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샐리 Feb 21. 2022

전세계 10억명의 MZ세대가 쓰는 앱 회사가 일하는 법



지난 몇 주 동안 주식시장에서 가장 큰 화두였던 페이스북 주가의 대폭 하락과 관련하여 여러 요소가 있지만 어닝스콜에서 직접 주커버그가 언급했던 경쟁회사, TikTok 틱톡



틱톡은 2021년 9월 기준 전세계에서 10억명의 월간 이용자를 기록하였으며 숏폼 비디오 콘텐츠 시장의 선두주자로서 중국의 성공신화를 이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크리에이터의 주요 플랫폼으로서 자리 잡아 유투브 및 인스타그램과 나란히 경쟁을 하고 있는 위치이다.



2015년 우버와 에어비앤비로 한참 화두였던 "공유경제"(Shared Economy) 이후로, 올해 가장 핫한 키워드인 "크리에이터 경제"(Creator Economy). 글을 쓰든, 사진을 찍든, 영상을 찍든 모든 콘텐츠가 이제 돈을 벌 수 있는 소재가 되었으며, 소셜 미디어 플랫폼들은 이러한 콘텐츠 작성자 / 크리에이터들을 모시고 유지하기 위해서 돈을 뿌리고 있다.



틱톡이 미국 시장에서 성장하기 위해 Creator Fund 를 런칭한 이 후, Youtube 에서도 틱톡을 따라잡기 위해 만든 유투브 숏츠를 런칭하면서 숏츠 영상을 자주 올리고 영상 성과가 좋은 이용자들한테 $ 돈을 주고 있다. 인스타그램 Reels, Snapchat 등 영상 콘텐츠 플랫폼들은 너도나도 할 것 없이 크리에이터 모시기에 혈전의 사투를 벌이고 있다.



그렇다, 나는 100년된 미국계 대기업에서 중국의 디지털 역사의 한 획을 긋고 있는 회사로 이직하였다. 2021년 9월에 퇴사한 후, 비자 거류증 등의 프로세스가 끝나기를 1달 반정도 기다린 후 10월에 입사하여 아직 6개월이 되지 않은 파릇파릇한 새내기라고 할 수 있다.



모든  프로세스화 되어있고, 리뷰에 리뷰를 거듭하여 매끄럽게 만들어 보고하는 대기업의 형식에서 일하다 현재의 스타트업 문화를 기반으로 하는 회사의 업무 방식에 적응하는데는 약간의 시간이 걸렸다. (물론 지금도 적응 ...) 글로벌 프로덕트를 만들고 있는 회사는 어떻게 빠르게 변화에 대응하고 업무를 진행하는지 이야기 해보겠다.



1. 모든 것은 기록되어 있고 누구든 찾아볼 수 있다


입사 첫 날 오리엔테이션을 마치고 오후에 팀원들과 인사한 후, 바로 받은 건 참고할 수 있는 문서들의 링크였다. 입사한 부서의 업무 방향성이 무엇이고, 성장 목표는 무엇인지부터 시작해서 팀 최근 업무 배경, 진전, 추후 과정, 프로덕트 관련 문서 등 모든 내용이 링크 안에 또다른 링크로 연결되어 있어 첫 날 링크타고 여러 내용 보느라 문서만 한 20개 읽은 것 같다.



메신저에서 키워드를 검색하면 관련된 문서가 부서 상관없이 다 오픈되어 있으며 (컨피덴셜한 내용 제외) 기술팀에서 작성하였든 미국 마케팅에서 작성하였든, 몇 년전에 했던 프로젝트인지 상관없이 아주 많은 내용의 기록을 열람할 수 있는 knowledge sharing이 매우 잘 되어있다.



일전에 한국에서나 미국 대기업의 중국인이든, 자신이 갖고있는 문서는 내 힘(?)과 같은 존재로, 협업을 해야하는 관계임에도 끝까지 데이터 공개를 안하거나 기획문서를 공유하지 않는 케이스들을 많이 마주칠 수 있었다. 공유해달라고 몇 번이나 말을 하거나 리더쉽의 디렉션이 내려와야 그제서야 전달주어 협업하는데 껄끄러움을 여러번 느꼈다. 물론 클라우드화가 안되어있으면 마음대로 배끼꺼나 아이디어를 자신의 것이라고 포장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이다. 대부분의 문서가 시스템에서 접근이 가능하고, 열람 권한을 설정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도 작성자가 누구인지 정확히 남기 때문에 여기서는 누가 더 많은 문서를 작성하고 깔끔하게 정리하여 cross-functional 팀에게 도움이 되는지가 매우 중요한 업무이다.  

