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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yun Aug 17. 2022

지나치게 고구마스러워서 답답하다

드라마 '모범가족' 리뷰

호기심을 유발하면서 포문을 열었으나, 회차를 거듭할수록 고구마 100개 먹은 것마냥 지나치게 답답하게 전해 나아가려는 지향점이 어디인지 점점 흐릿하게 느껴질 정도다.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지점도 없다. 결국 '모범가족'의 매력이 크게 와닿지 못한다.


지난 12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드라마 '모범가족'은 돈이 절실히 필요한 대학교 시간 강사 박동하(정우)가 우연히 마약 조직의 거금을 손에 넣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파탄 직전에 이른 가족을 구할 한줄기 빛인 줄 알았으나, 마약조직 2인자 마광철(박희순)과 악연으로 얽히게 되면서 그의 바람과는 정반대 방향으로 흘러간다.


갑자기 시체 2구와 50억 원을 떠 앉게 돼 전전긍긍하는 동하와 이를 추적하는 광철, 광철을 잡기 위해 잠복수사로 뒤를 캐는 마약 전담반 팀장 강주현(박지연)의 물고 물리는 관계를 속도감 있게 전개한 덕분에 쫀쫀한 긴장감과 흡입력을 선사한다. 확실히 '모범가족' 초반부는 보는 이들의 구미를 당기는 맛이 있다.


물론 '모범가족'은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기시감 가득한 스토리인 건 부정할 수 없다. 넷플릭스 시청자들이라면, 단번에 '브래이킹 배드'나 '오자크'를 떠올렸을지도 모른다. 어쩔 수 없이 광철의 마약 배달 심부름꾼으로 전락한 동하의 모습이나 마약조직에 끌려다니는 동하의 가족이 비슷한 결이기 때문. 



다만, '모범가족'은 이야기를 전개할수록 '가족'이라는 키워드에 초점을 두면서 차별성을 꾀하려는 시도를 보인다. 겉으로만 보면 멀쩡한 모범가족처럼 보이는 박동하-강은주(윤진서) 가족, 그러나 가족 구성원 한 명 한 명을 자세히 들춰보면 상당히 비정상적이다. 사건의 중심인물인 마광철, 강주현이 각각 속한 '패밀리'도 정상은 아니다. 동고동락한 이들을 하루아침에 배신하고 소모품 취급하기 때문.


그 와중에도 박동하 가족은 절체절명 위기를 맞이한 순간에서도 해체보다는 끈끈하게 결속하면서 극복해나간다. 저마다 지킬 앤 하이드처럼 양면적 얼굴을 지니고 있는 동하가 끊임없이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버텨내는 것도 둘째 아들 현우(석민기)의 굳건한 신뢰 덕분. 이 점이 마광철, 강주현과 달리 박동하가 가족에서 이탈하지 않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된 셈.


'모범가족'은 이러한 메시지를 담아내고 있지만, 이를 전달하고 표현하는 과정은 좋지 않다. 처절한 가족과 주인공의 상황을 더욱 강조하고 싶은 것인지 정도가 지나치다 싶을 만큼 고구마 전개로 풀어내는 데에만 혈안이 돼 답답함만 가중시킨다. 여기에 매회 뻔한 위기-극복 패턴으로 일관하다, 후반부에 다다라서는 드라마가 전하려는 의도나 주제가 흐릿해지면서 시간만 질질 끈다. 여기에 박동하와 마광철의 갑작스러운 브로맨스 분위기는 의아하게 다가온다.


또 강주현을 연기한 박지연의 연기력이 '모범가족'의 또 다른 방지턱이다. 그가 맡은 강주현이 마약 전담반 팀장이라는 점, 들개처럼 거칠게 될 수밖에 없는 사연이 후반에 깔리긴 하나 몰입을 방해할 정도로 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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