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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빛소리 Jan 02. 2022

02. 아이를 가진 사람

남에겐 쉽지만, 나에겐 어려웠던

속에 아이가 생겼지만, 쉽사리 가족들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심장 소리를 듣기 전까지 말이다.




출처-unsplash


산부인과에 가면 다양한 사람들을 볼 수 있는데,  이 중 대부분은 아이를 가진 사람들이다. 또한 그중에는 한눈에 임산부라는 것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배가 만삭인 사람들도 많다. 나도 그들처럼, 그들과 유사한 모습으로 진료를 받고 싶었다. 그런데 그 일이 좀처럼 쉽지 않았다.


그러나 포기하진 않았다.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아이를 갖기 위한 필사의 노력을 기울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건 아마도 후회하지 않기 위함이었던 것 같다. '아이를 가진 사람'이 되어 보겠다고 마음먹은 날부터 좋아하던 맥주도 되도록이면 먹지 않았고, 두통약을 달고 사는 나인데, 어디 아픈 곳이 있어도 함부로 약도 먹지 않았다. 특히 정형외과에 일이 있어도 엑스레이는 절대 찍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에게 좋다는 큰 영양제는 잘못 넘겨 구역질을 하더라도 꾸역꾸역 챙겨 먹었고, 의자와 한 몸 되어 화석처럼 살 수 있는 내가 운동도 꾸준히 했다.


그리고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던 어느 날, 아이의 첫 심장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의사 선생님께서 무어라 말씀하셨는데 그 소리는 들리지 않고, 오직 아이의 심장 소리만 내 귀에 메아리쳤다. 기뻤지만 목이 메어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마른침을 삼키자 눈가에는 이미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눈물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창피한 줄도 모르고 어깨를 들썩이면서 소리 내서 흐느껴 울었다. 상상만 했던 아이의 심장소리가 물리적인 소리로 진료실 공간에 울려 퍼졌을 때, 꿈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그날 이후, 나는 아이를 가진 사람이 되었고, 그토록 하고 싶었던 만삭의 몸으로 진료도 보는 기적이 일어났다. 아이가 세상에 나왔을 때 우리 가족은 비로소 '삼인조 가족'이 되었다.


과거 어린 시절, 꿈이 뭐냐고 묻는 질문에 '엄마처럼 되는 것'이라고 말하곤 했었는데, 그 일이 절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온몸으로 깨달았다.


세상에 아이를 가진 모든 사람, '엄마'는 진정 위대하다.


-2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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