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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령 Apr 29. 2024

남프랑스 한 달 살기 여행 중

개인의 취향

남프랑스를 여행하며 한 달 살기의 거점지를 마르세유로 정했다.

기차를 타고 니스와 망통 쪽으로 다시 아비뇽과 님으로 카르카손까지 다니기가 가능하다.

욕심을 내고 부지런히 다니다 보면 몸이 지치고 힘든 아침이 있다.

한 달 살기를 준비하며 늘 마시던 커피도 가지고 왔다.

이곳의 커피도 좋지만 있는 것을 가지고 다니는 습관이 위로가 될 때가 있다.

남프랑스의 날씨는 대부분 쾌청하지만 비바람이 온 동네를 덮어버리면 난방이 잘 되지 않는 방은 습하고 춥다.

남프랑스의 대부분의 호텔은 냉난방의 제한이 있다. 좋은 날씨가 대부분인 탓이기도 하고 그렇게 민감하게 생각지 않는다.

날이 밝지 않았지만

서늘한 기운에 일어나 물을 끓였다.

따뜻하고 포근한 커피를 마시고 싶었다.

익숙한 향이 마음을 어루만진다.

긴장하면 탈이 나는 여행의 일정 중에는 기분조절도 중요하다. 너무 흥분해도 일을 그르치지만 너무 가라앉아도 몸이 무거워진다.

새벽에 일어나  물을 끓이고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만들며 향기 속에 안긴다. 전지분유로 우유를 만들고 커피를 넣어 따뜻한 기운을 마신다. 우유를 구하기 힘들거나 귀찮을 때 전지분유를 대용하는 것이 요긴하다.

빵 만들 때도 넣고 그냥 물에 타먹기도 했던 전지분유가 여행지의 한 수가 되었다. 숙소의 주방에 따뜻한 분유와 커피의 향이 차분한 몸과 마음이 되게 한다.

 익숙한 향을 가지고 여행을 하는 것.

새롭고 낯선 길로 향하겠다는 의지와 깃발이 다소 무색하게 새벽이면 익숙한 향이 그리워지는 것은 나그네의 심장을 가진 탓이겠지. 결국은 돌아오기 위해 떠나는 것이고 나를 알고 싶어 남알려고 떠나는 것이니까.

이방인의 거리에서 같은 향기로 공유하는 작은 테이블이 위안이 되는 것.

어느 만큼은 공통분모를 가진 지구 위의 사람들 사이에 나도 걸어가는 것. 가끔은 힘을 빼고 익숙한 향기에 안주하는 것.

거칠고 긴 여행의 시간에 꼭 필요한 준비물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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