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현대서울과 무신사스토어 그 어디쯤
집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해서 오픈했을 때부터 정말이지 수없이 다녔던 곳.
오픈한 지 거의 10년 된 쇼핑몰에 대한 리뷰를 너무나 늦게 쓰게 되어버렸다.
쇼핑몰 감상에 대해 리뷰라고 쓰는 건 조금 말이 안 맞는 것 같기도 하지만.
어쨌든 송파 지역 대표 쇼핑몰인 이곳의 전체를 둘러보기에 앞서, 일단 지하 1층만 짤막하게 살펴보려 한다.
처음 롯데몰 월드타워점이 오픈한다고 했을 때 이 쇼핑몰은 유통업계에서도, 부동산 업계에서도
너무나 중요한 대형 프로젝트였다. 롯데그룹의 사활을 건 100층이 넘는 빌딩 건설도 그러하고
에비뉴엘도 강남(잠실이지만)에 첫발을 내딛는 것이었으며,
그리고 서울의 노른자 입지인 잠실에 오픈하는 대규모 상업시설이기에
모두가 기대하고 우려하고 부러워하는 그런 프로젝트였던 것.
프로젝트명이 "C2"였는데 그것은 잠실역을 기준으로 C1, C2, C3 뭐 이런 식으로 부지를 분류해서
개발계획을 가지고 있어서 나온 이름인데 뭔가 축약적이면서도 괜히 있어 보이는 그런 이름같이 느껴진다.
약간 스파이물에서 적 암살하는 작전(코드명 C2) 같기도 하고 말이다.
오픈하기 전부터 유통 관련 브랜드 담당자이건, MD들이건, 디벨로퍼들이건 모두가
"C2 언제 오픈하지?" 혹은 "C2 어떤 거 들어오지?" 이런 질문들을 서로 하면서 어떤 MD들이 유치되었는지
체크해보곤 했었다.
2014년 10월 이곳이 처음 오픈했을 때 1층은 글로벌 패션 콘셉트로서,
자라/유니클로/H&M/ 아베크롬비/망고 등의 SPA를 한 데 모았었다.
그리고 COS의 국내 1호점 오픈을 함께 했고 도요타의 콘셉트 카페가 위치했고 무인양품도 유니클로 옆에 대형 매장으로 존재했다(추후 B1층 이동) 그리고 석촌호수를 바라보는 방향으로 호주 브런치 카페 Bills가
국내 1호 매장으로 오픈해서 시작부터 웨이팅 사례를 일으키는 그런 현상도 존재했었다.
5,6층 식당가도 탄탄했고 왜 입점시켰는지는 모르겠지만 롯데마트도 입점했고 지하 1층에 에이랜드가 앵커
테넌트 역할을 톡톡히 했으며 마시 모두 티와 토토로 매장 등이 주요 테넌트였던 상태로 오픈했다.
지하 1층엔 아쿠아리움도 존재하고 있어 당시 벨루가 고래를 만날 수 있다고 홍보했었는데 그때의 벨루가 고래 3마리 중 2마리가 죽었다는 둥의 뉴스를 어디선가 읽은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아쿠아리움이라는 형태를
좋아하지 않고 동물들도 불쌍해서 벨루가 고래를 다시 바다로 보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금이 2023년이니 이제 이 쇼핑몰도 거의 10년을 보낸 느낌인데, 갑자기 왜 리뷰를 쓰게 되었냐면
최근 아더에러(캐주얼) 매장이 롯데몰 월드타워 지하 1층에 오픈(2023.06.02)했다는 뉴스를 듣고선
호기심이 생겨서 한번 쓱 둘러보게 된 것.
한때는 주말에 심심하면 혼자 아이쇼핑 할 겸 자주 가던 쇼핑몰이지만 요즘 통 방문하지 않아서 오랜만에
방문한 지하 1층은 많은 것들이 바뀌어 있었다.
유튜브 콘텐츠로도 많이 화제가 되었었던 엄청난 가격을 자랑하는 고든램지버거가 일단 지하 1층에 위치하는데, 오픈한 지 꽤 되었는데도 불구 아직 먹어보질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캐주얼 버전이 아닌 파인다이닝 같은 느낌의 고든램지 버거 매장은 이곳에만 위치하고 있다.
