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1 빌딩, 서퍼스 파라다이스,
해가 떨어질 때면 온통 황금빛으로 변하는 골드 코스트(Gold Coast)는 1800 년 초기만 해도 건축 자재인 삼나무를 재배하던 작은 마을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급속도로 성장하더니 땅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처음에는 빈정대는 투로 '골드 코스트'라 부르던 것이 도시 이름이 되었다고 한다.
골드코스트의 백미는 스카이포인트 전망대가 있는 Q1
77 층에서 360도로 보이는 도시의 모습은 정말 환상적이다. 끝없이 이어지는 해안선, 그를 따라 지어진 크고 작은 건물들 그리고 육지 쪽의 워터 프런트 집들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부르즈 할리파 전망대에서 바라보던 사막 위의 도시 전경이 최고라고 생각했는데 높은 건물을 사이에 두고 쉼 없이 파도가 일렁이는 바다와 잔잔한 물길 사이에 자리 잡은 도시 풍경이 동시에 보이는 골드코스트의 전망이 최고다.
Q1빌딩은 2016년까지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아파트였는데 두바이의 21세기 타워가 완공된 후 1위 자리를 내주었다지만 독특하고 압도적인 전망은 결코 그에 뒤지지 않는다.
전망대를 한 바퀴 돌며 달라지는 도시 풍경에 환성을 지르고 있을 때 또 한 번 나를 놀라게 한 것은 그 높은 첨탑 꼭대기를 오르는 사람들이었다. 바로 '스카이포인트 클라임'이라고 하는데 몸에 안전장치를 했다지만 유리 칸막이 하나 없는 층계를 오르고 있었다. 다리가 후들거릴 만도 한데 그들은 그렇게 스릴을 즐기고 있다.
해가 뜨거나 질 때 또 밤에 불이 켜질 때 오면 더 멋스러울 것 같다.
호주 사람들은 집 앞에 요트를 정박해 두고 남태평양까지 자기 배로 나갈 수 있는 워터 프런트 집을 좋아해서 그렇게 지어진 집은 아주 비싸다. 해변에 있는 모래는 또 얼마나 고운지 걸을 때마다 뽀드득뽀드득 눈 밟는 소리가 난다. 이곳 사람들은 한겨울에도 이른 아침부터 해변에 나와 수영이나 서핑을 즐기고 출근한다고 한다. 그런데 오후 7시면 거의 모든 곳이 소등하는 통에 우리와 같은 밤문화는 찾아볼 수가 없단다.
서퍼들의 천국인 서퍼스 파라다이스
요즘은 우리나라도 양양 쪽에 가면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을 볼 수 있는데 이곳의 긴 해변은 말 그대로 서퍼들의 천국이었다. 근처 바에서는 감미로운 음악이 흐르고 있고 해변에는 쉴 새 없이 몰아치는 파도를 즐기는 사람들로 활기가 넘쳤다. 그런데 해변이 얼마나 넓은지 사람들이 개미처럼 보였다.
호화 요트 선착장인 마리나 미라지
서퍼스 파라다이스에서 북쪽으로 가다 보면 수많은 요트들이 정박해 있는 곳이 마리나 미라지 선착장이다. 요트에 대한 로망이 있어서인지 높은 빌딩을 배경으로 다양한 요트들이 정박해 있는 모습이 그저 부럽다.
이 멋진 풍경을 보며 휘시엔 칩스를 먹었다. 서울에서도 가끔 생선가스를 먹곤 했는데 아주 큼지막한 생선 튀김과 굵직한 감자튀김 그리고 맥주 한 잔까지 마시니 세상에 부러울 게 없었다. 가장 맛있게 먹었던 감자튀김이다.
그런데 그 후로도 여행 내내 이 감자튀김이 나왔다. 감자가 호주 사람들에게는 주식인가 보다. 스테이크를 먹을 때도 또 다른 현지식을 먹을 때도 어김없이 나오는 바람에 그 후 서울에 온 뒤로는 그렇게 즐겨 먹던 햄버거 세트가 더 이상 먹고 싶지 않았다.
