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깎이

by 도토리숲

아버지의 나이테는 손톱에 있나보다

아버지의 나이만큼 두꺼워지는 손톱

손톱깎이의 주둥이보다 더 굵어진

손톱을 여. 러. 번.

나누어 조금씩 깎아 나간다

대나무처럼 굵은 아버지의 손 마디를 잡고

손톱 밑 속살과 하나가 되어가는

화석처럼 단단해지는 손톱

마치 떨어지지 않으려는 듯

아버지의 손끝에 잔뜩 매달린

구부러진 손톱을 깎으며

나이테 속의 아버지를 생각한다

아버지의 젊음을,

아버지의 고단한 하루를,

이제는 잃어버린

웃음 띤 얼굴의 보조개까지

손톱깎이는

손톱 끝에 맺힌 지난 시간들을

딸깍딸깍 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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