그리고, 왕년의 지하 1층 대장이었던 A-LAND가 사라졌다.
에이랜드 매장이 둘로 쪼개져서 미국 스포츠브랜드 Autry와 스페인브랜드 빔바이롤라로 구성되었다.
내가 알기론 잘 나가던 시절, 이 잠실 롯데몰 지하 1층에서 월매출 10억 도 자랑하던
한때는 영패션의 선두주자 같았던, 가로수길이 힙할 때 그 힙을 주도했던 에이랜드.
이제는 에이랜드도 이렇게 사라지는 건가 싶었는데 역시나 MD교체되었다.
그 자리를 2개로 매장 분할을 하여 새로운 테넌트들로 채워졌는데.
롯데계열 패션회사인 롯데 GF에서 운영하는 빔바이롤라는 사실 감성은 괜찮은데
약간 한국 정서와 맞지 않는 게 안타까운 그런 브랜드. 색감도 좋고 디자인도 재미있지만, 아주 소수에게만
통할 것 같은 그런 코드가 있어서(한국에서 이런 유럽 브랜드는 잘 안됨) 애초에 이 브랜드를 왜 pick 했는지 그 이유가 늘 궁금했던 브랜드였는데 아직 독점계약 기간이 남아있는 건지 아님 월드몰 잠실에서 한번
재도약을 꿈꾸는 건지 어쨌든 지하 1층의 명당자리를 떡하니 빔바이롤라에게 내어줬다. 선택은 고객의 몫!
그리고 저번에 지나가면서 보다 발견, 방문도 해봤던 모노하.
원래는 한남동에 있는 굉장히 ZEN 스러운 일본 느낌 가득한 라이프스타일/패션 브랜드인데
이건 여기 잠실 지하 1층하고 과연 매치가 되는 것인가.
급격한 대혼란에 빠지게 만든다.
이 브랜드와 매장 분위기 자체는 좋다. 고급스럽고 뭔가 차분해지면서
찬찬히 보다가 리빙 소품 하나 정도 선물용으로 살 수도 있는 그런 매장이긴 한데
귀여워 보이는 차 주전자가 13만 원이라고 하는데
과연 롯데몰 월드타워점 전체 층에서 가장 트래픽이 많은 지하 1층 이 자리에 이 브랜드가 최선인지 모르겠다. 브랜드 자체는 좋은데, 이 공간과 성격에 안 어울린다는 생각이 너무 들고 솔직히 내 땅 아니어서
왈가왈부할 수는 없지만 '땅'이 무척이나 아까운 그런 느낌.
그리고 지하 1층의 리뉴얼콘셉트를 young contemporary fashion 이런 느낌으로 가져가려고
MD교체를 할 때에 이런 풍으로 가져가는 것 같은데, 어딘지 모르게 강하게 풍겨오는 더현대서울의 향기.
롯데 동탄점에서도 느꼈지만 롯데백화점에서는 특히 영패션 관련해서 더현대서울과 일정 부분 콘셉트가
거의 동일하게 흘러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물론 더현대서울에서 보이는 모습이 패션계의 '대세 트렌드'라면 어느 정도 비슷하게 따라갈 수 있다.
하지만 좀 더 주체성 있게 롯데의 색깔을 입혀서 스케치했으면 하는 부분이 너무 아쉽게 느껴진다.
그리고 이 입지는 여의도 따위가 비빌 수 있는 입지가 아닌데,
지하이긴 하지만 이 땅이 너무 아깝다고 해야 하나.
이번에 방문 목적은 아더 에러 매장을 보는 것이었다. 아더 에러는 나 역시 백화점 영캐주얼 바이어 시절에
이 브랜드 흥미로우니 팝업을 해보자고 생각했던 그런 브랜드였는데 몇 년 만에 이렇게 나름 글로벌한 브랜드로 성장한 것이 놀라운데 그 성장성이라는 게 매출력은 아닌 것 같고 유니크한 개성으로 이뤄진 듯하다.
사실 아더에러는 브랜드 스토리나 매장 구성은 늘 흥미롭지만 매출은 잘 모르겠다. 나한테 매출 숫자가 없어서일 수도 있고 내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이 매출을 올릴 수도 있겠지만 자고로 쇼핑몰과 백화점은 매출이 안 나오는 매장에게는 1평도 주는 게 어려우니 지금은 입점을 했지만 몇 년 후에도 자리를 잡고 있을지는 의문.
