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nture Science Center에 다녀와서
이 글은 [해외특파원이 발견한 제3의 공간] 매거진을 통해 알게 된 김정민 매니저님과 저의 이야기를 인터뷰 형식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해외특파원이 발견한 제3의 공간] 매거진의 해외 리포터 피아니스트 엄마 실비아입니다. 만 5세의 아들을 키우며 미국의 테네시 주 내쉬빌에 살고 있습니다. 7년간의 미국 생활 동안 한국과 미국의 다름을 피부에 와 닿게 느껴왔고, 특히나 아이를 키우게 되면서 두 나라의 교육환경과 그 안에서 소통하는 교육자, 보호자, 학습자의 관계에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이 박물관은 1945년 어린이 박물관으로서 처음 문을 열었습니다. 그 이후 많은 기부금을 통해 새 건물을 짓고 이사하면서, 지난 2008년에 오늘날의 전시구성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또한 다양한 연령층을 겨냥한 과학교육 프로그램들과 사회환원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커뮤니티와 소통하려는 노력도 아끼지 않고 있어요. 저는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모두에게 한평생 기억 남을만한 과학적 영감을 주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이 박물관에 큰 매력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총 3층으로 구성된 이 박물관은 휠체어 서비스, 유모차 렌털, 무료 와이파이를 제공하며 층간 이동을 위해 엘리베이터와 계단이 모두 설치되어 있어요. 개인마다의 신체적 다름을 인지하고 배려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또한 모든 연령층이 시설을 즐길 수 있도록 꾸며진 다양한 프로그램이 인상 깊었습니다. 예를 들어, 2-3세의 어린이들이 박물관을 안전하게 체험하고 또 부모들이 서로 알아가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매주 월요일 오전에 Early Explorer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어요.
Q. Early Explorer 프로그램에서 공간을 탐색하는 부분과 프로그램 경험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궁금합니다. 또한 프로그램을 이끄는 사람들은 아이들을, 부모들을 어떻게 대하고 어떤 참여를 이끌어내고자 노력하는지, 어떻게 소통하는지도 궁금해요!
Early Explorer 프로그램은 매주 월요일 오전 만 4세 이하의 미취학 어린이들을 위해 마련된 특별한 시간입니다. 어린이들이 북적이지 않는 시간대에 보호자와 함께 모든 전시를 한가로이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유아 연령대에 맞는 스크린 돔 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스토리타임에는 스태프들이 인형극과 음악을 직접 준비하여 발표합니다. 스태프들이 생동감 있는 인형극을 통해 집중력이 낮은 어린아이들의 흥미를 이끌어내고 관람 후 아이들과 간단한 질의응답을 통해 배울 점을 되새겨 줍니다. 스태프들은 아이들에게서 질문과 동떨어진 대답을 듣거나 어리둥절한 질문을 받더라도 재치 있게 대화를 이끌어가며 “Good question!”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어요. 또한, 관람객이 어리다 보니 인형극 중간에 울음소리가 나거나 느지막이 자리를 잡고 앉게 되는 가족들도 보였는데요 그때에도 연기하는 스태프들이 당황하지 않고 차근히 기다려 주는 것이 아름답게 보였습니다. 제가 놀란 점 중의 하나는 이른 시간(오전 9:30)에도 보호자와 함께 박물관을 찾은 어린 친구들이 많았다는 거예요. 아버지들의 높은 참여율도 놀라웠답니다.
Q) 아이들과 함께 온 부모들이 자신의 자유/안전을 만끽하면서 타인의 자유/안전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개입한다고 느끼셨던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네 있었습니다. 스토리타임이 끝나면 이노베이션 랩에 마련된 만들기 공간에서 이야기와 관련된 만들기 작업을 합니다. 스태프의 만들기 과정 설명이 끝나면 안전한 부분에 한하여 아이들이 주도적으로 만들기를 시작합니다. 부모의 개입은 최소한으로 느껴졌어요. 한 예로, 각 테이블마다 다른 색의 막대기가 놓여 있었는데 어떤 아이가 “나는 빨강이 좋아.” 하는 거예요. 하지만 그 아이의 테이블에는 빨간 막대가 없었어요. 건너편 테이블에는 빨간 막대가 있었죠. 그 아이의 엄마는 아이에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속삭이며 일러줬어요. “옆 테이블에 가서 나에게 빨간 막대를 줄 수 있겠어? 하고 물어보렴.” 제 생각에는 엄마가 직접 가서 막대를 얻어올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 엄마는 아이에게 정중하게 부탁하는 방법을 알려주었고 이를 통해 아이는 부탁하는 법과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아가는 법을 배울 수 있었죠. 건너편 테이블의 엄마도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이 이야기를 모두 듣고 있었어요. “아니야. 안 그래도 돼. 내가 전해줄게.”하고 아이에게 막대기를 패스해줄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더라고요. 상대의 엄마가 아이에게 배움을 주는구나 하고 여기고, 자신의 아이에게 친구가 찾아오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일러주더라고요. 소소한 배려에서 큰 가르침을 얻는 아이들을 볼 수 있었어요.
