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늘고 하얀 많은 손

by 착길



온갖 여린 잎들이

살랑살랑 춤을 추며 불러도

그만 꼼짝 않고 싶어요


막 성인이 되려던 푸릇한 몸이

뻥 뚫린 하늘 아래 덜덜 떨었던

그 봄이니까요


뭐라 말아요

살면 살수록

사랑을 할수록

아름다운 것을 볼수록

멈출 때가 많거든요


그래요 보고 싶어요

온갖 날이 다 있는 5월이잖아요

산해진미로 배를 가득 채워도

텅 빈 속은 어찌할지를 몰라요

그냥 국수를 먹으러 갈래요


생각만 해도 침이 고이는 국수를 말아주는

집에 다녀오는 길, 가늘고 하얀 많은 손들이

빈 속을 살살 쓸어주는 것만 같아요

5월의 국수가 꽃으로 피었어요



이팝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