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인물
- 소크라테스: 고대 그리스 아테네의 철학자
- 민준: 웹툰 작가
- 지훈: AI 개발자
- 수빈: 대학생 (콘텐츠 소비자)
소크라테스: 젊은 친구들이여, 오늘 나는 참으로 흥미로운 것을 보았네. 어떤 이가 손가락 몇 번 움직임으로 다른 이의 작품을 순식간에 천 명, 만 명에게 전할 수 있다더군. 그런데 말이야, 이것이 과연 좋은 일인가, 나쁜 일인가?
민준: 소크라테스님, 저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복잡해요. 제 작품이 많이 공유되면 유명해지긴 하지만, 무단으로 퍼가서 돈을 버는 사람들을 보면 화가 나거든요.
소크라테스: 아, 그렇다면 자네는 자네가 만든 것을 '소유'한다고 생각하는가?
민준: 당연하죠! 제가 밤새워 그린 건데요.
소크라테스: 흥미롭군. 그런데 자네가 그림을 그릴 때 사용한 펜은 누가 만들었나? 종이는? 그리고 자네가 배운 그림 기법은?
지훈: 소크라테스님 말씀이 맞아요. 저는 AI를 개발하는데, 우리 AI가 학습한 데이터는 인터넷에 있는 수많은 작품들이에요. 그런데 AI가 그것들을 학습해서 새로운 그림을 그리면, 그게 누구 것인가요?
수빈: 잠깐만요! 그럼 우리가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밈이나 패러디는 어떻게 되는 거예요? 원작자의 허락을 받아야 하나요?
소크라테스: 훌륭한 질문들이네. 그런데 잠시, 우리가 뭔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이 있지 않나? 자네는 방금 AI가 '새로운' 그림을 그린다고 했는데, 정말 새로운 것인가?
지훈: 그건 기존 이미지들을 분석해서 패턴을 학습한 후 조합하는 거죠.
소크라테스: 그렇다면 자네도 마찬가지 아닌가? 프로그래머들도 코딩을 배울 때 다른 프로그래머들의 코드를 보고 배우지 않겠나?
민준: 아, 맞아요! 저도 다른 작가들 그림체를 따라 그리며 연습했어요.
소크라테스: 그렇다면 '창작'이란 무엇인가? 혹시 우리가 '소유'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 아닌가?
민준: 그건 너무 극단적이지 않나요? 그럼 제가 밤새워 그린 노력은 뭐가 되는 거죠?
소크라테스: 자네의 노력을 폄하하는 게 아니라네. 그런데 자네가 말하는 '저작권'이란 정확히 무엇인가?
민준: 제가 만든 작품을 마음대로 복사하거나 돈벌이에 쓰지 못하게 하는 권리요.
소크라테스: 흥미롭군. 그렇다면 자네가 그린 '그림' 자체를 보호하는 것인가, 아니면 그 그림에 담긴 '아이디어'를 보호하는 것인가?
수빈: 어? 그 둘이 다른 건가요?
지훈: 그럼요. 저작권은 아이디어가 아니라 그 아이디어의 '표현'을 보호해요. 그래서 같은 소재라도 다르게 그리면 각각 다른 작품으로 보호받죠.
소크라테스: 그렇다면 '표현'과 '아이디어'는 어떻게 구분하는가? 그리고 왜 아이디어는 보호하지 않는 걸까?
민준: 생각해 보니 아이디어까지 독점하면 아무도 비슷한 이야기를 만들 수 없겠네요.
소크라테스: 바로 그것이야! 그렇다면 다시 묻겠네. 자네가 사용한 펜과 종이, 그리고 자네가 배운 그림 기법들까지 모두 자네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수빈: 그렇게 따지면 아무도 아무것도 소유할 수 없잖아요!
소크라테스: 흥미로운 결론이군, 그런데 만약 정말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이토록 '내 것'에 집착하는 걸까?
지훈: 생존 때문이요. 창작자도 먹고살아야 하니까요.
소크라테스: 아하! 드디어 진짜 문제가 나왔군. 그렇다면 문제는 '소유'가 아니라 '생계'인가?
민준: 맞아요! 저도 제 작품을 독점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생활비를 벌어야 해서 저작권을 주장하는 거예요.
소크라테스: 그런데 이상하지 않은가? 자네가 정말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 돈인가, 아니면 사람들이 자네 작품을 보고 감동받는 것인가?
민준: 당연히 후자죠! 하지만 감동만으로는 밥을 먹을 수 없어요.
소크라테스: 그렇다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창작물을 가두는 벽이 아니라, 창작자가 창작에만 전념할 수 있게 해주는 다리가 아닐까?
수빈: 다리요? 어떤 다리 말씀이세요?
소크라테스: 생각해 보자. 자네가 친구와 맛있는 음식을 나누어 먹으면 음식이 줄어드는가?
수빈: 당연히 줄어들죠.
소크라테스: 그런데 지식이나 이야기는 어떤가? 자네가 친구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주면 자네 머릿속의 그 이야기가 사라지나?
수빈: 아니요, 오히려 더 생생해져요.
