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파

by 신액트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아주 오래된 나침반을 가슴에 품고 오는 듯합니다.

어디로 기울어야 할지, 어디에 뿌리 내려야 할지 모르는 혼란의 계절 속에서도

그 나침반의 바늘은 단 한번도 완전히 멈춘 적이 없습니다.

낯선 얼굴 속에서도 설명할 수 없는 친숙함을 포착하고

말 한마디 건네지 않았는데도 이끌림의 기류를 감지하지요.

논리보다 먼저 반응하고 이성보다 먼저 웃으며

마음의 시간을 앞질러 운명이라는 단어의 발음법을 알려주는

아주 원초적 지각입니다.


궁극적인 사랑이란,

거대한 축복이나 일생일대의 축제라기보다

이미 우리 안에서 숨 쉬어온 오래된 기억 같습니다.

세상을 묶어주는 은밀한 기초법칙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때가되면 우리는 알아봅니다. 빛이 머물러 있는 곳을.

운명의 문이 살짝 열리는 소리. 그 조용한 합창 속에서 우리는 깨닫습니다.

서로가 서로라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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