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특히 혼자 장기 여행을 할 때, 무엇보다 중요한 기술은 나를 잘 다루는거다. 그러기 위해선 내가 나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 혼자서 외로워하지 않는 성격인지, 외국 음식은 잘 먹는지, 길은 잘 찾는지, 어떤 컨디션에서 탈이 나는지 등등.
내내 가족과 붙어살았던 22살의 내가 그런걸 알았을리 없다. 호기롭게 떠났던 마음과는 다르게 '이게 외롭다는 감정이구나' 치를 떨며 엉엉 울기도 하고, 작열하는 태양 아래 포노로마노 길바닥에 앉아 엄마에게 집 가고 싶다고 그 비싼 국제 문자도 날려보고, 소세지를 한번만 더 먹으면 토할 것 같아서 한인민박을 찾아 고추장에 밥 비벼서 김치만 올려 한그릇을 뚝딱하다가, 결국 체해서 며칠동안 초콜릿만으로 연명하기도 했다.
그 때는 자책을 많이 했다. 열심히 준비한 여행인데 나 왜 안 행복하지. 왜 안 재밌지.
조금 더 살아보면서 깨달았다. 이상만큼 이상적인 순간은 자주 오지 않고, 그 정도면 퍽 괜찮은 여행이었으며, 덕분에 남들은 더 나이들어 깨닫는걸 일찍이 깨우쳤단걸.
여행 속에서나 밖에서나 나를 잘 이해하는게 중요하고 덕분에 스스로에게 괜찮냐 묻는 날들이 많아졌으니 꼭 해봐야 할 실패였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