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돈이 필요해.
그렇게 일을 그만두고, 몇 년 간 이곳저곳 전전했다.
스트레스가 없는 일들이었지만, 재미도 없었다.
지난 수년간 해 왔던 일에 비하면, 매우 규칙적이고 조용한 삶.
처음엔 이렇게 평화로울 수가 없었다.
가끔 힘들고 짜증 나는 일들도 있었지만, 금방 털어버릴 수 있는 정도였기에 그럭저럭 잘 버텼다.
그러나, 그 평화를 깨 버린 것은 시드니의 살벌한 물가 수준.
"돈, 돈이었다."
코로나 이후 살벌하게 오른 물가에 비해,
내 잔고는 밑 빠진 독 같았다.
분명히 매일 꾸준히, 휴가도 없이, 일만 하는데.
내가 사치를 하는 것도 아닌데.
지갑은 점점 얇아져갔다.
그래.
소득을 조금만이라도 높여보자.
어떤 직종이든 상관없다, 1불이라도 더 주면 그쪽으로 옮겨보자.
그리고는 바로 호주의 잡코리아, 사람인 같을 구인구직 사이트를 쓰윽 둘러봤다.
염탐(?)이라는 표현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내 눈을 의심했다.
"다들 진짜 이만큼 번다고?"
2년 만에 찾아본 구인구직 사이트는 올라간 물가만큼 급여 수준도 올라가 있었다.
나만.
이렇게 살고 있었다니.
정말 바보가 따로 없었다.
한 직장에서 볼 것 다 봤다고, 다른 곳은 쳐다볼 생각도 안 했다니.
아, 물론 그때의 나는 정말 질릴 대로 질렸었다.
그래, 다시 정신을 좀 차리자. 그리고는 바로 휴대폰 연락처를 뒤지기 시작했다.
그때 그 시절 같이 일하던 동료들, 업계 사람들에게 안부인사를 가장한 메시지를 보내놓고 답이 오기만을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