 


2. PPT를 일절 쓰지 않는다


앞서 말한 것과 같이, 문서화가 잘 되어있는 이유중 하나는 모든 문서가 피피티가 아닌 워드 형식의 글로 작성해야하기 때문이다. 5년 동안 피피티로 내용을 정리하고 보고하는 것에 익숙하였고, 또한 피피티에 화려한 효과를 내는걸 즐겨하던 나였기에 초반에는 줄 글로 내용을 어떻게 전달할지 고민이 많았다. 글만 쓰기에는 뭔가 계속 내용이 길어지는 것 같고, 도형을 써서 시각화를 하고 싶은데 그 부분이 어렵다보니 처음엔 막막했다. 하지만 점점 익숙해지다 보니 피피티를 사용하지 않는게 정말 효율적이라는 것을 느꼈다.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의 큰 틀을 잡아 소제목을 설정하고, 그에 따라서 연관된 내용을 1차로는 영어로 쓰고 2차로 중국어로 다듬어서 문서를 작성했다. 그리고 도표를 써서 구조를 잡아 반복되는 내용을 줄이다 보니, 훨씬 글을 읽어내려가면서 로직을 말할 수 있으며, 핵심 내용을 간추려 쓰는 스킬을 얻게 되었다.



현재 부서의 위클리 회의에서 여러 국가 리젼의 현황을 공유하는데, 제일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 초반 30분은 모두가 같이 읽고 궁금한 부분에 커멘트를 달아 놓는다. 30분 안에 모두 위클리 보고서 내용을 다 읽었을 경우 추가로 동일한 내용을 반복적으로 이야기 하지 않아도 되며, 다른 팀원들이 코멘트를 단 부분에 추가 답변을 하는 형식으로 미팅이 진행된다.



미팅에서 같은 말 또하고 전에 공유했던 내용을 아무도 숙지하지 않은 상태에서 미팅에 들어오는 것에 대하여 많은 비효율성을 느꼈기 때문에, 이러한 문서 위주의 그리고 미리 30분 동안 내용을 읽는 방식이 새로웠다. 물론 시간이 없을 때는 앞에 미팅을 먼저 들어가놓은 상태에서 10분 정도 남았을 때 몰아서 읽지만, 똑같은 내용을 여러번 반복하거나, 중요하지 않은 이슈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아서 효율적인 미팅 진행 방법으로 생가되었다.


3. 프로덕트 위주의 사업, 빠른 의사결정


바로 이전에 있던 회사가 디지털 사업 위주가 아닌 전통적인 산업이었기에 시장과 관련해서 리딩하는 사업부문은 세일즈/마케팅 또는 전략부였다. 그리고 프로덕트 팀은 비즈니스팀의 demand requirement를 받아서 상품을 기획해 실현해내는 업무 위주였다.



프로덕트 관련 직무로 일을 하다보니, 플랫폼 회사에서 일하고 싶은 마음이 커져 현재 회사로 이직하게 되었다. 현재 디지털 플랫폼 위주의 인터넷 기업에서 일하면서 느끼는 점은 의사결정이 매우 빠르고, 프로덕트 및 기술팀의 파워가 넘사벽이라는 것이다. 이전에는 프로덕트 플랜이 비즈니스에 의해서 관리되거나 논의되었지만, 인터넷 기업에서는 프로덕트가 비즈니스를 만들어낸다. 신규 수익 모델을 발굴하고, 이에 따라서 앱 기능을 어떻게 개발하는지 조정하는지를 결정하여 비즈니스 팀이 서포트하여 외부 시장 및 고객과 커뮤니케이션하고 시장을 확대하는 형식이다.



그 전에는 기술개발팀이 프로덕트의 demand를 받아 개발해오는 방식이었다면, 현재 회사에서는 프로덕트와 기술팀이 분리되어 있는 부서이며 실제로 어느정도 경쟁관계가 있다. 프로덕트가 기술 관련 이해도가 없으면 기술팀에서 바로 챌린지를 하고 demand를 reject 하거나 더 다듬어서 오라고 돌려보낸다. 또한 프로덕트 팀은 개발 사고나 bug를 고려해서 지속적으로 기능을 체크하고 수정을 요구해야한다.



디지털 플랫폼 비즈니스는 시장의 변화를 빠르게 캐치하여 프로덕트가 어떤 가치를 제공해야하는지, 어떻게 수익을 최대화할지를 끊임없이 고려해야한다. 개발팀에게 요구사항을 전달하는 것도 모두 비즈니스 수익이 얼만큼 나올 수 있는지 수치화가 되어있어야 진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모든 결정사항은 근거가 있어야 하며 결과를 도출해야한다. 리더십 또한 외부 변화에 끊임없이 대응하기 위해서 과감한 결정을 내리기도 하고,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 신규 initiative에는 엄청난 예산을 지원해준다.


