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에서 단백뇨가 나온다며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너무 귀찮아서 안 받았더니 다음 해에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모처럼 휴가 쓸 일이 생겼다. 아이들과 외출해서 놀다가 나온 김에 단백뇨 검사를 받아봐야겠다고 불현듯 생각이 나서 한가해 보이는 심장내과를 방문했다. 심장 쪽에도 이상이 있어 건강검진 자료를 의사에게 보여주었고 크게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는 진단을 받았다. 단백뇨 관련 상담도 진행했는데 술담배를 하지 않고 격한 운동도 하지 않았다는데 소변에서 단백질이 검출됐다면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고 소변검사를 권유받았다.
간호사는 내게 종이컵을 건넸고 아이들에게 잠깐 소파에서 기다리라고 했다. 화장실에 빨리 다녀오려고 했으나 기어코 따라온다며 도윤이와 다연이가 난리였다. 그렇게 화장실 칸에 셋이 들어갔고 나는 종이컵에 반쯤 그것을 채우고 중간에 끊고 나머지는 변기에 처리했다.
물을 내리려고 하는데 다연이가 종이컵을 자기가 들고 있겠다고 손을 뻗었고 잠시
맡겼는데 다연이가 너무 태연하게 밑으로 빨려 들어가는 물줄기 속에 그것을 흘려버렸다. 너무 어이가 없어서 말도 안 나왔다. 허탈했다.
다시 간호사에게 가서 다시 종이컵을 달라고 했다. 검사용 컵이냐고 물었고 그건 아니라는 말에 괜히 물어본 듯했다. 첫 컵은 아이가 변기에 버렸다고 하자 웃지도 않고 가서 물을 많이 마시고 다시 소변을 받아오라고 했다. 정수기 옆에 앉아 티브이를 보며 물을 벌컥벌컥 들이마셨다. 이쯤 하면
되었겠다 싶어 화장실로 갔으나 결과는 처참했다. 물의 표면 장력으로 인해 그 양이 바닥을 채우질 못했다.
나 참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었다. 이번엔 간호사를 거치지 않고 조용히 정수기옆으로 가서 물을 심하다 싶을 정도로 들이부었다. 한참을 배가 터지게 마시고 화장실에 가서 결국 소기성과를 달성하고 검사용 용기에 채워 제출했다. 다행히 결과는 이상이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