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공연을 보러 가는 이유
친구 덕분에 클래식 독주회에 가게 되었다. 클래식에 대해 많이 알지는 못하지만 방구석 1열을 벗어나 직접 공연을 볼 수 있다는 것에 많이 설렜다.
공연 시작을 앞두고 공연장이 어둠에 싸였다. 이내 조명이 밝아지고 피아노와 악보대에 빛이 떨어졌다. 이내 무대 한쪽에서 연주자가 등장했고 관객석에서 박수가 밀려왔다. 바이올린을 시작으로 피아노, 그리고 성악가의 목소리가 겹쳐지며 첫 곡이 시작되었다. 연주자가 움직일 때마다 조명을 받아 반짝거리는 빛이 생기고 없어지기를 여러 번 반복하니 벌써 첫 곡이 끝나버렸다. 프로그램 대부분이 처음 듣는 곡이라서 정말 잠깐, 아주 잠깐! 다른 생각을 할 때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공연을 오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공연에 깊이 몰입하는 순간 잠시지만 나는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집에서 편하게 음원을 듣거나 동영상을 찾아보는 것이 어렵게 시간을 내서 공연장을 찾는 것보다 쉽고 가성비도 좋은 효율적인 방법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주자와 눈을 맞추고 같은 공연을 보며 감정의 물결을 만들어가는 다른 관객들과 함께 한 공간에서 일상을 벗어나 예술의 한가운데에 있을 수 있다는 집중과 몰입의 황홀감. 비행기를 타지 않아도 한 시간여의 여행을 떠났다 돌아온 기분.
공연 내내 연주자의 표정이 풍부하고 연기를 잘해서 그 내용을 정확히 알지 못했지만 곡의 감정을 고스란히 전달받을 수 있었고, 소규모 공연장이다 보니 무대와 가까운 객석에서 연주자 간의 교류까지 자세히 볼 수 있어서 더 즐겁고 유쾌했다. 연주자와 다른 관객들과 서로 공감의 에너지를 주고받을 수 있었던 것도 참 좋았다. 예술을 사랑하는 나는 부디 과학자들께서 코로나를 무찔러 주셔서 많은 사람들에게 이런 기쁨이 돌아갈 수 있었으면 하고 기도해본다. 주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