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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어 Nov 25. 2021

개나 줘버려!

- 할 말하고 삽시다!

채용 공고를 보다 보면 어이없고, 화날 때가 많다. 턱없이 적은 급여를 주면서도 요구 사항이 너무 많은 기업과 공공기관이 꽤 있기 때문이다.


홍보 업무를 담당할 단기 계약직 직원을 뽑으면서 ‘언론, 기관, 온라인 홍보, 행사, 이벤트 유경험자, 포토샵, 일러스트, 프리미어, 사진 영상 편집 프로그램 활용 가능자, 공인 영어 성적 우수자(TOEIC, TEPS, TOEFL, OPIc), SNS 채널 운영 관리, 블로그 작성, 비주얼 영상 콘텐츠 기획, 온라인 마케팅 및 프로모션 가능자’ 등...


그렇듯 장황한 요구 사항을 버젓이, 아주 뻔뻔하게 올리는 기업과 공공기관을 자주 보게 된다.


그들이 요구하는 제출 서류도 많은데, 서류 전형에 합격하더라도 실기 시험에 실무진 면접, 임원 면접까지 산 넘어 산이다.


채용 인원이 딸랑 1명이고, 급여도 200만 원밖에 안 되건만, 그래도 응시자가 많으니 기업과 공공기관들은 문제의식을 전혀 느끼지 않은 채 이것저것을 염치없이 요구한다.


최종적으로 합격한 사람은 1명이지만, 불합격한 사람은 수십에서 많게는 백여 명인 경우가 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입사해도 최종 합격자의 행복감은 잠시뿐일 수밖에 없다. 최저 시급보다 조금 더 많은 급여를 받으면서 생활하려면 허리띠를 졸라매도 돈에 쪼들린 나날을 보내야 될 테니.....




10명 중 3명 정도가 한 달에 200만 원도 못 번다고 했던가. 그러니 200만 원이 적은 액수라고 할 수야 없다.


하지만 기업과 공공기관의 무리한 요구에 맞춰 응시자들이 이것저것을 힘겹게 준비하는 걸 생각하면 200만 원이라는 액수가 턱없이 적게만 느껴진다.


더군다나 응시자 가운데 한두 명을 제외한 수많은 사람들이 탈락의 좌절감을 느껴야 하는 걸 떠올리면 “그 돈, 개나 줘버려!” 그렇게 말하고 싶은 충동까지 생긴다.


그래서인지 수많은 청년들이 금수저, 은수저, 흙수저에 민감하고, 아빠 찬스와 엄마 찬스에 분노하는 것이 이해된다.


그들 가운데 상당수가 취업을 포기한 채 백수로 지내고, 또 상당수는 하루에 두세 개의 알바를 하면서 고되게 살아가는 것 또한.....


채용 과정에서 합격자는 소수이지만, 불합격자는 다수이다. 그들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응시자에게 이것저것을 무리하게 요구하지 말고, 채용 절차도 간소화해야 한다.


이제 ‘채용 갑질’을 멈춰야 한다. 사람이라면 염치가 있어야 한다.




채용 시험에서 탈락했지만, 그들은 인생의 탈락자와 낙오자가 아니고, 당신들이 하찮게 여길 대상은 더욱더 아니다. 멀티 플레이어를 원하면, 그 능력에 맞는 대우를 해줘야 되는 게 상식 아닐까.


상식을 상실한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자신의 상식을 개한테 줘버린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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