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델링 분쟁 해결 과정을 연재해보려 합니다만, 과연 해결이 될런지는..
리모델링 견적 총 2억 1000여만 원.
코로나로 인해 자재비가 상승하고 인건비가 오른 결과라지만, 2억이라는 돈을 리모델링에만 쏟아붓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겁니다. 당연히 저와 남편에게도 2억이라는 돈은 큰돈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큰 돈을 들여 그 집을 고쳐보고자 했던 이유는 결혼 후 6년 만에 장만한 제대로 된 첫 '우리 집'이었기 때문입니다.
저의 지난 글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희 부부는 양가 도움 없이 서울의 작은 빌라 하나로 신혼살림을 꾸렸습니다. 맞벌이로 직장을 다니면서 날밤을 새워 새로운 공부를 하고 그 와중에 두 아이를 낳아 길렀어요. 남들은 출퇴근하며 육아하는 것만으로도 벅차다고 하는데, 그 와중에 새로운 진로 탐색 및 공부까지 더 해야 하니 할 수 있는 거라곤 안 그래도 부족한 잠을 더 아끼는 것 밖에 없었어요.
당연히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순간들도 있었지만 힘들다 투덜거릴 시간에 오히려 더 노력하자며 마음을 다잡았던 지난 5년이었습니다. 쌈짓돈을 모아 약간의 재테크도 하긴 했지만, 대체적으로 저희는 노동을 기반으로 한 소득으로 일어섰습니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운이 트인 것인지 회사를 그만두고 새로 시작한 사업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오로지 저희의 힘으로 번 돈으로 경기도 양평에 마음에 쏙 드는 2층 전원주택을 살 수 있었습니다. 오래 비어있었던 집이었던 터라 대대적인 수리가 필요하다 여겨졌지만, 위치와 뷰, 학군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집이라 욕심이 생겼습니다.
저와 남편은 매매 계약이 이뤄지기도 전에 리모델링 업체를 알아보고자 발품을 팔았습니다. 매매만 완료된다면 바로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었고, 공사가 몇 달이 걸릴지 모르겠지만 건축도 3~4개월이면 뚝딱이니 대략 1~2개월 걸린다는 가정 하에 아이 유치원도 학기 초인 3월에 옮겨놓고 공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바로 이사를 가리라 마음먹었습니다.
모든 계획은 순조롭게 착착 진행되어가고 있었고, 인테리어만 잘 마무리되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총 6군데. 인테리어로 유명한 대기업 업체 3곳을 포함하여 우리가 견적을 요청한 업체의 개수입니다.
모두 양평까지 실측을 하러 와주셨고 그중 두 곳은 공사 규모가 너무 클 것 같고 시기가 맞지 않는다는 답을 주시며 견적도 보내주지 않았습니다. 제대로 된 업체를 고르려면 3~4개월 전에는 알아봐야 한다더니, 당장 한 달 전에 알아보러 다니기 시작했던 터라 불안감도 커졌습니다.
그중 한 업체는 저희 집을 제법 꼼꼼하게 뜯어보며 "무조건 전면 철거"를 해서 완전히 새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구축일수록 어디서 어떤 문제가 생길지 모르니 누수 예방을 위해서 모든 것을 다 살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죠. 사실 이 집은 4년 정도 비어 있었던 집이고 재작년 비가 올해만큼이나 많이 오던 때 누수가 있었던 집이라 저희도 그 의견에 동의를 하긴 했습니다만, 문제는 역시 예산이었죠.
저희가 처음 생각했던 리모델링 예산은 1억 남짓이었거든요. 그런데 업체가 보내준 예산은 2억이 넘어가 있었습니다. 심지어 바닥까지 철거해 배관까지 다 새로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사실 그 업체의 대표와 현장소장은 저희 집을 볼 때 늘 인상을 찌푸리고 심각하다는 듯 바라보았습니다. 솔직히 '아니, 문제가 너무 많은 집이라 하기 싫다는 거야 뭐야'라는 생각이 드는 한편, 그래도 꼼꼼히 봐주니 가장 믿음직스럽다는 생각이 교차했습니다.
결국 저희는 고민 끝에, 해당 업체를 선정했고 2억이 넘는 예산을 투자해서라도 오래 살 수 있는 집을 만들어보자 했습니다. 계약 전 "하자 잡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우리의 의지를 다시 한번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두 달 동안, 프리랜서 부부다 보니 공사 일정 내내 붙어있을 수 있었습니다만 비전문가인 저희로서는 곁에서 지켜본다한들 무엇이 잘 되고 무엇이 잘못되고 있는지 알 길은 없었습니다. 저희 눈에도 띄는 실책이라면 주로 마감재에서 나타나는 것일 테고 철거부터 중간 과정 내내 뜯어봐봤자 알 도리는 없었어요. 그저 매일매일 현장의 변화를 기록할 겸 촬영을 위해 공사 현장에 출퇴근한 것이었죠.
애당초 감시를 하기 위해 붙어있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어차피 아이를 등원시키려면 공사 현장을 지나쳐야 했고 아이를 하원 시키려면 오후에도 현장을 들를 수밖에 없었던 동선이니, 그럴 바에는 되도록 현장에 머무르자 했어요.
저희는 현장에서 일하시는 분들을 믿었습니다. 잘해주시리라 생각했어요. 그리고 저희 집을 공사하기 위해 더운 날 애를 써주시는 그 자체로도 감사했습니다. 남편과 저는 매일매일 간식을 사다 나르고 간이 냉장고도 설치하여 시원한 음료수를 조달해드렸습니다. 마땅한 도리라고 생각했어요.
어느덧 두 달의 시간이 흘러갔고 공사도 거의 마무리 단계였습니다. 준공을 며칠 앞두고 저희는 마감을 잘 해주십사 부탁드리기 위해 홍삼 세 박스를 사서 업체 대표와 현장소장, 팀장에게 전달하며 당부했습니다.
"그동안 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남은 과정도 잘 부탁드립니다."
"이런 걸 받아도 될는지..."라며 어딘지 겸연쩍어하는 얼굴들을 마주하며 언뜻 불길한 예감이 스쳐 지나갔지만 그래도 잘 마무리될 것이라 믿었습니다. 공사하는 내내 큰 사고도 없었고 늘 현장은 화기애애했었으니까요. 딱 한 번 타일러 분이 막눈인 제가 봐도 너무 엉성하게 타일을 시공해놓으셨기에 컴플레인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만, 그 컴플레인을 하고서도 마음이 불편해 "그래도 도배는 너무 잘 됐어요. 너무 감사드려요"라며 좋게 좋게 마무리하려 했던 저였습니다.
그. 러. 나. 준공일을 하루 앞두고 집을 점검하던 남편의 낯빛이 어두 었고 그날 밤 남편은 구석구석 마무리가 안 된 곳들을 사진을 찍어 pdf파일로 만들어 요청 사항을 전달했습니다. 무려 14페이지. 총 27건의 마감이 안 된 건들이었습니다.
아래는 당시 저희가 업체에 전달한 사진들을 모아둔 영상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전쟁(?)의 시작이었습니다.
https://youtube.com/shorts/Iibq0jlctjs?feature=sh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