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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미의 세상 Jan 20. 2024

1월의 어느 아침

요즘은 눈 한 번 깜빡이면 한 달이 가고, 어영부영하다 보면 일 년이 훌쩍 지나곤 한다. 한 동안 새해가 되면 첫 해돋이를 보러 다녔는데 올해는 시댁에 다녀오느라 일출을 보러 갈 생각도 못했다. 내게 착한 여자 콤플렉스가 있는 걸까? 시댁 일에 무신경한 형님이 나의 이런 오지랖 때문에 꽤나 불편해할 것을 잘 알고 있지만 90이 넘으신 시부모님이 쓸쓸해하실까 그냥 모른 척할 수가 없었다.     


김치만두 만들고 사골 국 끓이고 이런저런 반찬 하다 보니 꼬박 이틀은 걸렸다. 누군가 나보고 음식 만드는 게 취미냐고 하더니 아마 그런가 보다. 하긴 난 음식 만들어 지인들에게 나눠줄 때가 가장 행복하긴 하다.

"나 깨우지 마! 피곤해"

"알았어, 더 자!"

8시가 지났는데도 겨울이라 그런지 아직도 어두침침하다. 모처럼 포근한 이불속에서  맘껏 게으름을 부려본다. 큰일도 안 했는데 온몸이 욱신거린다. 한 번 잠을 깨니 더 이상 자려해도 잠은 오지 않고 걱정거리만 한가득 몰려왔다.       


아, 노래를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까? 여태 살면서 가수가 부러운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요즘은 TV프로그램에서 노랫소리가 들려오면 절로 눈길이 간다. 특히 ‘골든걸스’에 나오는 톱 비바들이 칼 같이 춤을 추며 시원하게 노래를 부르는 모습은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어려서부터 배우가 되고 싶었다. 그러나 안정적인 은행원이 되었고 결혼해 아이들 키우며 살다 보니 어느새 60대 중반을 달리고 있다.  지난해 우연히 시니어 뮤지컬을 시작한 뒤로 나는 요즘 아주 특별한 재미에 빠져 산다. 하지만 그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다. 방금 한 말도 까먹기 일쑤인데 상대 배우와 대본대로 연기하고 춤과 노래까지 불러야 하니 어떤 때는 자괴감마저 들기도 한다. 다른 것은 꾸준히 연습하면 어떻게 될 것 같은데 그 노래가 쉽지 않다. 가성과 진성을 오가다 음이탈이 나질 않나, 반주를 무시한 채 빨라졌다 느려지질 않나. 정말 대략 난감이다. 보컬트레이닝을 받으면 좀 나아지려나?      


지난해 뮤지컬 공연이 끝난 후 허전한 마음에 '모노 스토리'라는 연기수업을 들었다. 본인의 이야기를 드라마로 만드는 과정이었다. 

"저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그러자 강사는

"왜 뮤지컬 공연한 것 자랑하면 될 거 아녜요?"

아, 연기강사 눈에도 내가 뮤지컬을 한다는 게 자랑질로 보이는구나! 그러니 살기 바쁘거나 무료하게 지내는 동년배들 눈에는 오죽하랴. 사람들은 팔자 좋다고 비아냥거리기도 하고 또 부러워하기도 한다.


하지만 남의 눈치 따위 보고 싶지 않다. 이제껏 열심히 가족을 위해 살아왔으니 이 정도의 사치는 부려도 되지 않을까? 살면서 이렇게 가슴 뛰는 경험을 한 적이 별로 없다. 처음 취직되었을 때, 남편과 데이트할 때, 우리 딸들이 태어나던 순간 그리고 카메라를 들고 온천지를 헤맬 때 정도다.     


우여곡절 끝에 모인 13명은 4월을 목표로 맹연습에 들어갔다. 맘마미아의 타냐와 달리 이번에는 20대의 천진난만한 아가씨다. 어린 목소리를 흉내 내다가 혼나고 대충 말하다가 더 귀엽게 하라고 지적도 받는다.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건지.

정말 이번에는 잘하고 싶은데.....     


"아직도 내 안에 있지만 ~~“

자는 줄 알았던 마누라가 갑자기 노래하는 것을 듣고는

"달콩아 우리는 산책이나 가자" 하며 강아지를 부른다.

내가 요즘 약간 미친 것 같기도 하다. 시도 때도 없이 노래를 흥얼거리고 중얼중얼 대사를 읊는다.     


절대 잊지 마! 넌 수줍고 해맑은 정연이라는 걸! 

1월 어느 날 아침, 내 머릿속은 오로지 뮤지컬 생각으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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