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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indy Hwang 황선연 Apr 22. 2022

프롤로그

<프롤로그>          


 수레를 몰아 정양문을 나와 유리창을 지나면서 어떤 이에게 물었다.      


“유리창은 모두 몇 칸이나 됩니까?”

“모두 27만 칸입니다.”     


 정양문에서 가로로 뻗어 선무문에 이르기까지의 다섯 거리가 다 유리창이다. 국내외의, 진귀한 물건들이 모여드는 곳이다. 나는 한 누각에 올라 난간에 기댄 채 탄식하였다.     



“이 세상에 진실로 한 사람의 지기만 만나도 아쉬움이 없으리라.”     


 아아, 사람들은 늘 스스로를 보고자 하나 제대로 볼 수가 없다. 그런즉 때로 바보나 미치광이처럼 다른 사람이 되어 자신을 돌아볼 때야 비로소 자신이 다른 존재와 다를 바 없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런 경지에 이르러야 비로소 얽매임이 없이 자유로워진다. 


 성인은 이 도를 운용하셨기에 세상을 버리고도 번민이 없었고, 홀로 서 있어도 두려움이 없었다. 공자는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더라도 성내지 않는다면 또한 군자가 아니겠느냐’ 하였고, 노자도 역시 ‘나를 알아주는 이가 드물다면 나는 참으로 고귀한 존재도다’ 하였다. 이렇듯이 남이 나를 알아주기를 원치 않아서 자신의 옷을 바꾸기도 하고, 자신의 외모를 바꾸거나 이름을 바꾸는 경우도 있었다. 


 이는 곧 성인과 부처, 현자와 호걸 등이 세상을 하나의 노리개 정도로 간주하여, 천하를 다스리는 것과도 그 즐거움을 바꾸지 않는 까닭이다.      

 

 이럴 때, 세상에 단 한사람이라도 자신을 알아보는 이가 있다면, 그 자취는 드러나게 된다. 실제로 세상에 자신을 알아주는 단 한사람의 지기가 없었던 적은 없다.      

 

 이제 나는 이 유리창 중에 홀로 서 있다. 내가 입고 있는 옷과 갓은 세상이 알지 못하는 것이고, 그 수염과 눈썹은 천하가 처음 보는 바이며, 반남(潘南-연암의 관향)의 박씨는 중국 천하가 들어보지 못한 성씨이다.               

 

 여기서 나는 성인도 되고 부처도 되고 현자도 되고 호걸도 되려니, 이러한 미치광이 짓은 기자(箕子-중국 상(은)나라 충신)나 접여(接與-춘추시대 초나라 은자)와 같으니 장차 어느 지기와 이 지극한 즐거움을 논할 수 있으리오.      

 

                                                          1780년 8월 4일 청나라 연경(북경)에서 박지원 씀     


<출처 : 세계 최고의 여행기 열하일기 하권 –그린비 출판사, 고미숙, 길진숙, 김풍기 엮고 옮김, P97-98>  





브라잇 동맹 3권에 이어 4권 [열하일기 외전]을 올릴 예정입니다.


4권의 제목에서 보시다시피 박지원의 [열하일기]를 뼈대로 하여 중국 청나라로 시간여행을 하는 우리의 사랑스럽고 귀여운 주인공 이안과 수진의 모험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고전 넘버 원이 바로 박지원의 [열하일기]입니다.

특히 박지원 연구가이신 고미숙 님이 같이 엮은 그린비 출판사 버전책을 참고로 하였고 고미숙님을 직접 뵙고 강연도 들으며 박지원에 대한 이해가 더욱 깊어지게 되었습니다.


열하일기를 읽으면서 박지원 이란 인물이 현대의 관점에서 봤을 때 그 당시 매우 세련되고 국제적이었구나, 그리고 그에 대한 역사적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여러분도 브라잇 동맹 4권을 보면서 꼭 한번 열하일기를 읽어보길 적극 추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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