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새피디 Jun 16. 2022

PR 하다가 마케터 된 썰 푼다

언론홍보, 마케팅, 광고의 차이

나는 대학에서 언론정보학을 전공했고 증권사 홍보실 인턴과 홍보대행사 AE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 후 두 곳의 금융 스타트업에서 PR 및 브랜드 콘텐츠를 담당하다 현재의 대기업에서는 브랜드 마케터가 되었다. (의도한 건 아니었는데 어쩌다) 홍보담당에서 마케터가 된 썰..을 풀면서, 두 직무가 어떤 차이가 있는지 개인적인 생각을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PR(언론홍보) : 기사를 올리고 내리는 일

PR은 기자를 상대한다. 쉽게 말하면 매체(기자들)와의 릴레이션십 구축을 통해 기업/브랜드에 유리한 기사를 내고, 불리한 기사를 내리는 일이다.


물론 기업의 규모와 홍보의 니즈에 따라 업무의 범위는 매우 다를 수 있음을 밝힌다. 그러나 본질은 결국 내 회사에 우호적인 보도와 기사가 많이 나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자랑할 일이 생기면 보도자료도 뿌리고, 더 깊게 자랑하려고 기획기사도 만들고, 대표님 내세워서 인터뷰도 하고, 크게 발표할 게 있으면 기자간담회도 하고 그런다.


그리고.. 기사를 막기 위해서는.. 무슨 일이든 한다. 그래서 기자들과 기본적으로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해두는 것이 중요하고, 그래서 술을 많이 마신다. 요즘 젊은 기자들은 안 그런 경우도 많은데 대기업일수록, 데스크나 차장 이상급의 기자들을 관리해야 할수록 저녁자리가 많고 술을 많이 마신다. 그래서 리스크 매니지먼트가 중요한 대기업 홍보실일 경우 기자 출신을 선호한다. 미디어의 생리를 잘 파악하고 있을뿐더러 기본적으로 인맥이 있으니까.


마케팅 : 대중에게 제품 및 서비스를 알리고 판매하기 위한 활동

마케팅은 브랜드 마케팅부터 매출 성과와 더 밀접하게 연관된 서비스단의 마케팅까지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대부분은 기업의 규모와 서비스의 성격에 따라 마케팅팀들의 업무가 다른 것 같다.


일단 우리 회사의 브랜드마케팅팀이 하고 있는 일을 나열하자면 브랜드 캠페인, 광고, 브랜드 전략, SNS 콘텐츠 마케팅 등으로 모두 대중들에게 우리 브랜드를 좋은 방향으로 각인시키고 사용하게 하는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래서 우리는 사용자에게 심어주고 싶은 기업/서비스의 브랜딩 전략을 수립하고, 이에 맞춰 각종 광고를 포함한 브랜드 캠페인을 진행하며, 온드미디어 콘텐츠를 통해 끊임없이 소통한다. 물론 이 뒷단에서 각 서비스의 성장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성과를 측정하기 위한 마케팅 테크놀로지 툴들을 사용하며, 이는 그로스 마케팅/퍼포먼스 마케팅과도 일부 연관된다.


광고 

광고는 내가 몸담아본 직무는 아니지만 PR, 마케팅과 많이 혼동되는 영역이기에 짚어보려고 한다. 울 엄빠는 9년째 내가 아직도 광고 만드는 줄 안다. 처음에 PR 일을 시작했을 때 '언론홍보를 한다'고 이야기해서 그런지 "홍보? 광고홍보? 아 우리 딸이 광고 만드는구나~" 요런 식의 흐름이랄까,,


브랜드 마케터로 일하고 있는 지금은 광고를 만드는 게 일부 맞긴 하다. 매년 브랜드 캠페인을 하고 있고 그 일부로 광고를 제작하고 있어서, 광고 카피도 만들고 모델도 고르고 촬영장에도 가고 한다. 그렇다고 내가 광고쟁이라고는 할 수 없다. 직접 광고를 만드는 분들은 제일기획, 이노션 같은 곳들에 있다. 우리는 그런 대행사와 제작사를 끼고 광고주로서 광고 제작 전반을 핸들링하는 것에 가깝다.

작년에 갔던 광고촬영현장

그래서 어떤 일이 제일 잘 맞았어?


일단 나는 전통적인 PR 업무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 같다. 기자의 갑질들을 견디기가 어려웠고 내가 왜 이들에게 이토록 벌벌 기어야 하는가에 대한 회의감도 컸다. 게다가 난 알쓰고 기자 출신도 아니라서 대기업 홍보실에서 뽑아줄 확률도 희박하다. 


하지만 스타트업 PR은 나름 재미가 있었다. 스타트업도 위기관리해야 할 것들이 많지만("기자님 저 좀 살려주세요" 수도 없이 했다), 그 외에 기업/브랜드를 알리기 위한 PR도 많이 한다. 나 같은 경우 새로운 걸 기획하고 콘텐츠로 만들어 내는걸 재미있어해서, 우리 브랜드를 알리기 위한 다양한 앵글의 기획들을 개발해 피칭하는 일을 많이 했는데 덕분에 조선일보 한 면짜리 기획기사를 내는 등 성과가 좋았다(이때 카드사 홍담들이 연락 와서 광고비 얼마 줬냐고도 물어봤는데 0원이었다. 이것이 기획의 힘이지). 스타트업은 담당 기자들도 젊고 열려있는 경우가 많아서 더 좋았다.


브랜드 마케 일은 계속 새로운 걸 기획하고 크리에이티브한 무언가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점에서 나와 잘 맞는다. 특히 우리 팀이 스타트업처럼 일하는 분위기라 좋다. 물론 전사 캠페인이나 광고는 협의할 팀도 많고 고려할 이슈도 많아서 연 단위로 흘러가는 편이지만, 내가 맡고 있는 sns 콘텐츠는 빠른 속도로 테스트를 해볼 수 있도록 팀장님이 많이 지원을 해주시는 편이라 만족스럽다(스타트업 속도로 일해야 맘 편한 쌔럼,,). (하지만 기업의 덩치가 커질수록 마케팅은 보트가 아니라 항공모함이 되어 재미가 떨어진다고 하긴 하더라. 트렌드는 너무 빨리 변하는데 그걸 바로바로 마케팅에 적용해보기에는 대기업은 한계가 있 하다.)


종합해보면 나는 콘텐츠를 만드는 일이 재미있다. PR의 영역에서도 크리에이티브가 재밌었고, 브랜드 마케팅 또한 그런 측면에서 재미있다. 다음 회사가 어디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나에게 무언가를 끊임없이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곳이 아닐까?


내가 만들어낸 기사, 내가 만든 유튜브 영상, 내가 기획한 인스타그램 포스팅, 내가 쓴 브런치와 블로그.


사람들이 "OO은 콘텐츠 맛집이네", "여기가 이렇게 재밌고 힙한 회사였나?"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그곳이 어디든.


오늘 글은 만 8년 차 직장인의 경험치에 기반해 쓴 것으로, 실제 직무와 업무는 기업/서비스에 따라 많이 다를 수 있습니다! 참고만 해주세요:)

매거진의 이전글 대기업 이직에 성공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