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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에세이] 자기 통제력과 초코칩 쿠키


번개가 번쩍인다. 

시계를 보니 자정이 조금 넘었다.

아이 이불을 덮어주고 다시 눕는다.


좀처럼 잠이 오지 않는다.

괜히 냉장고 문을 열어본다.

다행일까.

딱히 먹을게 보이지 않는다.


그래. 자자. 

이 시간에 무슨 간식이야.

눕자마자 번개처럼 떠오른 생각,

그래! 수납장에 초코칩 쿠키가 있어!


촉촉하고 바삭한 초코칩 쿠키.


미뢰 세포들이 하나씩 깨어나 

쿠키의 맛을 기억하며

흥분한다. 그 맛이야.


“아니야. 무슨 이 시간에 초코칩 쿠키야. 잠이나 자”


“초코칩 쿠키...”


“자!!!”


“초코 치이 입!!!!”


결국 어느새 내 몸은 수납장 앞에 서있다.

어두운 장을 손을 뻗어 뒤적인다.

으응? 여기 뒀는데.…



화가 치민다.


이 남편 놈이 또 먹어치웠나!!!!

분노의 눈빛이 이글 이글댄다.

없으니 더 먹고 싶다.

이 시간에 배달되는 곳이 있나 배달앱을 켠다.


"영업 종료"의 글자들을 보니 

간신히 정신이 돌아온다.

그리고 기억도 돌아온다.


아이와 어제 낮에 실컷 까먹었더랬다:

이게 마지막이야 하고 웃었던 기억도 난다.


영 속이 쓰려

아이의 요구르트 하나 벌컥거리고 마신다.

당이 들어가니 뒤집어진 속이 좀 진정이 된다.


요즘 웬만해서는 야식이 당기지 않았는데

왜 이리도 이성을 상실했을까..



19세기 이후 자기 통제력은 심리적 상태로 여겨졌다. 의지가 약한 상태는 정신적으로 나약하거나 성격적 결함이 있는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에 자기 통제력이 단순히 마음에 있지 않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사실 이것은 신경계에 연결된 생리적 능력이다.

따라서 자기 통제의 실패가 항상 약한 의지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신경계가 과로했다는 점을 의미할 수 있다. 바로 이런 이유로 많은 사람이 마음이 차분할 때보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정크푸드를 찾는 것이다. 

[똑똑한 엄마는 강점 스위치를 켠다] 중



플로리다 주립대학교 심리학과 로이 바우마이스터 교수와 올버니대학교 마크 무레이븐 교수는 자기 통제력을 근육에 비유했다. 자기 통제력은 근육과 마찬가지로 사용할수록 피로해진다. 자기 통제력을 약화시키는 네 가지 주요 요인은 다음과 같다.

- 충동 억제
- 의사 결정
- 감정 억제
- 스트레스

[똑똑한 엄마는 강점 스위치를 켠다] 중




흠. 그렇네.


나는 지난 1주일간 지나치게 많은 의사결정을

내렸고, 지나치게 많이 감정을 억제했고,

지나친 스트레스를 받았다. 


어쩌면 내 자기 통제력의 근육은 

좀 많이 피로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야밤에 당이 당기고,

우울하고, 무기력했는지도 말이다.


"그럴 수 있다."


사람은 기계가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가끔 우리는 스스로를 기계처럼 대하는 게 아닐까.

늘 똑같이 힘낼 수도, 성실할 수도 없다.


가끔은 내 마음의 근육도 쉬어가야 하지 않을까.

그러면 다시 힘을 낼 수 있겠지.



그나저나 아침이 밝으면,

초코칩 쿠키 사러 가야지ㅎ




#아침 되니_까먹음

#자기 통제력

#초코칩 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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