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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드니 Dec 22. 2023

나와 브런치의 역사 (4번 도전 만의 당선)


아(我)와 비아(非我)의 투쟁급
브런치북 당선후기






안녕하세요. 작가 시드니입니다. 아실지 모르겠지만 제가 <제11회 브런치북 프로젝트>에서 대상을 받았습니다. (짝짝짝) 저는 2019년 가을부터 브런치를 시작했고, 2022년을 제외한 2019,2020,2021,2023년 총 4번 브런치북 프로젝트에 도전 했습니다.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탈락할 때마다 왜 브런치는 주옥같은 내 글을 몰라줄까? 정말 보는 눈 없다! 라는 생각을 했는데요. 이번에 당선연락을 받으면서 어떤 작품들이 출판사의 눈에 띄는지 어렴풋이 알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동안 응모했던 브런치북 기준으로 어떤 글이 당선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지, 그리고 또 출판 연락을 받는지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개인적인 의견이고, 참고만 부탁드립니다.)    



     




먼저, 2019년  처음 브런치북에 응모한


https://brunch.co.kr/brunchbook/youngmommy


<아이를 낳고 나는 더 어려졌다>    입니다. 사실 여기 등장하는 1화가 제가 브런치에 남긴 첫 글입니다. 글을 올리자마자 조회수가 몇만을 넘어가고 다음 포털에도 걸려서, 저는 제가 엄청 대단한 글쟁이 인줄 알았습니다.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겪은 경험들을 엮어서 처음 응모를 했고, 결과는 탈락이었습니다. 이글을 쓸 때 별 생각없이 10화만 다 채워도 성공이라는 생각이었어서 큰 아쉬움은 없었습니다.     


이 글을 제가 세운 지표 4개로 분석해보면, (5점만점)

       

다른 사람들도 쓸수 있는 육아 이야기, 비슷한 책은 넘쳐났고, 궁금해할만한 책은 아니었고, 적당히 가볍게 쓴 책이었습니다. 결국 이 책은 1,2화 조회수만 반짝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아이 어릴때 추억이 많아서 좋아하긴 합니다만... 저만 좋아합니다.



다음, 2020년 응모한 <책린이 가이드> 입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imnotbookkids     


<경영학원론>이라는 과목이 있듯, <브런치학원론>이 있다면 최악의 사례로 소개될만한 작품입니다. 이때 저는 <책, 이게 뭐라고?>하는 장강명 작가님 책을 재밌게 읽었었는데요. 이 책이 조금 어려운 구석이 있어서 더 진입장벽이 낮은 책을 쓰면 대박이 날거라는 망상에 빠져 주관대로 글을 썼습니다. 사실 대체로 독서인구들은 교양수준이 높고 책의 기술적인 부분을 궁금해해지 않을텐데 무슨생각으로 이 글을 써서 냈는지 아직도 이해가 안됩니다.      


나만 쓸 수 있기는 커녕, 나보다 잘쓰는 사람들이 넘치고 서점에 가면 이런 류의 책은 넘쳐났고, 조회수는 폭망했으며 말도 안되는 혼자만의 사유의 세계에서 허우적 거리느라 매우 진지하게 쓴 책입니다. 저는 뭐, 좋아합니다. 저만요.  

 





다음, 2021년 저를 브런치에서 조금 자리 잡게 해준 <청담동 사람들은 명품을 안 입는다> 입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cheongdam


2021년 브런치북을 탈락하고 한동안 슬럼프에 빠졌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웃기지만 <책린이 가이드>는 제가 지금까지 세상에 내놓은 작품 중에 최고(?) 역작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독자님들께 외면받고 브런치 인사이트가 제공하는 정성,정량 평가가 빵점수준이라 자괴감에 휩싸여있었죠. 이때부터 서점에 가서 에세이 책들을 분석했습니다. 또 브런치북 대상을 받은 책들을 꼼꼼하게 봤죠. 그때 한가지 깨달은 건 “나만 쓸수 있는 고유한 경험”에 대해 써야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게 동네든 음식이든 운동이든요.      


생각보다 이 책은 성공했습니다. 제 브런치 전체 조회수가 200만에 가까워지고 있는데, 100만이상은 이 브런치북에서 트래픽이 발생했습니다. 특정 커뮤니티에 노출되기도 하고, 포털, 브런치 사이트 내부에서도 많은 공유를 받아 500명 정도 되던 구독자가 3000명 가까이 늘었습니다. 이 책은 며칠 전까지만 해도 브런치작가 시드니의 정체성 자체였죠. 비록 브런치의 선택은 받지 못했지만 출판사 연락을 받아 출간 됩니다.                

이 책은 청담동에 사는 사람만 쓸 수 있고, 비슷한 책은 있긴 있었습니다. 레퍼런스로 <합정과 망원사이>, <현수동 빵 삼국지> 등 참고했고요. 다만 타깃이 여성 중심 일 것 같아 그 부분만 3점을 줬습니다.





대망의 2023년,  <면접관 일기> 입니다.


짜잔! 대상 띠지 멋지다...