매장의 높이를 약간 이용해서 하단부에 영상을 디스플레이하는 새로운 시도로서 매장을 꾸몄다.
아더 에러는 예술성으로 나름 유명한 브랜드인데 이건 최근 리움에서 전시를 하면서 화제가 된 '마우리치오 카텔란' 작품하고 어딘지 모르게 비슷한 느낌이 너무 들어서 일부러 카피를 한 건지 아닌지 알 수 없어도 일단 아더 에러의 예술성에 왠지 갸우뚱하게 되는 디스플레이가 먼저 눈에 띄었다.
나만 그런 생각이 든 건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이 특이한 조형물로 인해서 사람들이 모여들고 계속 눈길을 끄는 건 사실인데,
어쨌든 이곳은 옷을 파는 곳인데 사람들이 매장 안으로 유입은 되지 않고 마네킹 쪽에만 머무르는 느낌은 있었다. 과연 옷은 팔릴까?
그리고 인근 위치한 매장들
K-패션의 주목받는 Young Contemporary 디자이너들의 매장으로 속속 교체가 되어있는데
이제는 내가 이 브랜드들의 주요 타깃 나이가 아니다 보니 이게 이쁜 건지 핫한 건지 별로인 건지 가늠하기가
조금은 어려워졌다. 어쨌든 이런 브랜드들로 인해서 성수동 느낌이 한 스푼 더해진 듯한 그런 기분은 든다.
트래픽이 많은 메인 동선 외에 아쿠아리움 쪽 동선 쪽에도 교체된 MD들이 계속 보였다.
하지만 트렌디함 속에서도 꾸준히 매출을 내어주는 효자 브랜드 매장들도 눈에 띄었다.
스무디킹, 공차 같은.
그리고 늘 지나갈 때마다 매출이 번뜩이는 느낌은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좋아하는 브랜드 리나스.
여기 샌드위치가 맛있기 때문에.
하지만 지하 1층을 휙 둘러보는 데 있어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바로 저 기둥.
100층 빌딩 전망대 올라가는 입구 쪽 앞에 있던 기둥의 데코레이션인데
그동안 이 빌딩프로젝트가 받은 상들을 붙여서 소위 '뽐내기'하는 기둥이었는데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듯했으나 나에겐 롯데몰 월드타워점이 아무리 리뉴얼을 한들
이걸 자랑하려는 이 맘을 없애지 않으면 'young contemporary'한 감성이 될 수 없음을 느끼게 해 줬다.
기껏 MD를 하고 교체를 하고 하면 뭐 하나
기본에서 뿜어져 나오는 롯데의 Spirit이 영, 트렌드, 힙 이런 단어들과는 너무나 거리감 있게 느껴지는데.
이런 자랑은 어디 몰래, 벽면에다가 살짝 보일 듯 말듯하게 새겨 넣든지
뭐 굳이 표현을 하고자 했다면 방법은 여러 가지 있었을 것 같은데 말이지.
요즘 얘기하는 꼰대니 아니니 하는 분류는 둘째 치고, 암튼 아더에러 매장 보러 가서
이 기둥 모습에 화들짝 놀라버렸다.
항상 더현대서울을 보면서 힙해지고 싶어 하는 롯데의 마음은 동탄점에 이어서 잠실 월드몰 지하에서도 읽히는데, 역시나 '정체성'이 무엇인지 스스로 진단 내리지 못한 이 모든 것이 섞여있는 콘셉트에
마치 미완성 영화가 개봉된듯한 그런 느낌을 받는다.
분명 좀 더 정교한 편집 작업이 있다면 훨씬 완성도가 뛰어난 영화의 모습으로 상영관에 걸릴 텐데.
하지만 영화는 이미 개봉했고, 관객들은 이 영화를 보기 시작했고 평가는 각자의 몫이겠지만.
역시 자신의 색깔을 확실하게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고, 자신이 입었던 색깔을 버리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
이상으로 롯데몰 월드타워점 지하 1층 리뷰 끝.
롯데몰 월드타워점 전체 리뷰, 애비뉴엘 리뷰 이런 것들을 생각은 하고 있는데 게을러서 언제 할 수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