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장 자주 떠올린 생각이라면 생각하지 말자는 생각이다. 무언갈 해야 하는데 부정적이거나 무기력한 생각부터 떠오를 때 그걸 긍정적이거나 활력 있게 전환하려 하기보다 생각을 아예 없애는 쪽이 낫다는 걸 깨달았다. 굳이 럭키비키 같은 원영적 사고까지 갈 필요도 없는 것이다. 말하자면 없는 사고, 제로적 사고다(아무래도 요즘 제로 음료도 유행이니깐).
뭘 생각해.. 하기로 했으면 그냥 하자. 이 주문은 생각보다 효과가 있었다. ‘하기 싫은데, 너무 피곤한데, 지금 이게 나한테 도움이 되나?’ 같은 생각은 상황을 바꾸지도, 진행률에 하등 영향을 주지도 않았다. 눈앞에 놓인 일이 집안일, 운동, 일기 쓰기, 마감이 있는 업무, 효도처럼 미뤄봐야 결국 언젠가 내 손으로 해야 한다거나, 해두면 어떻게든 반드시 도움이 되리라는 사실을 알거나, 안 했을 때 얻게 될 마음의 부담이 더 해롭겠다는 예감이 들거나.. 아무튼 그럴 때마다 운동 마지막 세트 수를 헤아리듯 한번만 더 움직이자, 이번까지만 해보자 생각했다. 아니 생각하지 않았다!
덕분에 일상의 면면이 찾아드는 몇 차례 고비를 넘겼지만 생각하기를 거부해선지 감상의 절대량이 줄어든 느낌도 든다. 과연 삶을 더 입체적으로 만드는 건 일상의 질곡이던가. 부정적일지언정 희로애락을 면면이 받아들여야 삶의 양감이 커지는 법이라고 양귀자 선생님이 소설로 말하셨다. 내면의 평화와 신선한 인풋, 두 쪽 모두 포기하기 싫은 내 마음이야말로 모순의 결정체가 맞다는 생각이 든다. 또 생각! 역시 생각하지 않기란 생각보다 더 어려운 일이다.
2024. 6.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