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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변 Jul 13. 2016

법원에서 잘 이혼하기

언제든 찾아올 수 있는 결단의 순간

변호사, 특히 기혼 여성변호사로 일하다보면 이혼 상담을 정말 많이 하게 됩니다. 실제로 우리 사회에 이혼이 많기도 하고요. 결혼 후 3개월에서 40년까지, 혼인 파탄의 시점도 다양합니다. 소송을 하기로 마음을 굳힌 분, 아직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이혼을 하게 될 것 같은데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할지 걱정이 되어 변호사를 찾으시는 분, 별거나 불행한 결혼이 오래 지속되어 자녀분들이 설득해 모시고 찾아오시는 분 등 사연도 다양합니다.


오늘은 이혼을 생각하시는 분들께서 많이 하시는 질문과, 제가 모든 내담자께 꼭 드리는 말씀을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이혼은 할 만 하니까 하는 것입니다. 죄책감을 갖지 마세요.

이혼을 하지 않기로 결정하면 괜찮습니다. 하지만 이혼을 할까 생각한 시점부터 협의이혼이든 재판이혼이든 마음이 갈팡질팡하는 기간이 있기 마련인데, 그 과정이 가장 지옥입니다. 남인 제가 쉬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나, 수많은 분들을 만나며 감히 느낀 바가 있다면 (1)아니다 싶은 것은 아니다 (2)결정은 빨리 하는 편이 낫다 입니다. 소송이 제일 힘들 거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아닙니다. 이혼을 할지 말지를 결정할 때까지가 가장 힘듭니다.


아이는 어떻게 할 것인가, 재산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사는 어떻게 할 것인가, 새로이 취업할 수 있을까, 이혼남/녀라는 딱지가 붙지는 않을까, 이게 이혼할 만큼 큰 문제인가, 남들이 뭐라고 할까, 내 잘못을 부끄러워 말할 수가 없는데 어떻게 하나, 부부사이의 내밀한 일이 다 밝혀지는 것 아닌가...이런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걱정이 지옥을 만듭니다. 가만히 살다가 이혼을 결심하는 경우는 좀처럼 없습니다. 혹시 여러분께서 이혼 소송의 상대방이 되셨는데 날벼락을 맞은 것처럼 느끼신다면, 그건 그 자체로 이미 부부 사이가 이혼할 상황에 처해 있었다는 신호입니다. 즉, 이혼이라는 말이 떠오른 이상, 그 생각은 할 만 하니까 한 것입니다. 특별히 이상한 일도 잘못도 아닙니다.


정말 많은 분들께서, 심지어 변호사 사무실에 내담하셔서까지도 갈팡질팡 하십니다. 피고가 되어 서둘러 대응을 해야 할 때조차도 그러십니다.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하지만 이혼이라는 말이 부부 사이에 등장하고, 배우자의 마음 속에 저러한 고민들이 자라나기 시작했다면 이미 일은 시작된 것입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고민, 죄책감, 갈등, 인터넷 검색(;), 지인 상담 등으로 지옥의 구멍을 더 깊이 파지 마세요. 부부 사이의 일은 아무도 모르고, 심지어 때로는 본인도 모릅니다. 또한 냉정하게 말씀드리면, 이혼에서는 그런 '부부 사이의 내밀한 일'은 사실 놀라울 만큼 상관도 없습니다.

'원만한 해결'보다 '신속한 해결'에 방점을 두세요. 그 편이 상처가 적습니다.

한국에서 이혼은 결심하고 성립까지 꽤 긴 시간이 걸립니다.


협의이혼이라고 해도 자녀가 없거나 성인인 경우 1개월의 숙려기간, 미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 3개월의 숙려기간이 있습니다. 실무적으로 제가 경험하기에는, 이 숙려기간에 탈이 나서 재판상 이혼으로 전환되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숙려기간 이후에 법원이 정한 날짜에 두 사람이 함께 출석하여 이혼의 확인을 받아야 하는데, 임의로 출석하지 않으면 숙려기간이 처음부터 다시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이미 별거하고 있는 경우, 직장 일 때문에 낮에 법원에 못 가는 경우 등등으로 숙려기간 이후 정해진 날짜에 법원 출석에 실패하면, 6개월이 금방 지나갑니다. 그런데 사실 재판상 이혼을 신속하게 진행해도 6~7개월이면 끝낼 수 있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재판하기 싫다고 원만하게 협의하려다가 오히려 서로 싸우기만 하고 이혼까지 시간이 더 오래 걸리거나, 숙려기간 + 재판기간으로 해를 넘기는 분들도 계십니다.

 재판상 이혼이라고 극단적인 결과가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협의이혼을 말씀하시는 분들께서 재판을 하면 승소와 패소가 있으니, 부부관계를 종결지으면서 승패를 가리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하실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오늘날 한국의 재판이혼은 그렇게 극단적으로 종결되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조정을 반드시 거치도록 하고 있고, 굉장히 많은 사건이 조정으로 종결됩니다. 대리인(변호사)을 갈등의 사이에 끼워 범퍼로 삼은 상태에서, 사회가 합의하고 제도가 정한 가이드라인(예를 들어 양육비 산정 등)을 참고하고 공권력으로 가능한 정보를 확보하여(정확한 재산 확인 등) 협상을 하는 절차에 가깝습니다. 이혼을 할까 망설일 때 고민하시는 많은 일들이 법원에서 해결이 됩니다. 오늘날 조정이혼(재판상 이혼이 조정으로 진행)에서는 정말 많은 사항을 협의합니다. 예를 들어 자녀의 졸업식과 입학식에는 반드시 참석한다든지, 반대로 서로에게 절대 접근하지 않는다든지, 시집이나 처가 식구들이 상대방에게 연락하지 않는다든지, 해외 거주자인 경우 스카이프나 국제잔화를 아이에게 해 주기로 한다든지...그냥 두 사람이 협의할 만한 일들을 사적 합의보다 무게감이 있는 법원의 결정으로 성립시킬 수 있습니다. 이미 갈라서기로 마음 먹은 두 사람이 말로 협의를 하려고 한들 얼마나 되겠습니까. 혼자 짊어지지 마시고 안전한 절차의 도움을 받으시기를 강력히 권합니다.


이혼 준비 체크리스트

혼인생활에 대한 시간순 정리 (혼인시점, 혼인기간, 거주형태-확대가족과의 동거여부, 미성년 자녀 존부)

이혼을 결심한 사유에 대한 자료 (주의: 전화통화가 아닌 현장녹음은 대체로 쓸모가 없습니다. 잘 안 들리는 휴대폰 녹음 가져오시는 분들이 계신데, 말씀하신 본인이 알아 들으셔도 속기사가 기록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면 활용이 어렵습니다. 사진, 병원 진단서, 문자, 계좌거래내역, 영수증, 선명한 전화통화 녹음은 중요합니다. 특히 폭행이 있었을 경우 반드시 112에 신고하시고, 사진 찍고 병원을 다녀오세요. 정신건강의학과, 심리상담소 상담 등도 미리 준비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알고 있는 재산내역 정리 (부동산이 가장 중요)

가계부 혹은 자산관리 대차대조표

미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 친권자 및 양육자에 관한 협의 존부 및 협의 내용

일방이 외국인인 경우 체류자격 종류 (보통 F-6이지만 확인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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