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시작되자 그늘만 찾아
들어가 나오고 싶지 않았습니다
따가운 햇볕에 델까 봐
온몸을 감싸거나 안으로 향했습니다
그러던 여름이 슬슬 가려나 봅니다
여름 한가운데를 지나다가 찾은
고요한 산사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쨍쨍한 햇볕에도 짱짱하게 서 있는 배롱나무가
온몸을 펼쳐 하늘 향해 꽃을 피웠습니다
따가운 볕을 고스란히 받고 있었습니다
뜨겁다고 그늘 속에만 숨어 있었다면
피고 지고 피고 지고 백일 동안 피어 올라
매력을 내뿜는 분홍꽃을 못 만났을 것입니다
여름꽃에 마음을 빼앗겨 뜨거운 줄도 모르고
마당 한가운데 서 있었습니다
우연히 마주친 꽃의 이름을 몰라도
마음을 빼앗길 땐 일단 찍어둡니다
돌아와도 다시 떠오르면 그때서야
꽃의 이름부터 꽃말까지 다 찾아봅니다
어느 정도 꽃이 이해가 되면
이렇게 쓰고 싶어 집니다
어느덧 습관이 되었습니다
이십 대엔 야생화 책과 나무 책을 읽으며
꽃과 나무를 배우고 이름을 기억했습니다
그때도 꽃과 나무를 좋아했나 봅니다
이십 년이 지난 요즘엔 산책을 하며 만난
꽃과 나무를 바라보고 생각하고 궁금해합니다
저에게 산책은 살아있는 책을 읽는 것입니다
백일 동안 꽃을 피우는 목백일홍을
배롱나무라고 부른답니다
백일홍나무가 배기롱나무로 들리고
배롱나무로 불립니다
아기의 백일이 기적 같은 순간이듯
백일 동안 피는 꽃이라 하니
더 애틋하고 귀합니다
꽃말은 부귀랍니다
산사의 마당에 서 있는 백일홍나무에서
꽃 같은 어머니의 기도가 들리는 듯합니다
따가운 햇볕에 타들어가던 마음이
배롱나무꽃을 보고는 해사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