ASC 안에는 음악의 도시 내쉬빌 답게 SoundBox라고 불리는 음악/소리 체험 전시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 전시관에서는 총 15가지의 활동을 통해서 소리를 '듣다'와 소리를 '만들다'를 체험해 볼 수 있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활동은 이 도시의 가장 실력 있는 단체인 Nashville Symphony Orchestra를 지휘해 보는 것이었어요. 온 도시가 한마음 한뜻으로 자라나는 꿈나무들의 미래를 지원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또한 전반적인 활동들이 소리의 시각화를 통해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내고 있으며 Hands-on activity를 통해 상호 소통을 도모하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 모든 활동들은 단순한 연주가만이 음악을 향유하는 것이 아닌 곳곳에서의 다양한 음악의 쓰임새를 노출시킴으로써 아이들에게 음악을 통해 펼쳐질 수 있는 무궁한 직업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Q. 어떻게 아이들에게 음악을 통해 펼쳐질 수 있는 무궁한 직업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나요?
전시는 음악이 주인공이 되는 활동뿐만 아니라 음악이 조연이 되는 활동을 포함하고 있어요. 한 예로, 키보드와 진동관을 연결하여 낮은음 영역(왼쪽) 키보드에서 연주하면 긴 진동관의 스티로폼이 파닥이고, 높은 음영 역(오른쪽) 키보드에서 연주하면 짧은 진동관의 스티로폼이 파닥이는 걸 볼 수 있답니다. 이 전시는 음악, 그 소리의 원리가 주가 되는 활동이죠. 반면, 터치스크린에서 여러 가지 짧은 영상을 소개하며 이에 어울리는 배경음악을 직접 골라 넣어보는 활동에서는 영상이 주인공이 되게 됩니다. 흔히, 음악 하면 고도의 기술력을 습득한 음악가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 전시에서는 “누구나 패턴에 의해서 리듬, 선율, 화성을 만들어 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 음악을 향유하고 있다 “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더 나아가 창의성에 기반한 선택적 음악활용으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소리의 시각화를 어떻게 하나요? 소리의 시각화는 왜 중요할까요?
어린아이의 경우 시각적인 자극에 의해서 흥미가 유발됩니다. 알록달록 화사한 아동복과 화려한 효과들로 뽐내는 어린이 티브이 채널을 통해서도 알 수 있죠. 이러한 흥미는 아이들의 집중력을 높여줍니다. 또한 시작적인 자극은 반복을 통해 학습하는 어린아이들이 조금 더 즐겁게 반복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소리를 낸다”라는 조금은 단순한 활동에 “보다”라는 흥미 있는 활동이 추가되어 아이들의 집중력을 이끌어 낼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소리를 내며 내가 만들어내는 소리를 본다”라는 확장된 활동은 아이들에게서 “내가 만들어 낸 소리(음악)”라는 자부심을 강화시키는 것 같습니다. 한 예로, 바닥에 비친 글자를 밟고 지나갈 때마다 음정이 연주되는 전시를 즐기는 아들에게서 “엄마 나 좀 봐” 하는 자랑스러운 눈빛을 읽을 수 있었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아이들에게 음악을 설명할 때 시각적인 활동을 많이 포함합니다. 예를 들어, 큰소리 작은 소리를 설명할 때는 우르릉 쾅쾅 큰 번개를 그려주며 큰소리를 떠올리게 하고, 짹짹 작은 참새를 그려주며 작은 소리를 떠올리게 하죠. 반대로 큰소리와 작은 소리를 낸 후 어떤 생각이 드는지 구체적으로 질문하기도 하고요. 청각과 시각이 함께할 때 개념에 대한 인식이 더 똑바로 잡히는 것 것 같아요.
