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도 누군가에게는 엔도르핀, 도파민, 세로토닌
내가 사는 동네에 내가 좋아하는 맛집이나 커피숍, 병원이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지금 내가 사는 동네에는 내가 좋아하는 곳이 네 군데 있다. 그중 한 곳은 헤어숍이다.
재작년까지 바버샵에서 커트하다가 이제는 그곳으로 간다. 비용이 반값이고 30분 안에 커트하는데도 헤어스타일까지 마음에 든다.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마지막으로 바버샵을 갔던 날... 반팔 티셔츠를 입고 팔뚝에 문신인지, 타투인지 모를 무언가를 새긴, 조폭처럼 생긴 30대 남자가 나를 맞이하며 의자에 앉혔다.
원래 내 머리를 커트해 주던 실장이 안 보여서 그에게 물어봤더니 다른 매장으로 옮겼다고 했다. 그런가 보다 했다.
그가 커트하기 전에 머릿결을 적시려고 분무기로 물을 뿌렸는데...
순간, 내 머리가 화초가 된 것만 같았다.
당황스러웠다. 이전에 커트해 주던 담당자들은 머리를 감겨주고, 수건으로 적당히 말린 후 가위질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 작자는 내가 비를 쫄딱 맞은 것처럼 머리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는데도 수건으로 닦아줄 생각을 안 한 채 그냥 커트를 했다.
인상과 외모가 마음에 안 드는 데다가 하는 짓까지 짜증이 났지만, 그의 기에 눌려서 따지지를 않았다.
그저 마음속으로 '이제 안 오면 되지. 오늘이 마지막이야' 결심만 굳혔다.
그가 마사지를 해준다며 뜨거운 수건을 얼굴에 덮은 후 목을 주물러주는데 시원하지 않고 아팠다.
그만하라고 말하면 왠지 그가 기분 나빠하면서 목을 비틀어버릴 것만 같았다. 그래서 아무 말을 하지 않고, 옅은 신음 소리만 목구멍으로 삼켜대면서 그냥 꾹 참았다.
1시간이 하루처럼 길게 느껴졌다.
그 이후로 그곳에 발을 끊고 동네 헤어숍을 다니는데 이동 거리, 비용, 커트 소요 시간, 헤어스타일 등 모든 면에서 만족이 된다.
왜 진작 여기를 알지 못했을까, 알았으면 바버샵을 안 갔을 텐데... 아쉬움과 후회가 생겼다.
며칠 전에도 그곳에서 커트하고 왔다. 이번에도 역시 만족스럽다.
내 머리를 커트해 주는 사람은 알고 있을까? 내가 그 사람 덕분에 기분이 좋아지고, 그래서 그에게 고마워한다는 것을...
직접 말을 안 했지만, 그처럼 나를 기분 좋게 해 주고, 그래서 내가 고마워하는 사람들이 몇 명 또 있다.
혹시? 나 때문에 기분이 좋아지고, 그래서 나를 고마워하는 사람도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