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인지도 몰랐던 순간부터

[설렘] 웃기지, 그게 첫사랑이었다니

by 샐리

나는 한 사람을 18년 동안 좋아했다.

짝사랑으로 9년, 친구로 9년. 그리고 끝냈다.


그 애를 좋아하게 된 건 별거 아니었다.

4학년 교실, 책상에 앉아 있는데

그 애가 내 앞에 와서 두 손을 책상 위에 올리고 나를 봤다. 딱 그거 하나였다.


그런데 그 순간, 이상하게도 주변에 꽃잎이 떠다니는 것 같았다.

그 장면은 지금도 내 머릿속에 정확히 박혀 있다.

그 애 눈, 그 애 손, 그 애 표정. 그리고 내가 느꼈던, 묘하게 답답하고 벅찬 감정.


11살부터 20살까지는 짝사랑.

20살부터 29살까지는 친구.

정확히 18년.

인생 반 이상을 그 애랑 같이 보냈다.


그 애를 좋아하는 여자애들이 참 많았다.

근데 웃긴 건, 내가 걔네 편지를 모아서 같이 전해주기도 했다는 거다.

내 편지도 그 사이에 껴서.

편지 세 장을 건네면서

‘그중 한 장만이라도 내 마음을 알아주면 좋겠다’

그런 바보 같은 기대를 했던 적도 있었다.


걔가 웃으면서 “고마워”라고 말할 때마다

나는 그 웃음 하나로 하루를 통째로 살아냈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고,

그게 사랑이라고 믿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건 사랑이 주는 최소한의 온기였을 거다.

눈을 마주친 3초, “고마워”라는 말 한 줄.

그조차도 나를 향한 게 아니었을 수도 있는데,

나는 그걸 최대치로 받아들였다.


숨 쉬는 것보다 더 또렷하게 느껴졌고,

하루 종일 그 장면을 곱씹었다.

그 온기가 너무 귀해서,

겨우 그만큼을 받았으면서도

나는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들떴다.


아이였던 나는, 그렇게 사랑을 배웠다.

적은 것을 많이 느끼는 방식으로.

작은 것을 크게 믿는 방식으로.


그리고 훗날,

내가 어른이 되어 받은 누군가의 과한 사랑, 지나친 헌신은

이상하게도 너무 버거워서 차갑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때의 나는 사랑을 적게 줘도 많이 느낄 줄 알았던 사람이고,

지금의 나는 사랑을 아무리 많이 받아도

쉽게 덜 느끼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