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년 전쯤 날 놀라게 한 남편의 말이 있다. 그때 나는 아직 돈도 많이 벌지 못하는 사회초년생이었고 당연히 자동차도 없었다. 나의 이동수단은 오로지 버스 혹은 지하철뿐이었는데 어느 날 남편이 내게 그런 말을 했다. “꼭 필요하면 택시도 타는 거지. 급할 때는 택시 타고 와”라고 말이다. 당시에 내게 택시를 탄다는 것은 매우 사치스러운 일이라 무조건 가격만을 생각해서 이동수단을 결정했는데 어른들(남편은 나보다 사회경험이 많았으므로)은 돈보다 시간을 더 중요하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시간과 돈의 가치에 대한 충격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얼마 전 나는 용기를 내어 디지털 편집과 캘리그래피 온라인 강좌를 신청해서 듣고 있다. 사실 더 듣고 싶었던 강의도 있었는데 지인들에게 커리큘럼을 보여주니 가격 대비 얻는 것이 적어 보인다 혹은 유튜브나 블로그를 찾으면 충분히 너도 터득할 수 있는 내용이니 돈을 아껴라 등의 피드백을 받았다. 그들의 말도 맞다. 어떤 강사의 경우 개인 유튜브 채널에서 보여줬던 내용을 그대로 유료 강좌로 개설해서 질타를 받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내가 용기 내어 유료 강좌를 신청한 이유는 돈보다 시간의 가치를 더 높게 매겼기 때문이다.
요즘 학생들은 지식을 얻기 위해 인터넷 특히 유튜브를 활용한다고 한다. 그 내면을 잘 들여다보면 내가 텍스트를 읽는 것보다 다른 사람이 몇 시간에 걸쳐 만들어 낸 10분 이내의 동영상을 보는 편이 더 간단하고 이해가 빠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나 역시 때때로 지식 검색의 도움을 받지만 어렵고 큰 흐름의 개념을 이해할 때는 책을 읽는 것을 선호한다. 요즘 시대에 아직도 책을 읽는 사람이 있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한 권의 책이 나오기까지 작가와 편집자들은 수많은 고민을 하고 가지치기와 살붙이기를 반복하여 독자에게 가장 간결하고 강력하게 이해시킬 수 있도록 노력한다. 그 눈물의 결과물이 책이기 때문에 내가 이곳저곳에서 검색하고 고민하고 실수할 시간을 확실히 줄여준다.
이번 유료 강의도 마찬가지였다. 인터넷이나 유튜브를 검색해서 내가 스스로 지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알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방향을 잡는 것부터 막혀버렸고 설사 무언가 알고 싶은 것이 생기더라도 그 궁금증을 구체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자료를 검색하고 검증하는데 드는 시간이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개인적인 공부를 하는데 열정적으로 쏟을 수 있는 시간이 한 달여 밖에 남지 않았다고 생각이 든 순간 지금은 돈보다 시간의 가치를 더 중히 생각해야 하는 시점이란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큰 맘먹고 유료 강좌를 결제하였고 매일 꾸준히 탄력 받으며 강의를 듣고 연습하고 있다. 후회 없이 개운하게 최선을 다해 공부하는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동네 문구점을 운영하는 사장님은 종종 자기 계발과 시간관리에 대해 글을 올리신다. 이제 갓 30살이 되신다는 사장님의 이야기를 보고 있으면 나보다 어린 나이에 내가 터득한 것들을 이미 체득하고 습관으로 만들었다는 것에 감탄하고 자극을 받게 된다. 얼마 전에 올린 글에는 무궁화호와 KTX 사이에서 고민하다 결정하게 된 과정을 고스란히 드러나있었다. 돈과 시간을 비교하여 나에게 더 이상적이고 높은 효율을 줄 수 있는 방법을 택했다는 시점에서 박수가 절로 나왔다.
우스갯소리로 돈이 있으면 시간이 없고 시간이 있으면 돈이 없다고들 한다. 그 두 가지를 전부 다 가지려면 부단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은 이제 알겠다. 그러니 나도 자꾸 누워있지 말고 행동해야겠다. 오늘은 어제와 달리 햇빛이 너무나 밝고 환해서 나는 지금 조증 모드다! 부디 흐린 날에도 날 움직일 수 있도록 이 부지런함을 습관화 되게 도와주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