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암 진료비 900원

의료혜택 좋아해야 하나요?

by 돼지

"900원 납부할게요."

진료비 수납을 하는데 직원이 친절하게 말했다.


입원하기에 앞서 채혈부터 심전도, 폐기능, x-ray, ct 등 검사를 했다. 결과를 듣기 위해 병원에 방문한 날, 진료비를 수납하는데 단돈 900원이었다. 못해도 2만 원은 넘는데 900원이라니.. 내가 환자가 된 사실이 실감이 났다.

세침검사 결과 갑상선암으로 확정됐다. 의료보험관련해 중증으로 나의 이름이 등록됐나 보다. 이전에 냈던 병원비도 감면받았다.

이런 상황을 좋아해야 하나?


"땅 파봐, 돈 나오나.."

친언니의 농담 섞인 말에 나는 수긍했다.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한다.

연이은 비소식에 날이 흐리다. 만개했던 벚꽃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렇게 예뻤던 벚꽃은 내년에 또 만나러 오겠지?

수술 날짜는 정확하게 잡혔다. 아직 부모님에게 말도 못 꺼냈다. 이제 일주일의 시간이 생겼다.

슬프진 않지만 나는 가끔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 그러다 다시 정신 차리고 별거 아니라며 스스로를 다그치고 있다.

갑상선암은 착한 암이고, 예후가 좋다고 한다. 막상 당사자는 그렇게 받아들이는 게 쉽지 않다. 내 몸에 있는 걸 떼내어 버려야 한다. 없어도 살지만 다른 사람처럼 있는 게 좋긴 하지.


"궁금한 것 있어요?"

진료를 받는데 의사 선생님이 질문하셨다. 사실 궁금한 건 많은 데 질문하지 않았다. 정확한 건 수술 후 조직검사를 해봐야 하기 때문이다. 무의미한 문장들을 말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나는 이제부터 의사 선생님을 믿기로 했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 이 순간도 나는 괴로워할 테니까.

"없어요."

특이 사항이 없는 결과였다. 이제 수술만 하면 된다. 두 달간의 병가휴직 중 한 달 하고 몇 주가 지났다. 쿠팡에 복귀해야 하는데 다시 수술대에 오르게 된 나.

수술하면 완벽히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나와 같은 분들의 수술 후기를 보면 다시 직장에 복귀해 살아가고 있다. 쿠팡에 나의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머리가 지끈지끈하다.


병가휴직이기 때문에 월급은 없는 샘 쳤다. 실제로 없다. 그런데 3월 월급 명세서를 이메일에서 확인하고 놀라운 사실을 확인했다. 정기적 지급으로 기본급이 나에게 지급됐다. 건강보험, 장기요양, 국민연금, 고용보험비를 제외한 59,360원이 실수령액으로 나와있었다.

생각지도 못한 금액에 쿠팡에 감사해졌다.


혼자 검사결과를 듣고 스타벅스에 앉아서 글을 쓰고 앉아있다. 마음은 복잡하지만 남들과 다를 바 없는 일상을 보낸다.

아픈 이들을 봤을 때 항상 나는 제3의 입장이었다. 정확이 맞다. 이제 당사자가 된 지금의 상황이 웃기고 슬프다. 그래도 가족 중 내가 아파서 다행이다. 나는 아직 젊고 이겨 낼 수 있다.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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