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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즈 Jun 25. 2024

밤이 무서워

돌림 노래 대신 돌림 울음


 둘째가 울면 첫째도 따라서 우는 밤이 이어지고 있다.


내 눈에는 아직도 아기 같은 큰딸

 


 첫째는 성장통 때문에 무릎이 아파서, 둘째가 우는 소리에 깜짝 놀라서, 무서운 꿈을 꿔서, 엄마가 옆자리에 없어서, 깨어보니 엄마가 동생를 안고 있어서 서운해서 운다.




둘째는 글쎄...... 몸에 트림이 남아서? 급성장기라 뼈마디가 쑤셔서? 우리가 잠결에 코를 골거나 뒤척이는 소리에 놀라서? 그것도 아니면 더워서? 두지는 모르겠다. 그래서 울기만 하면 홀라당 안아 들어 버리지. (그러니 어미야 안아라 식의 울음이 늘어나는 걸지도.)




 두 딸을 같은 공간에서 재우기ㅡ물론 중간에 내가 있다ㅡ까지 9개월이 걸렸다. 큰 아이가 동생 울음소리에 익숙해지고, 동생이 목표를 갖고 울기 시작하는 시기가 딱 9개월이었다. 엄마랑 같이 자고 싶어 하는 큰딸을 어르고 달래서 아빠랑 잠들게 한 뒤 뒤늦게 곁을 찾아 누워 머리를 쓰다듬고 팔다리 어루만지고 하던 시기가 있었다. 아이의 서운함을 좀 줄여보려고 일부러 "엄마 너 자는 모습 보러 와있다"며 티 내듯 깨운 적도 있었다. 유치원 시절 아빠와 보낸 시간이 많아서인지 아빠를 편하게 느끼기는 하지만 엄마가 줄 수 있는 시간과 마음은 또 다른 온도일 텐데- 하며 잠든 아이를 짠하게 바라보다가 어느새 9개월이 흘렀다.



 처음부터 같이 재우는 다른 부모들은 어떻게 하는 걸까? 나이 차가 적은 아이들을 함께 재우는 부모들은 기본적으로 다 겪는 일이겠지? 패밀리 침대에서 모두가 다 함께 하는 가족들이 신기하게 여겨진다. 아기들을 잘 재우는 부모들이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잘 자는 아기들도 어떤 의미에서는 미스터리 하다. 내 딸들은 아주 쉽게 잘 자는 편은 아닌 것 같아서 그 부분이 제일 부러운 점이라 그런가 보다.



자다가 깨면 항상 저렇게 매달려 주방에 있는 나를 바라본다

 둘째는 나중에 이런 일들을 기억하진 못할 테니까 첫째한테 더 신경을 쓰자고 마음 먹지만, 자다가 깨서 무섭다고 우는 큰 아이를 보면 막막하고 짜증 날 때도 있다. 그럴 때는 자꾸자꾸 되뇐다. 어릴 적 내 방 창문 너머 보일러 가동 소리가 들릴 때마다 119 프로그램에서 본 것처럼 폭발할까 노심초사 잠든 날이 많지 않았느냐고.  잠결에 걸어둔 빨래를 보며 저승사자 꿈을 꾼 적도 있었고, 일주일에 서너 번 가위눌리는 청소년기를 보냈기에 저 마음 내가 제일 잘 알지 않냐고 스스로 되묻는다. 그래봤자 초등학교 저학년이라고, 우리 엄마는 못 그랬지만 나는 안아줄 거라고 생각을 고쳐먹는다. 최소한 뭐라 하진 말자며 정신 차리자고 다그친다. 하지만 열에 한둘은 참을 수가 없다. 아이에게 어릴 적 내가 제일 싫어했던 내 모습이 보이는 건...... 힘들다. 그럴 땐 남편에게 아이를 넘긴다. 



 아빠 품에서 편하게 잠이 든 딸을 보면서 안전하지 못한 엄마라 미안하다며, 그 말을 한 아름 끌어안고 잠자리에 누우면 후회가 내 몸을 푹 눌러서 가끔은 숨을 쉬기가 어렵다.



 급성장하는 한 살배기도, 세상을 알아가는 9살짜리도, 진짜 어른이 되려면 한참 멀은 엄마도 밤은 언제나 무섭다.


동생 돌보기 힘들다고 첫째가 써준 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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