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아홉에 배우는 수영
4년 전 아이를 낳았고 3년 동안 가정 보육을 했다. 쌍쌍바처럼 24시간 아이와 붙어있던 시간은 쉽지 않았고 몸과 마음이 고단한 날도 많았다. 그럼에도 그 시간을 후회하지 않는다. 아이가 커가는 걸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그런 아이를 따라 나도 엄마로서 성장해 나갈 수 있던 시간이었다.
올해 3월부터 아이는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했고 1학기가 끝날 무렵이 되니 아이도 나도 제법 이 생활에 익숙해져서 각자의 시간을 잘 보낼 수 있게 됐다. 유치원 여름 방학이 끝나고 2학기가 시작되면서 몸과 마음에 여유가 생기니 조금씩 나도 돌아볼 수 있게 되었다. 아이가 없는 시간 동안 오직 나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다가 문득 '수영'을 떠올렸다.
물을 좋아하는 아이를 키우다 보니 계절 상관없이 수영장을 자주 찾는 편이다. 수영을 오래 배운 H와 달리 나는 수영을 할 줄 모르는데 아이가 지금보다 더 어릴 때는 전혀 불편함이 없었기에 수영을 배워야겠다는 생각도 그리 들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여름 방학 때 수영장에서 아이가 나를 보더니 '엄마도 아빠처럼 수영해서 나한테 와 봐' 하고 말했다. 순간 당황했지만 '지금 사람이 많아서 수영하기가 힘드네'하고 핑계를 대며 수영하는 척 팔을 휘적였다. 아직은 아이가 어려서 내 핑계를 눈치채지 못했지만 조금 더 크면 아마도 엄마가 수영을 못한다는 걸 알게 되겠구나 싶었다. 수영은 아이에게 꼭 가르치고 싶은 운동 중 하나인데, 나도 할 줄 모르면서 수영을 배우자고 하면 아이가 수긍을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이 사그라지기 전에 당장 집 근처 수영장을 찾아보니 가까운 곳에 얼마 전 새로운 수영장이 문을 열었다. 전화로 문의해 보니 월수금 오전 반 한 자리가 남아 있다길래 그 자리에서 등록했다. 그런데 막상 수영 배울 생각을 하니 조금 더 고민해 보고 등록할 걸 그랬나? 하고 뒤늦게 망설였다.
지금보다 조금 더 젊을 때는 새로운 것을 배우고 도전하는 일에 망설임이 없었는데, 왜 나이가 더해질수록 익숙하지 않은 것은 멀리하고 싶어지고 덜컥 겁부터 나는 것일까? 내가 늘 바라던 모습은 '나이가 들어도 새로운 것을 배우는 데 주저하지 않는 어른'이었는데 나는 그 모습과 반대로 나이가 들어가고 있었다. 막상 해보면 별 것 아닐 수도 있는 것들 조차도 왜 머뭇거리게 되는 걸까. 그러나 그 마음에 발목이 묶이지 않으려면, 일단 상황을 만들어서 나를 몰아넣는 수밖에.
그렇게 이번 주부터 수영을 시작했다. 수영 가기 일주일 전부터 수영 카페와 블로그를 뒤적거리며 수영복 고르는 법부터 수영장 사용 에티켓 같은 것까지 찾아가며 입학 앞둔 신입생처럼 준비하고 공부했다. 수영 준비물로 가득 찬 내 백팩을 본 H는 어디 1박 2일 수련회라도 가느냐고 놀리며 웃었지만 왕초보인 나로선 진지했다.
수영 첫째 날, 너무 일찍 도착한 탓에 회원 카드 작성과 탈의실 이용 안내를 받고도 시간이 남아서 샤워를 세 번이나 했다. 수영장 구석에서 어색하게 서 있는데 강사님이 오셨고, 다행히 왕초보는 나를 포함해 세 명이었다. 가장 기본인 물속에서 걷기, 호흡하기, 물에 뜨기 같은 것을 배웠는데 물 밖에서 걷고 호흡했던 것 과는 다른 방식이었다. 레일을 잡고 뒤뚱 거리며 걷는 내 모습에 웃음이 터질 것 같아서 얼굴을 여러 번 감싸며 참았다. 물속에 머리 담갔다 빼기를 몇 번 하고 나니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다행히 아직까진 물이 무섭지 않아서 시작이 나쁘지 않았다.
수영 둘째 날엔 왕초보 두 분이 안 보이고 나보다 한 달 앞서 배운 준초보 분들 대여섯 분과 함께 수업을 들었다. 호흡과 발차기를 마스터하고 이제 막 자유형을 배우는 분들이셨는데 왕초보인 내겐 도달할 수 없는 영역처럼 보였다. 이번 시간엔 발차기를 하고 앞으로 나가며 중간에 호흡을 마시고 수영을 이어가는 것을 배웠는데, 강사님 말을 들을 때는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던 것도 물속에 머리를 넣는 순간 초기화가 되어서는 허둥거리며 물 밖으로 빠져나오느라 바빴다.
팔과 다리를 곧게 뻗은 채 발차기는 빠르지 않게, 숨을 들이마실 때는 손으로 물을 살짝 누르며 고개만 빠져나와야 한다고 배웠지만, 숨을 마시는 그 찰나에 뭔가 덜컥 겁이 나서 얼굴이 물 밖으로 과하게 빠져나오다 보니 몸이 가라앉고 호흡이 흐트러지면서 멈추게 됐다. 강사님이 앞에서 잡아주실 때는 괜찮은데 혼자 하려고 할 때마다 호흡 연결이 안 돼서 결국 레일 한 바퀴를 제대로 돌지 못한 채 수업이 끝났다. 머리와 몸이 따로 노니 참 답답했다. 그래서 무엇이든 젊을 때 배우라는 말이 있는 걸까? 싶었지만 후회해 봤자 서른아홉이 스물아홉 되는 건 아니니까. 대단한 재능은 없대도 성실한 건 그나마 자신 있으니까 배운 걸 복기하며 몸이 깨달을 때까지 주야장천 연습하는 수밖에 없다.
세상 많은 일들이 그러하겠지만 너무 과한 힘을 들이면 금방 지치고 포기하게 되는데 수영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잘해보겠다고 힘을 주는 순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그 자리에 가라앉는다. 일단 시작했으면 꾸준히, 느리더라도 멈추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수영을 배우며 또 한 번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