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벗하는 것만큼 몸과 마음에 좋은 약이 있을까요.
나무의 이야기, 새의 노래는 빌딩 숲에 사는 우리들에게 얼마나 그리운 것들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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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합할 화, 말씀 담
자연 속에서 정답게 이야기 나누며 정성 들여 가꾼 아름다운 자연을 감상하고..." - 화담숲으로의 초대 글
화담숲에 대해서는 전부터 익히 들어왔지만 온 것은 처음이다. 사진 촬영을 위해 즐겨 찾는 곳 중 하나가 수목원이다. 아침고요 수목원, 벽초지 수목원, 물향기 수목원 등등 찾아다니다 너무 인공적인 것에 어느 순간 싫증이 나서 수목원에 가지 않았다.
가을 단풍지를 검색하다가 우연히 화담숲을 보게 되었고 누군가 취소하는 바람에 운 좋게 예약이 가능하게 되었다. 모노레일을 타며 편하게 관람할 수도 있었으나 수목원 구석구석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 우리는 두 발로 다니기로 했다.
이른 아침부터 단풍나들이에 나선 사람들 때문에 숲은 벌써부터 북새통이다. 오색 찬란한 나뭇잎들은 도리어 우리를 구경이라도 하려는 지 그 좁은 틈새에 얼굴을 비집고 내미는 통에 어떤 녀석에 시선을 주어야 할지 모를 지경이다. 스키장 건너편에 위치한 산자락에는 자연생태관 이끼원, 철쭉 진달래길부터 소나무 정원 등으로 나누어 4,000여 종이 넘는 나무를 심어놓았다. 산책길도 경사가 심하지 않아 부담 없이 이야기를 나누며 경치를 즐기기 좋다. 특히 곳곳에 물길을 만들어 놓아 걷는 내내 물소리가 들려서 좋다.
여행길에 나서면 늘 두세 발자국 앞서 걸으며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는데 오늘은 강아지 없이 혼자 걸어오는 남편이 영 마음에 걸린다. '화담'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며 가능한 남편과 시선도 맞춰보고 이야기도 나누며 사진도 찍어준다. 늘 카메라 앞에만 서면 얼음이 되는 바람에 이렇게 저렇게 포즈를 요구해 보지만 거기서 거기다.
그때 바로 옆을 지나던 남자,
"자, 사진 한 장 찍어 봐라."
귀찮다는 듯 따라서 오던 아가씨는 냉큼 찍어주고는 휙 가버린다.
"에고, 잘 좀 찍어드리지."
아빠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앞서 간 딸을 황급히 따라나선다.
그런가 하면 계속 사진을 찍어주는 우리를 본 어떤 커플은
"좋은 취미 가지셨네요. 카메라로 멋진 사진 찍어 주시니 행복하시겠어요."
"집사람이 사진작가예요."
"작가는 무슨...."
아름다운 경치 속을 거닐어서일까? 남편도 기분이 좋은가 보다.
봄이면 아주 예뻤을 철쭉 진달래길을 지나니 자작나무 숲이다. 인제의 자작나무 숲만큼 우거지지는 않았지만 꽤 많은 자작나무가 있다. 독특한 자작나무의 옹이가 있는지 찾아본다. 처음 자작나무 숲에서 옹이를 만났을 때 마치 수많은 눈들이 쳐다보는 것 같아 깜짝 놀랐었다.
양치식물원을 지나니 소나무 정원이다. 화려한 단풍 못지않게 푸른 소나무만으로도 볼거리가 가득하다. 어쩜 저렇게 희한하게 생겼을까? 독특하게 자란 그들의 모습에 감탄하게 된다. 왠지 소나무를 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엄마, 이리 와 봐."
엄마와 함께 나들이에 나선 딸은 싫다고 손사래를 치는 엄마를 세워놓고 연신 셔터를 눌러댄다. 억지웃음을 지으며 V자를 만드는 엄마나 또 그 사진을 찍어주는 딸의 모습이 그렇게 정답게 보일 수가 없다.
"우리 딸들은 뭐 하고 있는 거지"
내려가는 내내 우리 곁에서 엄마를 챙기는 것을 보니 부럽기 짝이 없다.
철 지나 시들어가는 수국, 제철 맞은 국화 등 숲을 한 바퀴 돌다 보면 사계를 볼 수 있다.
다리운동 열심히 했으니 파전에 막걸리 한 잔으로 마무리. 모 재벌 회장은 이것을 꾸며 놓고는 사람들이 "잘했다"라는 말을 듣고 싶었단다.
'네 잘 만들어 놓으셨어요. 덕분에 그다지 힘들이지 않고 아름다운 정원을 구경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