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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왕고래 Jun 12. 2017

<심리로 봉다방> 출간


브런치는 '글 쓰는 행위' 자체를 응원하는 느낌이 듭니다. 글을 적는 것 외의 고민을 소멸시켜(?) 버리는 깔끔한 UI와 에디팅 모듈도 그중 하나. 새로 진입한 작가에겐 용기를, 자리 잡은 작가에겐 긴장을 줄 수 있는 섬세하고 균형 있는 장치들이 많습니다. 다양한 글을 여러 채널의 독자에게 노출하기 때문에 내 일기장 같던 공간이 환히 빛나기도 하죠. 독특한 이벤트를 진행하여 기회의 폭을 넓힙니다.


그래서 글을 업으로 혹은 큰 단위의 어떤 역할로 여기고 망설였던 사람들이 이곳에서 한 글자, 한 단어, 한 문장을 이어 붙이며 머릿속에서만 맴돌던 자신만의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그 글이 작품이 되기도 하고요.


최근 브런치 응원의 일환으로 "부크크 X 브런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데요. 부크크는 교보, 예스24, 알라딘 등 온라인 서점을 통해서만 주문을 받은 후 그 수량만큼만 책을 인쇄하는 POD(Publish On Demand) 시스템을 사용합니다. 그래서 자신의 이야기가 준비된 작가는 누구나 출판의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대량 생산이 중요한 인쇄 작업을 어떻게 주문에 기반해서 하는지 아버지와 설전을 벌이기도 했는데요. 아버지께선 "3D 프린터가 다 알아서 해주는 시대"라시며 지인들에게도 그렇게 말씀하셨다고... 쨌든 저 역시 출판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심리로 봉다방을.


월급도둑이 되지 않기 위해 본연의 역할을 유지하며 퇴고를 병행하는 건 예상보다 어렵더군요. POD 출판은 표지의 문구 및 디자인부터 내지 교정, 편집까지 거의 모든 걸 혼자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간만에 뇌가 조금 녹아내린 것 같기도 합니다. "브런치 수상 작가가 들려주는 심리로운 이야기"같은 타이틀도 적었다가 다음 날 기겁하며 지웠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종이책이 한 권 도착했습니다.



<심리로 봉다방>은 심리학에 미쳐 살던 20대 후반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이야기입니다. 불현듯 회사를 관뒀고, 아침 일찍 도서관에 가서 밤까지 심리학 관련 서적을 보고 적고 보고 적고 봤는데 그 시간이 너무 행복해서 집으로 오는 길에도 다음 날을 기다렸습니다. 이렇게 뭔가 많이 좋아도 괜찮은 건가 싶었어요. 카페의 창업을 돕는 일도 재밌었습니다. 전에 없던 경험이었죠. 지금의 저는 많이 변했지만 극 중 봉팔이는 여전히 그곳에서 당시의 몰입과 열정을 고스란히 품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퇴고를 하면서 봉다방의 이곳저곳을 수리하고 매만지는 작업은 사실 즐거웠습니다. 아련한 미소 깊어집니다. 눈두덩도 뜨거워지고요. 곳곳에 묻어있는 독자님들의 댓글과 응원에 또 한 번 어깨가 으쓱, 그랬습니다. 감사합니다.


당시 봉순이에게 봉다방 이야기를 책으로 낼 거라고 했었는데 이제야 그 약속을 지키게 되었네요. 초판이 나오자마자 왕십리의 작은 카페, 봉순이네 다락방에 기증했습니다. 그동안 완주 및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덕분입니다.


- 왕고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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