화상회의)까지.
아기도 변화를 겪었다.
잠은 진짜 잘 자던 아기였는데 밤에 별안간 소리를 지르며 내내 우는 것도,
어린이집에서 다쳐서 오는 것도,
그냥 우리 둘 다 변화에 적응하는 시기라고 그렇게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그러다가 불쑥불쑥 괜한 걱정과 불안감이 찾아오기도 했다.
복직한 후 모든 것이 낯설었던 나는 그 낯섦을 굳이 숨기지 않았다.
이것이 나의 첫 번째 실수.
내가 본 글에서 적응이 안되더라도 적응이 잘 되고 있다고 스스로 주문을 외우고
또 동료, 상사들에게 말하라고 쓰여 있었다.
HBR 아티클에서도 거짓말이라도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자신에 대해 더 긍정적으로 말하는 사람을 더 프로페셔널하게 보고 더 호감을 느낀다고 한다.
(물론 비공식 자리에서 걱정거리가 없다거나 다 좋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가식적으로 느낀다고 한다.)
대표님이 잘 적응하고 있냐는 물음에 '적응 중입니다.'로 대답했고
'왜 아직도 적응 중이냐'는 이야기를 들었다.
'일하니까 설레고 적응이 잘되고 있다.'라고 대답했으면 어땠을까?
꼭 대표님한테 잘 보이기 위함이 아니다. 실제로도 저런 마음이 있다.
물론 적응이 안 되는 면도 있지만 성장할 기회도 많이 있을 것 같고 열심히 하고 싶은 마음도 크다.
그런 면을 대표님 한테뿐 아니라 나 스스로에게도 부각한다면?
좀 더 빨리 낯섦에서 벗어나 일에 집중할 수 있지 않을까?
저런 생각이 없더라도, 친한 동료 몇몇에게는 고민을 털어놓더라도
일단 공식적으로라도 말은
'나 너무 적응이 잘돼! 일하니까 신나.'라고 뱉고 보자.
'나 잘 못하겠어. 적응이 잘 안돼.'라고 하는 동료보다 낫지 않을까?
일-육아 밸런스에 상당히 강박을 가지고 있었던 터라
야근해야 하는 업무임에도 퇴근하고 집에 와서 다시 컴퓨터를 켜고 남아있는 일을 하기도 했다.
이것이 나의 두 번째 실수,
나한테 주어진 일은 야근이 필요한 일이었다.
나는 퇴근하고 밤에도 일을 했지만 누가 알아주나. 나는 그저 6시가 좀 넘으면 가방 챙기는 워킹맘이었는걸.
워크 앤 라이프 밸런스는 하루의 밸런스가 아니었다. 일주일은 일, 일주일은 육아,
이것도 밸런스 아닌가.
집중해야 할 때, 보여줘야 할 때는 따로 있었다. 그때도 나는 워킹맘을 내세우며 스스로 핑계를 댔던 것 같다.
(결정적으로 그렇게 메인으로 내가 작성해서 수주한 제안서의 공은 다른 작성자들에게 돌아가 있었다.)
야근을 하란 소리가 아니다.
다만 집중해야 할 때, 보여줘야 할 때는
분명 모드가 바뀌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힘들게 일해도 티가 안 난다.
다른 사람이 안 알아준다고 서운해하지 말자.
내 탓 일수도!
나는 이렇게 지금은 실수 투성이 지만 워킹맘 To-be의 모습을 위해 노력 중이다.
그 이유는,
우리 회사는 워킹맘이 많지 않다. 특히 나의 직군에는 아이를 가진 여성이 없다.
나의 바람은 우리 회사 같은 직군에 제2, 제3의 워킹맘이 생기는 것.
내 업무태도나 역량, 근태 등이 현재 여직원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다.
물론 나도 일 잘하고 싶다. 업무적으로 인정받고 싶다.
더 프로페셔널하게 성장하고 싶다.
그런데...
요새가 어떤 시대인가, 일만 하고 사는 시대는 아니지 않나.
일도 잘하고 육아도 잘하는 슈퍼 워킹맘이 아닌
일-육아-나 에 대한 균형을 잘 가져가는 보통의 워킹맘이 나의 To-be다.
짧고 굵게 살고 싶었는데
아이를 키우다 보니 가늘고 길게 가야겠다고 생각하는 요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