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취향, 안녕하신가요?
즐겨 보는 네이버 블로그가 하나 있다. 백화점에 근무하는 바이어의 블로그인데 트렌디한 것들에 대한 본인의 감상도 재미있고 한때 백화점에 근무했었던 이유만으로 동질감도 느낄때가 있고, 또 그 분께서 건축에 대해서도 애정이 많은게 느껴져서 글을 보다가 막 몇마디 댓글에 달고 싶다가 참을때도 있고 여하간 그렇다.
그분의 아내분도 역시 백화점 바이어인데 인스타그램에서 몰래 훔쳐보기를 하다가 멈칫! 하고 잠깐 생각을
하게된 주제가 있었다. 대충 이런 내용이었다.
지금 유행하는 아이템들(의자, 테이블, 그릇, 운동화, 핸드폰 등등)을 다 갖추고 나서도 이게 뭔가? 라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아이템들을 모을때엔 그것에 집착하다가도 막상 다 모으고 나서 '내 취향은 이런건가' 약간
이런 현타가 온다는 것.
잠깐의 포스팅이였지만 그 내용을 보고서 나도 24시간동안 2시간은 무조건 생각하게 되는 각종 아이템과
브랜드와 취향등에 대해서 잠깐의 생각을 이곳에 적으려고 한다.
취향 즉 taste라는 것은 뭐랄까 가장 은밀한 사적인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그 사람의 라이프스타일과 철학이 거의 100% 반영되는 영역이기도 하고, 멋진 취향이라던지 소위 허접한
구린 취향이라던지 이런 말은 그다지 성립이 안된다고 본다. 너무 개인적인 것이라서, 나랑 비슷하거나 다르거나 이런 식의 구분은 가능하지만 그 자체를 놓고서 우열을 가리는건 좀 뭔가 맞지 않는다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SNS를 통해, 많은 잡지나 매체들을 통해 우리는 '멋진 취향'을 연구하고
훔쳐보고 닮고 싶어하는데 이는 한국인 특유의 '몰아가기, 쏠려가기, 쫓아가기'와 더불어
유행하는 것을 갖고 있지않거나 주류에 속하지 못했을때의 불안함과 떨어지는 자신감을
보여주는게 아닐까 싶다. 가끔, 왜 '유행'을 경험하지 못하거나 아이템으로 채우지 못했을때
자신감이 떨어질까 생각을 할때도 있는데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남들과 다소 다르더라도, 유행의 그 순간을 즐기지 못했더라도 자신감이 떨어지지 않는 사람.
바로 그 사람이 취향의 깊이를 더해갈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보통 취향이라고 했을때 디자인을 많이 다루니까, 디자인으로 빗대어 얘기를 해보자면.
디자인에는 무수히 많은 사조라는게 있다. 중세 유럽, 근대의 유럽의 디자인적 사조들과 더불어
19세기 20세기에 들어선 모더니즘과 바우하우스, 해체주의, 포스트모더니즘 등도 있고
각기 다른 여러가지 형태의 양식과 철학이 공존하는 것이다.
꽃으로 치자면 클래식한 빨간 장미의 아름다움도 있고, 수국의 화려하면서도 기품있는 고급스러움,
때로는 길가의 코스모스의 청량함, 그리고 그 한 송이 만으로도 충분히 조형미를 뽐내는 튤립 등도 있듯이
디자인이라는게 여러가지 형태로서 역사를 통해 반복되고 없어지고 재현되고 발전되는 것이다.
그에 맞춰 제품디자인, 인테리어디자인, 패션디자인, 건축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나타나는데
이상하게 한국에서 유행하는 건 어떤 양식의 뿌리깊은 곳까지 터치가 안되고
아주 그 빙산의 일각같은 윗부분만 살짝 살짝 건드려지는 느낌이다.
요즘 얘기하는 미드센추리 같은것도 그렇고 바우하우스도 그렇고
사실 바우하우스는 바우하우스의 디자인도 그렇지만 그것이 시대적으로 어떤 운동을 펼쳤다는 그런 부분들이
중요하고 예술가들의 조합의 정신이라던지 이런것들도 깊이있게 봐야할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냥 '바우하우스 의자' 뭐 이런식이랄까. 물론 뭐 모두가 바우하우스를 공부할 필요는 없고
카피를 한 의자든 뭐든 상관없지만 거의 대부분이 그런식이여서
한국의 디자인, 한국에서의 유행 취향은 너무너무 얕다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다.
소위 취향이 가득하다고 하는 사람을 살펴봐도
'그만의 시선, 그만의 철학'은 거의 없고
저는 안도 다다오를 좋아합니다
저는 임스 체어를 좋아하고 허먼밀러 체어를 씁니다...
약간 이런식이여서 개인적으로는 음...더 할말이 없을때가 많다고 해야하나...
사실 넓고 얕게 아는 디자인보다는 깊게 아는 디자인을 추구할때에
안목이 더 발달한다고 본다. 그렇기때문에 직접 디자인을 해볼수 있었던 디자인학부생, 건축학부생 이런 사람들이 취향이 발달하는데 유리하다. 한번이라도 생각을 해보면 소비할때만은 가질 수 없는 시각이라는게 눈뜨게 된다.
건축에 대해서도 할말은 많은데..
난 안도 다다오가 좋지만 그 사람만을 얘기하는 패션피플들도 지겹고
한국에서는 김수근, 승효상, 가끔 조민석(매스스터디스)를 얘기하겠지만..
굳이 건축가를 얘기하자면 스티븐홀이나 캄포 바에자나 루이스 바라간 등에 대해서도 얘기해보고 싶고
(이건 너무 내 취향이고) DDP로 유명한 자하 하디드를 얘기한다면 하디드 건축의 명과 암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싶은데 말이다.
자신만의 기준으로 그 기준에 맞는 제품들을 선택하고(때로는 선택하지 않고 미니멀리스트로 살아가고)
자신의 철학으로 인생을 사는 사람이 멋진것 같다.
취향의 끝엔 라이프스타일과 철학이 있는 것이기에.
복잡하게 왔다갔다 글을 썼지만 결국 하고픈 말은, 자신의 취향을 단단하게 만들자는 것. 누가 뭐라하든.
인스타그램 취향말고. 인생도 그러하게 살아가고 싶다. 남의 기준이 아닌 내 뜻대로.
* 배경 사진은 노먼 포스터가 직접 디자인한 본인 주택의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