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없다고 했을 때 주변 사람들의 반응
'돈이 없다'라는 고백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보며
두 번째 에세이 <청담동 살아요, 돈은 없지만> 사전판매가 시작됐다. 교보, 예스24 등 줄줄이 온라인 서점DB등록이 되고 다양한 채널에서 나를 팔로우 하는 독자님들께 공지를 했다. 그와 동시에 청담동 관련한 글들의 글감이 된 주변 지인들에게도 용기를 내어 링크를 공유했다.
사실 창피한 감정도 있었다. 평소 입에 달고 사는 ‘돈이 없다’지만 정작 제목에 새겨놓고 나니 무게가 느껴졌다. 그럼에도 이 책을 가까운 지인들에게 공유한 건 한낱 수치심보다는 내 인생의 이벤트를 나누며 소통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강했기 때문이다.
이 책을 받아든 지인들의 반응은 2가지였다. 그룹의 구성으로 극명히 나뉘었다.
1. 회사사람들 : 돈이 없기는 무슨!
2. 동네사람들 : 딱 내 이야기네!
책의 출간을 회사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다. 사생활을 회사에 공유했을 때 좋은 일이 생기는 걸 별로 보지 못했으니까. 그래도 <청담동> 책 관련 인터뷰를 해준 회사동료(도겸씨) 및 평소 내 글쓰기를 응원해준 선후배 들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공개했다.
회사 동료들에게 온라인서점 구매링크를 보내주니 한 동료가 흥분하며 말한다. “시드니, 거짓말이 심한 거 아냐? 시드니가 돈 없으면 누가 돈이 있는 거야.” 이런 반응은 예상했다. 나도 이 지점이 독자 기만이 아닐까 하는 우려도 했으니까. 이 지역에 아무리 세입자로 있다고 해도 전세금이 두자리 수다. 우리나라 상위 10% 자산이 딱 10억이라고 하는데, 어떤 형태로 이 지역에 거주한다면 상위 10%는 된다는 말이다.
하지만 ‘돈이 없다’는 개념은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분들에게는 0억를 가진 사람이 재벌급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청담,삼성,압구정 이런 동네에서는 서민층이다. 예시를 줄줄이 나열하긴 어렵지만 주변인 빅데이터에 의거하여 ‘돈이 없다.’라는 문장의 상대성을 확인했고, 이것이 내 글의 진정성을 뒷받침 해줄거라 믿었다.
회사사람들 반응은 예상되는 수준이었지만, 동네사람들 반응이 의외였다. 친한 엄마들이 모여있는 단톡방과 워킹맘 단체방에 내 글을 소개했더니 다들 ‘자기 이야기’라며 흥분했다. 내 옆 아파트에 사는 한 엄마도 누군가 집을 물어보면 애매하게 선릉이라고 하거나 세무서라고 얼버무린다고 했다.
청담동 토박이인 몇몇도 돈이 없는 건 자기 이야기라며 어릴 때부터 부의 격차를 느끼며 살아왔다고 했다. 내가 쭈굴대는 이유가 당신 때문인데 당사자 조차 자신들의 이야기라며 공감했다. 사실 이 반응에 놀라서 한명 한명 붙잡고 ‘아니, 돈 많으신거 아니었어요? 제가 그렇게 쫄았는데.’라고 물어볼 판이었다.
책 소개를 쭉 읽어본 청담동 토박이 분들이 에피소드를 더 제공해주겠대서 주말에 한 분을 만났다. 청담동에서 초중고를 나온 이 분의 이야기를 두 시간 남짓 들었는데 바로 시즌2를 쓰고 싶을 정도로 다양한 이야기를 쏟아 내주셨다. 아직 시즌2는 계획하고 있지 않으니 이번주 계획중인 메일링 서비스로 조금씩 공개해볼 생각이다.
화창한 가을날, 출판사에서 완성된 책을 보내주셨다. 흥분한 마음에 택배박스를 뜯고 남편에게 읽어보라고 한 권을 건넸다. 속독으로 책을 쭉 읽어내린 남편에게 소회를 물었다.
나: 여보 어때?
남편: 재밌네. 술술 읽히고. 근데,
나: 응응. (긴장)
남편: 좀 잘난 척 한다고 느낄 수도 있지 않을까?
나: 잘난 척?
남편: 다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비슷했고, 그런데 또 달랐다. 이런 말을 하는 거잖아.
나: 응. 맞아.
남편: 이 동네를 좀 미화한 부분도 있다고 생각해. 불편하신 분들도 좀 있겠어.
다른 줄 알았는데 비슷했고 그리고 또 달랐다. 이 책을 관통하는 문장이니 동의한다. 다만 미화는 작가의 의도가 아니다. 청담동을 아름답게 꾸미거나 뽐내려는 의도는 없다. 그런 글을 쓸거였으면 오히려 겉모습에 대해 글을 한바닥 써냈을 거다. 그런데 그런 글을 쓸 수도 없었다. 겉모습이 대단한 분들은 일상에서 뵌적이 없으니까.
이 책은 청담역 부근 생활자, 나의 11년에 대한 반성문이다. 나를 과하게 무시할 줄 알아서 겉모습을 꾸미고 나갔지만 아무도 나를 무시하지 않는 모습에서 시작된 반성문. 나를 포함한 우리는 때론 모종의 이유로 사람을 지레 짐작한다. 저 사람은 명품을 휘둘렀으니 부자일거야, 빵집 아저씨가 서울대를 나올 리가 없지, 고급 신축아파트에 사는 사람이라면 나를 무시할 거야 등.
통념을 깨는 경험을 했고 그것을 글로 옮겼을 뿐이다. 부디 독자님들도 나의 의도대로 읽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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