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열 보타닉 가든, 하버 브리지
버스에서 내리자 나뭇가지 사이로 그동안 사진으로만 보던 오페라 하우스와 하버브리지가 보였다. 요른 웃존은 어떻게 지붕을 저렇게 만들 생각을 했을까? 어떻게 보면 조개껍질을 쌓아놓은 것도 같고 또 어찌 보면 한껏 핀 연꽃을 잘라놓은 것도 같다. 그런 지붕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고 있지 않을까?
호주 하면 떠오르는 것은 초록과 청정함이다. 천천히 다가오는 오페라 하우스를 바라보며 걷는 길은 한쪽은 물이요, 한쪽은 푸른 공원인 로열보타닉 가든이다. 한가하게 공원을 즐기는 시민들이 부럽다.
호주를 세계에 알리고 시드니의 랜드마크가 된 오페라 하우스는 2007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었다. 이집트의 피라미드나 아테네의 파르테논 신전에 이어 현대 건축물로는 최초로 그것도 건축가가 살아있을 때 지정된 것이다.
웃존은 건물 중간에 기둥을 없애고 노출 콘크리트 공법을 썼으며 빛과 조명에 따라 건물이 달라 보이게 하려 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타일이다. 광택이 있지만 눈부시지 않은 타일 100만 개(한 장당 약 10만 원)를 외피에 붙이려다 보니 건축비가 어마어마하게 들어가게 되었다.
애초에 70억 원에 4년을 예상했던 공사는 1400억 원에 14년이나 걸리다 보니 건설장관이었던 휴즈와 마찰을 피할 수 없게 되어 9년이나 공들였던 오페라 하우스를 완성하지 못한 체고국인 덴마크로 돌아갔다. 그렇게 사랑하던 작품이 완공되는 것도, 완공식에도 가지 않다가 2008 년 90세의 나이로 덴마크에서 눈을 감았다.
거장 루이스 칸은 오페라 하우스는 햇빛이 비추기 전까지는 이 건물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 수 없다고 까지 말했다. 바로 그 비싼 타일을 썼기 때문이지 않을까? 게다가 타일 덕분에 비가 오면 먼지 등이 절로 씻겨 청소할 필요도 없단다.
하버 브리지는 철제 아치교로 세계에서 8번 째로 길다. 인접해 있는 오페라 하우스와 함께 호주를 대표하는 상징물이다. 다른 곳과 달리 빽빽하게 들어선 고층 건물들이 마치 오페라 하우스를 부러워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
비록 웃존은 가슴에 멍이 들었을지 몰라도 한 사람의 고집 덕분에 명물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