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직원들에게 보내는 읽을거리
우리 회사가 TV 광고를 찍는다면 돌고래 유괴단의 신우석 감독에게 맡기고 싶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했습니다. 기존 틀을 깨는 참신한 아이디어와 유머 그리고 스토리 텔링. 진정한 실력자입니다. 광고를 찍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돌고래 유괴단을 알게 된 수년간 신우석 감독이 어느 대학 출신인지 궁금해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그러다 유퀴즈 신우석 편에서 우연히 학력을 알게 됐습니다. 서로의 나이를 얘기하다가 조세호가 "그럼 01학번 이시죠?" 하고 물었는데 돌아온 대답은 "저 고졸인데요"였습니다.
작년 iPF 톡톡 타임(무기명으로 경영진에 질문하는 채널)에 이런 질문이 올라왔었습니다. "입사자 첫 출근 시 인사발령 메일을 돌리는데, 해당 메일 안에 입사자의 사적인 정보(학력, 경력사항)를 공유하시는데 혹시 이유가 있을까요?". 그리고 질문자는 학력과 경력이 민감한 개인정보라고 덧붙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말에 크게 동의하지 않습니다만 회사의 입장은 톡톡타임 답변대로입니다.
오해가 있을 수 있는데, 학벌주의를 지향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오히려 정 반대의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는 학력을 중요시하고 그것이 파벌과 서열로 이어지는 학벌 사회입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대부분이 그렇습니다. 우리는 미국에 비하면 아주 약과입니다. 우리나라는 TV 드라마에서 서울대학을 한국대학이라고 이름을 바꾸어 부를 때가 많죠. 뻔히 다 알지만 학교 이름은 민감하니까. 그런데 미국의 인기 TV 드라마 Suits는 설정 자체가 하버드 법대 출신만 채용하는 로펌 얘기입니다. 우리처럼 눈 가리고 아웅 하지 않습니다. 영국은 옥스포드/캠브리지대(옥스브리지)를 나오지 않으면 정계입문이 어려울 정도입니다. 영국 역대 총리의 2/3가 옥스브리지 출신입니다. 사회주의 국가인 프랑스, 중국, 북한 조차 학벌 사회입니다.
우리 회사는 학벌주의를 반대합니다.
학벌에 따라 편을 가르고 차별적 대우를 하는 '학벌주의'를 반대한다는 것이지 '일'을 하러 모인 회사라는 울타리 안에서 학력과 경력을 공유하는 것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학벌주의를 반대한다고 블라인드 면접을 하거나 학력을 기재하지 않은 이력서를 받거나 하지 않습니다.
우리 회사는 그 사람의 출신학교 보다 그 사람의 능력에 관심이 있습니다. 그래야 '동료가 복지다'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무능력한 동료만큼 큰 스트레스는 없습니다.
실력이 있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의 출신 학교에 더더욱 무관심해집니다. 신우석 감독을 봤을 때처럼요. 굳이 관심을 갖는다면 그 사람의 실력을 길러준 학교 또는 그 사람의 잠재력을 알아보고 합격 시켜 준 학교의 실력을 인정해 그 학교 출신을 더 뽑고 싶을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학력에 너무 민감해하면 오히려 학벌주의에 종속될 수 있습니다. 학력은 그저 링크드인에 적는 자신의 한 줄짜리 이력일 뿐입니다.
'실력'은 '학력'을 항상 이깁니다. 개인도 회사도 '실력'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뉴진스를 키워낸 어도어 대표.
민희진 대표는 Ditto 뮤직 비디오 제작을 신우석에게 맡겼습니다.
"작업 확정을 한 뒤 첫 미팅에서 나온 신우석 감독의 질문이 인상적이었다. 뉴진스의 장기 플랜,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 알고 싶다고 했다. 전체 방향성을 알아야 현재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 정리될 거 같다고. 그 질문을 받고 큰 안도감이 생겼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내용을 상대가 먼저 질문하면 반갑지 않을 수 없다."
민희진은 또 K팝 뮤직비디오를 찍어보지 않은 사람을 원했다고 합니다. 자기 자신조차 기존 K팝의 틀에 반기를 들고 독립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단적으로 표현하자면 나는 K팝이 말하는 세계관에 반감이 많은 사람이다."
지난 iPF 씽크 미팅(타운홀 미팅의 iPF 버전)에서 우리 회사는 기존 교육 업체에서 종사한 경력자를 잘 뽑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11년 동안 딱 두 명 뽑은 것 같습니다. 기존의 사교육 성공 방정식으로는 교육 개혁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내용을 상대가 먼저 질문하면 반갑지 않을 수 없다"라고 한 민희진과, 그 질문을 한 신우석. 우리 회사에 이 두 사람 같은 인재가 많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