4. 모르는 것은 테스트를 통해 빠르게 검증하고 결론 내린다


모든 프로젝트는 글로벌 시장으로 런칭되며, 신규 프로젝트일 경우 시장 및 유저의 반응을 보기 위해서 AB test를 진행한다. 플랫폼 수익의 주요 지표와 연관된 요소를 개선시키는 것으로부터 시작하여, 어떤 가격이 제일 반응이 좋을지, 어떤 기능이 앱 체류 시간 및 빈도를 늘리는데 도움이 되는지 등을 고려하여 매 주 테스트를 설정한다.



매 주 테스트가 진행되다 보니, 초반에는 이용자 입장에서 너무 혼란스러울 수도 있으며 고객경험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생각이 들었었다. 이용자의 반응 및 피드백 하나하나가 매우 중요했던 산업에 있다가, 몇 백만 몇천만 명의 데일리 이용자가 있는 앱 서비스를 운영하다보니, 비즈니스 관점에서는 수익 및 효과를 검증하는게 최우선이기 때문에 마이너한 이용자의 피드백은 가끔 우선순위가 떨어지기도 한다. 어느 정도 통계가 되는 사이즈가 아니라면 프로덕트를 수정하는데 비용이 더 크기 때문에 이러한 테스트로 빠르게 검증하고 결론을 도출하는 것이 더 도움되는 방식이다.


5. 빠른 의사결정, 결론은 2개월 안에 판단된다


반복적인 테스트를 통해서 지표 변화를 트래킹하고, 지속적으로 수익을 최대화하는 방향으로 결정을 내리게 된다. 한 달이면 4번 이상의 테스트를 진행하여, 월 말에 테스트 결론을 통해서 방향성을 다듬고, 이를 통해 얻은 내용을 기반으로 확장 방안을 고려하면서 동시에 또 다른 테스트 분야를 결정한다. 실제로 테스트를 하면서 solid한 수치를 기반으로 리더쉽에게 보고가 진행되기 때문에, 보고서에는 결론을 미리 한정짓거나 xxx라고 예상된다라는 식의 문장은 최대한 쓰지 않는 것이 내부적인 룰이다.



마지막으로, 틱톡이라는 회사가 중국의 앱에서 전세계 10억명의 이용자를 가진 앱으로 빠른 성장을 이룰 수 있게된 이유는 위에 작성한 모든 것이 2개월 베이스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Bi-monthly 라고 불리며 1월-2월, 3월-4월 등 이렇게 2개월 기준으로 부서별 목표, 팀 목표, 개인 목표를 OKR로 작성하며, 매 주 테스트를 통해서 검증한 내용을 기반으로 방향성을 수정하거나 비즈니스 목표를 조정한다. 2개월이 끝날 때 쯤에는 review를 진행하여, 월 초에 작성했던 목표를 얼만큼 달성했는지 분석하고, 달성하지 못한 부분은 이유가 무엇인지 상세히 적어 팀과 오픈하여 공유한다.






중국에서도 바이트댄스 内卷(neijuan)이 유명할 정도로, 업무강도는 최상이다. 内卷은 내부 경쟁을 뜻하는 단어로, 서로 같은 목표를 갖고 있지만 다른 방식으로 실현하여 누가 더 빨리 성과를 내는지 경쟁하는 것이다. 워낙 소셜미디어 시장의 변화가 빠르기 때문에,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만들고 제공하여 이용자 이탈을 최소화하고 user growth를 극대화해는데 중요성이 크다.



수치화된 OKR 목표를 통해서 2개월마다 계속해서 실적을 내야하는 압박도 상당하지만, 모든 것이 기록되는 것은 열심히 하는 사람은 실적도 빠르게 어필할 수 있다는 것이기도 하며, 성장 욕구가 큰 사람들은 이러한 환경에서 빠르게 성공 케이스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충분한 자금력으로 모든 프로젝트를 빵빵하게 펀딩해주고, 실행 결과가 바로바로 지표로 나오기 때문에 끊임없이 개선을 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 롤러코스터 같이 빠르게 진행되는 리듬에 번아웃이 금방 오기도 하지만, 수익과 곧장 연관된 업무를 하기 때문에 내가 하는 일이 어떻게 변화를 만들어내는지 결과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선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글로벌 마켓에서 크리에이터 플랫폼으로 시장 장악을 목표로 하고 있는 틱톡, 올해 유투브와 메타 등 여러 소셜미디어 플랫폼들이 어마어마한 투자를 통해 크리에이터를 모시기에 혈안인 와중에 올 해 어떤 큰 변화와 성과들이 있을지 기대가 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100년된 기업은 어떻게 전략을 짜는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