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을 채우는 전집보다 중요한 것, 만화책도 괜찮습니다
PART 11. 독서인으로 키우는 가치
- 벽을 채우는 전집보다 중요한 것, 만화책도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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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아이의 유치원 친구 가족과 식사를 하는 자리였습니다. 마침 생일이었던 그 친구를 위해 책을 사려했는데 책을 싫어한다고 들었습니다. 고민하다가 야구 선수 이름을 다 외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어린이를 대상으로 쓰인 야구 책과 잡지를 한 권씩 사서 선물했습니다. 아직 한글을 다 떼기 전이었는데 얼마 후 아이가 그 책을 들고 다니며 열심히 읽어서 달달 외우게 되었다는 후문을 들었습니다.
책이 재미있어야 좋아할 수 있고, 좋아해야 곁에 두고 오래도록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독서의 방향은 바로 책을 읽는 것이 아닌, 책으로 노는 것, 즉 '책놀감'입니다. 독해력이나 문해력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니 저는 크게 걱정하지 않습니다. 책을 꺼내어 읽는 것만으로도 감사하자 생각합니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책육아를 통해 책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도록 도왔습니다. 이 책놀감은 그림책, 동화, 소설책뿐만 아니라 만화책까지 포함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만화도 좋은 책놀감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자극과 흥미를 추구하는 만화에 빠져있다면 단칼에 없애기보다 흥미를 가질만한 다른 양질의 만화나 책들을 찾아 주어 스스로 고개를 돌리게 만들어야 합니다. 저희 아이도 현재 그리스로마신화와 한국사, 쿠키런 세계도시탐험 만화책에 푹 빠져 있습니다. 걱정이 된 건 사실이지만 시도 때도 없이 아이가 책을 꺼내드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책에 대한 마음이 변하지 않게 소중히 여기도록 도와주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만화를 읽는 '수단'입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으로 보는 디지털 만화는 페이지를 쉽게 '스크롤' 하며 빠르게 소비됩니다. 반면 책 형태의 만화책은 아이가 능동적으로 손을 사용해 책을 꺼내 들고 다음 페이지를 넘겨야 합니다. 이 행위는 아이에게 독서의 몰입도를 높이고 내용을 자기 것으로 소화하는 능동적인 독서 경험을 가능하게 합니다.
뿐만 아니라 만화책은 글과 그림이 함께 있어 두 가지 정보를 동시에 해석해야 하는 복합적인 매체입니다. 이는 시각적 정보 해석 능력(디지털 리터러시)과 텍스트의 이해력을 높이는 것에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됩니다. 더불어 '만화가나 SF작가가 만들어낸 이야기를 과학자가 현실로 만들어낸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신 적이 있을 거예요. 만화는 허무맹랑해 보이는 이야기도 많지만, 만화적 상상력으로 인해 현실화된 과학 발명품이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을 아실 겁니다. 입을 수 있는 로봇이나 하늘을 나는 자동차, 그리고 머지않을 현실이 될 인공지능(AI)의 시대에 만화 속 상상들은 강력한 영감의 원천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의 목표는 책을 많이 읽히는 것이 아니라, 독서인으로 키우는 것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한걸음 나아가 아주 조금 더 욕심을 내자면, 살아가다 지치거나 힘들 때 책을 통해 큰 위로를 받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아울러 중요한 선택을 앞두고 책을 통해 지혜를 얻을 수 있다면, 아이에게 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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