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돼지 콧김과 무심한 고목

거리 두기

by 재해석


아는 사람들과

정을

떼기로 했습니다.

언니 동생 조카 친구 할 것 없이

차갑고 일방적인 작별.


예측 불가한 것이 이별이라

몇 번 뒤통수 맞고 보니 옹졸한 꽤가 납니다.

영악한 선수 치기.


모르는 사람들 속 무구한 자유를 아시나요.

모래의 고백을 무심히 씹어 삼키는 바닷가,

낙엽의 잠을 깨워도 미안하지 않은 적막한 오솔길,

타인의 시선을 피하지 않아도 되는 어둑한 영화관.


아는 사람은,

습한 숨 몰아 쉬는 멧돼지 콧김 같고

불쑥 길을 막아선 고라니 같고

들짐승 같아서

숨이 가쁘답니다.


모르는 사람은,

아무것도 묻지 않은 채 흩어지는 무해한 모래알이고

말 걸어오지 않는 무심한 고목이며

함부로 소리 내지 않는 서늘한 들풀입니다.

그저 풍경입니다.


아는 사람을 위한다고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고 하니

할 말이 점점 줄어 듭니다.


괜찮지 않을 땐

괜찮지 않다고 혼잣말하는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고 고독한 미아가 되려 합니다.

모르는 사람에게 발 밟히고 소리칩니다.


“ 아야!! 당신 눈은 액세서리입니까?? “


모르는 사람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