선착장을 한 바퀴 돌 때 가이드가 감성돔을 보여주겠다며 바닷물만 보며 가더니 드디어 감성돔 떼를 발견했다. 바로 발아래에서 떼 지어 놀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비싼 몸값을 받는 생선이지만 이곳 사람들은 회를 먹지 않으니 그저 관상용일 뿐이다. 그 옆을 유유히 지나가고 있는 블랙스완까지 우와~.
엘리펀트 락 전망대에서 바라본 커럼빈 비치
코끼리 모양으로 생긴 바위 위에 바다가 잘 보이는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다. 우리의 서해 바다처럼 뻘이 없어 바다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 상쾌한 해변을 맘껏 걸어보고 싶었지만 햇볕이 얼마나 따갑던지 그저 눈으로만 즐겼다.
골드코스트 씨웨이
골드코스트 최북단에는 씨웨이가 있는데 메인 비치에서 서퍼스 파라다이스까지 연결된 5 킬로미터에 이르는 아름다운 길이다. 해로를 설치한 것은 선박들에게 안전한 통로와 바다의 파도 유입을 줄여주기 위해서란다. 또 바다 가운데 길게 설치된 Spit bridge는 파도 위로 튀어나와 모래를 펌핑하는 부두를 상징한다고 한다.
커럼빈 야생동물 공원에서 들은 코알라와 캥거루 이야기
호주 하면 떠오르는 동물이 코알라와 캥거루다. 동물원에 들어가자마자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이 코알라인데 거의 모든 녀석들이 자고 있었다. 녀석들은 원래 야행성인 데다 알코올 성분이 들어 있는 유칼립투스 나뭇잎을 먹고살기 때문에 내내 잠을 잔다고 한다.
코알라의 임신기간은 한 달 뿐이라 미숙인 상태로 태어나 에미 뱃속 주머니에서 6개월 동안 젖을 먹고 자란다. 그 주머니는 캥거루와 달리 아래에서 위로 들어가게 되어 있다. 새끼가 처음 태어나서는 유칼립투스 나뭇잎에 있는 알코올 성분을 해독할 능력이 없어 에미가 싸는 초록색의 젤리 같은 똥을 받아먹으며 차차 적응하게 된다.
코알라를 다른 나라에서 데려다 키우기가 어려운 것이 바로 이 유칼립투스 나무를 계속해서 가져오기 어렵기 때문이다. 유칼립투스 나뭇잎은 독이 없고 살균 작용이 뛰어나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없다. 알코올 성분을 해독할 수 있는 간을 가진 코알라만 이 먹잇감을 먹으니 다른 동물에게 뺏길 염려도 없다. 그저 한 나무에 올라가 먹고 자다 보니 점점 뇌가 퇴화되어 치매에 걸려있는 상태라고 한다.
멍게나 굴 전복 등 바위에 붙어사는 것들도 유충일 때는 바닷속을 헤엄치면서 돌아다니지만 바위에 달라붙은 뒤로는 자신의 뇌를 갉아먹는다고 한다. 우리도 끊임없이 뇌를 쓰고 움직이지 않으면 그들처럼 치매에 걸릴 것이라는 중요한 사실을 깨우치게 되었다.
호주를 상징하는 동물이 캥거루가 된 것은 걷거나 뒤로 뛰지 못하고 앞으로만 뛰는 동물이기 때문이지 않았을까? 캥거루는 그 종류도 많았다. 작은 토끼 같이 생긴 왈러비, 우리가 가장 흔히 보는 브레이 캥거루, 2 미터가 넘어 사람을 해치기도 한다는 레드캥거루가 있다. 레드 캥거루는 한 번 점프하면 5미터 이상이나 뛴다는데 꼬리와 뒷다리를 디딤돌로 해서 점프를 한다고 한다.
우리 눈에는 신기한 동물인 캥거루가 호주에서는 그리 반갑지 않은 것은 소나 양들이 먹을 풀을 다 먹어 버리기 때문이다. 번식력도 커서 1년에 한 번씩 30,000마리 이상 죽이는데 수컷만 죽인다고 한다. ㅠㅠ
공원에는 코알라와 캥거루 외에도 많은 동물이 있는데 가까이 가서 만져볼 수도 있어 좋다. 평지가 아닌 야산에 만들어 놓은 자연스러운 데다 어떤 곳은 마치 정글에 들어온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