     

저는 제가 이 작품을 쓴 것도, 응모 한것도 잊고 살고 있었습니다. 올해는 제가 회사에서 중책(?)을 우연히 맡는 통에 거의 글을 못썼거든요. 이 글은 22년 11월에 썼는데, 어떻게 운좋게 공모 시기에 제가 브런치에 들어와서 응모를 했던 것 같습니다. 아마 응모를 못했을 지도 모를 책이죠.      


감기기운이 으슬으슬 올라오던 날, <청담동 사람들은 명품을 안입는다(가제)> 원고를 마감하고 쉬고 있었습니다. 원고지200매 700여장을 쓰는 일이 처음이라 에너지를 많이 써서 그런지 며칠동안 글쓰기가 싫더군요. 그저 소파에 누워서 릴스를 튕기며 킬링타임을 하는데, 뭔가 브런치 계정에 접속하고 싶은 우주의 기운이 몰려듭니다.      


방치된 브런치 계정에 들어가니 알림이 와있었습니다. 보나마나 ‘작가님의 글을 독자님들이 기다리고 있어요 ㅠㅠ’ 류의 읍소 메시지일거라 생각했는데 자세히 보니 그게 아닌거죠. 그 뒤로는 황당, 설렘, 경악을 거치며 삽시간에 출판사와 계약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많은 분들과 미팅을 하면서 이 글이 왜 당선되었는지 어렴풋이 알게 되었습니다.     


관련자 분들이 말씀해주신 이유는 3가지입니다.

1. 수요 > 공급

   (지원자 후기는 많지만 면접관 후기는 없음)

2. 리듬감 있고 생생하게 썼다.

3. 출판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 글은 핸드폰과 IT기기를 모두 뺏긴 극한의 상황에서 종이와 펜만 두고 적어내려간 일기장이었습니다. 살면서 처음 겪은 상황과 감정이라 ‘기록’ 해야했고 어떻게 하면 이 상황을 최대한 재밌게 표현할지만 생각했습니다. 사실상 독방에서 숙고하며 ‘기획’을 한 셈이죠. 그간 공모했던 브런치북들과 비교해보면     


이 글은 면접관을 경험한 사람만 쓸수 있고, 비슷한 책은 못 봤습니다. 취준생, 면접관들 모두 궁금해할 것 같고 무엇보다 완전 힘을 빼고 썼습니다. 공모전 자체를 생각 안하고 소설 쓰듯 신나게 썼지요.


제가 정한 지표에서 이 책은 만점에 가깝습니다. 나만 쓸수 있는 글이고, 비슷한 책이 없고, 사람들이 궁금할만한 내용이며, 의욕없이 진지함을 빼고 리듬타듯 가볍게 썼습니다.     



정리하면,

      

나만의 경험을 써야하고, 그것이 남들이 갖기 어려운 것이어야 한다.     



이번에 열심히 써써 냈지만 당선이 안되신 분들께는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안타깝지만 출판사들이 보는 눈이 없을 확률은 낮....고요. (그들은 아주 프로들입니다. 미팅을 할때마다 놀랍니다.) 그러니 올해 낸 글을 또 내년에 낼 생각은 안 하셨으면 좋겠어요. 공모작들을 거의 다 읽어본다고 하셨으니까요.     


탈락의 슬픔은 충분히 삭히시고, 세밑 한파가 지나가면 바깥세상을 많이 탐해보시길 추천 드려요. 정 쓸 게 없다고요?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 모르겠다고요? 아니에요. 분명 있습니다. 당선된 작가님들에겐 좀 죄송스럽지만 저를 포함해서 당선자들이 대단한 분들은 아니에요. 주변에 있는 사물들을 관찰해서 자기만의 색을 입히면 됩니다.      


교과서 같은 말은 그만 하고 예를 들어보라고요? 흠, 뭐가 있을까요, 점심에 오징어 튀김을 먹은게 생각나네요. 전국에 있는 튀김을 다 먹어보고 <한국을 빛낸 100개의 튀김>을 쓸수도 있을 것 같고요. 친구들과 덕질한 경험을 모아서 <전국덕질자랑>을 쓸수도 있는 거죠. (죄송하지만 <전국덕질자랑>은 이미 제가 쓰고 있..)


다만 쓰고 싶은 글을 쓰되,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도 궁금할지 한번만 더 생각해보세요. 나와 내가 아닌 것을 고민해보고 접점에 맞는 테마를 골라야 ‘당선’ 확률이 높아지는 것 같습니다.           


간단히 쓰려고 하는데, A4 3장이 넘어가네요. 브런치에 쓰는 글은 A4 1.5장 –2장이 적정하다고 말씀드리는데, 내용이 내용인지라 양이 만만찮습니다. 조만간 출간시점에 맞춰서 한번 무물을 오픈할게요. 브런치에서 뜸할때는 인스타에 있으니 심심할 때 방문해주세요!


<인스타 주소>

https://www.instagram.com/sydney__nam ​



별 대단한 후기는 아니지만, 내년 브런치북 대상을 노리는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저는 이만 이만 물러날게요. 다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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