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에필로그
“책육아는 거창하지 않아도 충분하다”
*
프롤로그에서 ‘나는 대단한 책육아를 하지 않았다’고 고백했습니다. 돌이켜보면 제가 해온 방식은 책을 ‘놀이’처럼 여기게 하는 ‘책놀감’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거창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충분히 책의 매력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책육아를 무겁고 진중하게 생각하지 않고, 일상에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을 나름대로 찾았던 것 같습니다. 그 핵심은 아이든 어른이든 재미있어야 책을 펼치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어떤 씨앗을 가지고 있든 땅에 심기만 하면 그 부모처럼 자라난다는 사실은 불변의 진리입니다. 어떤 자양분을 넣어주느냐가 인간에게는 ‘경험’이라고 볼 수 있으며, 나무로 자랄 수 있는 씨앗이 풀이 될지, 묘목이 될지, 수백 년을 사는 아름드리나무가 될지는 그 자양분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자양분을 직접 경험과 간접 경험으로 얻을 수 있습니다. 먼저 직접 경험은 매우 중요합니다. 실제로 겪으며 얻는 정보나 감정은 매우 강력해서 오래도록 기억에 남기 때문입니다. 또한 직접 겪고 느낀 것이 많은 사람은 삶에 있어서 자신감을 가지고 살아갈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아이들을 책에만 가두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며, 오히려 경계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경험을 직접 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시간적으로나 금전적으로 한계가 있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간접 경험을 통해 세상을 탐구해 나가야 하는데, 성격이나 활동 반경에 따라 친구나 주변 사람과의 교류에도 한계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점을 보완해 주는 것이 바로 책입니다.
책은 언제든 펼치기만 하면 새로운 세상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책마다 낯선 ‘나’를 만나며 다양한 갈등과 사건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주인공을 따라가다 보면 ‘주인공이 왜 저러지?’, ‘나라면 이때 어떻게 했을까?’라며 자신을 이입하게 되는데 이러한 활동은 삶에서 중요한 선택을 할 때마다 훌륭한 밑거름이 됩니다.
물론 영상을 통해 지식과 경험을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영상이 텔러(영상 제작자)의 중심으로 사고가 이루어지는 반면, 책은 리더(독자)가 중심이 되어 사고를 이어가게 된다는 중요한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실제로 영상은 일방향으로 정보가 전달되기 때문에 시청자는 내용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또한 영상은 편의성은 높지만, 빠르게 소비되어 깊이 있는 사고 없이 지나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반해 독서는 텍스트를 읽고 그 의미를 독자 스스로 해석하고 재구성하는 능동적인 과정입니다. 집중과 에너지를 사용해야 하는 어려운 일이지만, 이야기를 상상하고 비판적으로 사고하며, 자신의 배경 지식과 연결해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가치 있는 행위입니다. 미디어별 뇌 활동의 차이에 대한 연구는 이미 숱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책은 인간이 나름의 ‘개똥철학’을 만들도록 도와줍니다. 책은 인간에게 최고의 ‘가성비’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 준다고 믿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도 저는 아이의 눈앞에 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힘을 조금 빼고 무리하지 않되, 아이가 원하는 만큼 가볍게 책을 읽어주는 것만으로도 책의 세상으로 아이를 데려갈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끝.
*
이 책에 담긴 아이들의 사진은 소중한 추억을 공유하고자 사용되었습니다.
아이들의 초상권 보호와 책의 저작권 보호를 위해 사진 및 내용의 무단 복제, 배포, 캡처를 금합니다.
여러분의 따뜻한 이해와 협조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