소크라테스: 그렇다면 창작물의 본질은 음식과 다르지 않은가? 나누면 나눌수록 더 커지는 것이 아닐까?
민준: 하지만 그렇게 되면 창작자는 어떻게 살아가나요?
소크라테스: 좋은 질문이다. 그런데 혹시 자네는 사람들이 자네 작품을 '소비'하기를 바라는가, 아니면 '경험'하기를 바라는가?
지훈: 그 차이가 뭔가요?
소크라테스: 소비는 한 번 쓰면 끝이지만, 경험은 계속 남아있지 않은가? 자네들이 어렸을 때 들었던 동화를 아직도 기억하는 것처럼 말이다.
민준: 그러고 보니 제가 정말 보람을 느끼는 건 독자들이 댓글로 "덕분에 힘이 났어요"라고 할 때예요.
소크라테스: 그렇다면 자네가 진짜 만들어내는 것은 그림이 아니라 '경험'이 아닌가? 그리고 그 경험은 자네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 독자와 함께 만들어내는 것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수빈: 와,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그럼 창작자와 독자가 함께 작품을 완성하는 건가요?
소크라테스: 수빈이의 생각은 어떤가?
수빈: 맞는 것 같아요. 제가 웹툰을 보고 느끼는 감정도 작품의 일부인 것 같거든요.
지훈: 그럼 AI도 마찬가지네요. 기존 작품들과 사용자의 요청이 만나서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내는 거군요.
소크라테스: 그렇다면 우리가 보호해야 할 것은 '작품'이 아니라 '창작하는 행위' 자체가 아닐까? 그리고 그 창작이 더 많은 이에게 닿을 수 있도록 돕는 것?
민준: 그렇다면 저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죠? 창작만으로는 밥을 먹을 수 없는데요.
소크라테스: 혹시 자네는 지금 두 가지 다른 질문을 하나로 섞고 있는 것 아닌가? '어떻게 하면 좋은 작품을 만들까'와 '어떻게 하면 돈을 벌까'를 말이야.
민준: 어 그러네요. 이 둘이 항상 같은 방향은 아니구나.
소크라테스: 그렇다면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진짜 문제는 무엇일까? 창작물에 울타리를 치는 것일까, 아니면 창작자들이 마음 편히 창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일까?
수빈: 후자 같아요! 그럼 구독이나 후원 같은 방식은 어떨까요?
지훈: 맞아요. 사람들이 창작자를 직접 지원하면, 작품은 자유롭게 공유되면서도 창작자는 계속 창작할 수 있어요.
소크라테스: 흥미롭군. 그렇다면 '소유'보다 '지원'이 더 본질적인 해답일 수 있겠구나. 하지만 젊은 친구들아, 나는 여전히 궁금하다. 과연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민준: 많은 사람들이 제 이야기를 통해 위로받고 힘을 얻는 것요.
수빈: 좋은 작품을 자유롭게 즐기면서도, 그 창작자를 제대로 응원할 수 있는 것이요.
지훈: 기술이 인간의 창작을 돕는 도구가 되는 것이요.
소크라테스: 그렇다면 우리가 내린 결론은 무엇인가? 저작권이 나쁘다는 것인가?
민준: 아니요. 저작권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수빈: 맞아요. 창작자를 보호하면서도 사람들이 문화를 자유롭게 누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해요.
소크라테스: 훌륭하다! 그런데 젊은 친구들이여, 가장 중요한 질문이 하나 남았다네. 여러분은 지금 이 순간 무엇을 하고 있는가?
지훈: 대화하고 있어요.
소크라테스: 그렇다. 그리고 이 대화를 통해 무엇이 생겼는가?
수빈: 새로운 생각들이요!
소크라테스: 그 생각들은 누구 것인가?
민준: 어 음식이나 저작물과는 다르네요. 우리 모두의 것이면서 동시에 각자의 것이기도 하고
소크라테스: 바로 그것이야! 진정한 창작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하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가장 소중한 것은 작품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작품이 사람들 사이에 만들어내는 연결과 경험이 아닐까?
민준: 그러고 보니 제가 가장 뿌듯했던 순간들이 독자들과 소통할 때였어요.
수빈: 저도 친구들과 좋은 콘텐츠를 나누며 이야기할 때가 가장 즐거워요.
지훈: 그럼 우리가 정말 보호해야 할 건 소유권이 아니라 이런 연결 자체네요.
소크라테스: 그렇다면 마지막 질문이다. 우리는 오늘 무엇을 '소유'했는가? 그리고 무엇을 '공유'했는가?
민준: 새로운 관점을 소유했고, 생각을 공유했네요.
소크라테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누군가 손해를 봤는가?
수빈: 아니요, 모두가 더 풍부해졌어요.
소크라테스: 바로 그것이야. 진정한 가치는 나누어도 줄어들지 않는다네. 아니, 나눌수록 더 커지지.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창작과 공유의 참된 모습이 아닐까?
지훈: 그럼 저작권 문제의 답은 뭘까요?
소크라테스: 나는 답을 주는 사람이 아니야. 다만 올바른 질문을 던질 뿐이지. 그리고 오늘 우리가 함께 찾은 질문들이 바로 그 답을 향한 첫걸음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