Q. Hands-on activity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가 궁금해요!
키보드 진동관 이외에도 만져서 소리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전시가 많습니다. 한 예로, 화성/리듬/선율(음악의 3요소) 벽 전시는 터치스크린으로 된 벽에 나타난 수많은 점들을 손으로 만져서 위의 세 가지 요소를 손쉽게 변경한 후 변경된 음악을 바로 들을 수가 있습니다. 터치스크린을 만지는 아이들은 시각적으로 반응하는(색이 변하는) 스크린을 보며 흥미를 느끼고 더 나아가 즉각적으로 반영된 소리를 들으며 이전의 상태와 비교하게 되죠. 아이들은 높은 곳의 점을 선택했더니 음이 높아졌구나, 점과 점 사이의 간격을 넓게 했더니 리듬이 바뀌었구나 등등 을 깨달을 수 있어요.
작곡이라는 개념도 흔히들 음악의 개념을 차근차근히 배워온 사람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기 쉽잖아요. 그러나 이곳의 한 전시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제안합니다.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개인의 지문을 스크린을 통해 인식하게 하면 코딩된 컴퓨터에 의해 읽히고 음악으로 연주됩니다. 스크린을 통해 출렁이는 내 지문과 함께 흘러나오는 미스터리한 음악을 듣고 있자면 작곡이라는 것이 멀리 있는 게 아니구나 생각이 듭니다.
Q. Soundbox에서의 경험이 아이들에게 어떤 의미로 남을까요?
SoundBox라는 전시를 통해 아이들이 소리라는 장난감을 가지고 쉽게 놀이를 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이 경험은 아이들이 곳곳에 쓰이고 있는 숨은 음악을 찾아내고 나아가 스스로가 주체가 되어 음악을 향유하는 삶을 살아가는 성공적인 첫 단추가 될 것 같아요.
Q. 공간 내 운영자/스태프, 자원봉사자들은 어떻게 관람객들을 대하고 있나요?
굉장히 친절하고 자신의 업무사항을 잘 숙지하고 있어요. 한 예로, 입장하기 위해 스태프에게 멤버십 회원증을 보여주니 저를 확인하기 위해 아이디를 보여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보여줬더니 “텍사스에서 왔군요! 저도 휴스턴에 한번 놀러 가 봤어요.”라고 시작된 대화가 “내쉬빌에서 이건 꼭 먹어봐야 한다.”까지 진행되었어요. 또한, 이 박물관을 취재하려고 한다는 제 이야기를 듣고는 한국이라는 먼 나라에 소개될 수 있어 영광이라며 총괄 마케팅 매니저와 이벤트 프로그램 담당자를 바로 소개해주고 장문의 이메일로 자신이 하는 일을 소개해주더라고요. 여담으로 핼러윈 즈음에 열린 “Fall Science Festival”에 참가하였는데 부스별로 진행자 모두가 자원봉사자였어요. 모두들 정성껏 분장을 하고 코스튬을 입은 채로 과학의 원리를 설명해주기 위해 열심이었죠. 제 아들은 그날 땀 흘리며 로켓에 대해 설명해주던 우주비행사에게 반하여 올해의 코스튬을 우주비행사로 정했죠.
방문 당시에 단체로 견학 온 장애우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문득 든 생각은 이 과학센터가 이들을 맞이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까 였어요. 집에 와서 온라인으로 살펴보니 모든 연령과 계층의 접근성을 위해 대책과 방안을 마련해 놓은 전담 팀을 갖추고 있고 특별히 신체적/정신적 장애우의 접근성 극대화를 위여 Sensory map을 만들어 놓은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Sensory map이라는 아이디어가 한국의 박물관에도 두루두루 적용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개개인의 특별한 상황과 제약이 전시 관람에 불편함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박물관 측에서의 시스템 구축과 운영자/스태프의 인식 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Adventure Science Center 공식 웹사이트 : https://www.adventuresci.org/accessibil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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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을 위한 제3의 공간이 궁금하다면: https://brunch.co.kr/magazine/playfund
글/사진: 피아니스트 엄마 실비아
인터뷰 진행: C Program Play Fund 김정민 매니저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