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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yun Aug 15. 2022

사냥감과 사냥꾼은 상대적 관계

영화 '프레이' 리뷰

※ 일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참고 바랍니다.


겉모습만 보더라도 '프레이'는 '프레데터' 시리즈라는 걸 쉽게 눈치채지 못한다. 또 '프레이'는 크리처물보다는 자연의 섭리를 생생하게 살려낸 작품이라고 평하는 게 적절할 것 같다.


지난 5일 디즈니+를 통해 공개된 '프레이'는 '프레데터' 시리즈의 다섯 번째 편이자,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출연했던 1편 '프레데터'의 프리퀄 격이다. 미국이 건국되기 전인 1700년대 초반 북아메리카 원주민 코만치 족의 이야기를 조명한 것처럼, 후속작이 나올 수록 실망이 가득했던 시리즈 또한 태초로 돌아갔다.


'프레이'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를 자연스레 떠오르게 만든다. 거센 바람에 흔들리는 촛불처럼, 험난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코만치 족 여성 나루(앰버 미드썬더)의 처절한 여정은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여기에 디즈니에 어울리지 않는 잔혹한 장면들은 치열한 생존극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이 생존기에 몰입도를 높이는 건, 나루 주변에 맴돌고 있는 위험천만한 환경들이다. 동료를 해쳤던 사자(퓨마)와 한순간에 위기로 몰아넣었던 곰의 위협, 총을 들고 다니는 파란 눈의 모피사냥꾼들까지. 포식자들 사이에서 그는 하나의 사냥감에 불과한 것. 여기에 숲의 이상한 기운을 풍기며 최상위자 포식자로 등장한 미지의 존재 프레데터(데인 딜리에그로)의 압도적인 비주얼과 광폭한 슬래셔 액션은 쫀쫀한 긴장감을 가중한다.



오빠 타베(다코타 비버스), 동료 코만치족들보다도 약체로 취급받는 나루는 대자연의 약육강식 속에서 자신만의 생존법을 갈고 닦는다. 길잡이 역할을 하면서 익힌 길눈과 도끼에 밧줄을 매달아 언제든 원거리 공격을 가능할 수 있다는 점, 빠른 두뇌회전으로 한 단계씩 발전해 나가며 현격한 전투력 차이를 조금씩 좁혀 나가며 점차 성장해나간다.


이와 더불어 아메리카 원주민, 백인, 그리고 프레데터의 삼각 대결 구도 안에서 펼쳐지는 묘한 관계성도 인상적이다. 절대적일 것만 같았던 사냥감-사냥꾼 먹이사슬 관계가 후반부 프레데터와의 1대 1 싸움에서 전복되는 순간은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를 안긴다. 자연의 섭리에서 이 또한 상대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프레이'는 '프레데터' 시리즈를 잘 모른 상태에서 관람해도 괜찮은 영화다. 이어 이전작에서 희석되어 갔던 무자비한 외계 사냥꾼 프레데터의 정체성 뿐만 아니라, 초창기 선보였던 SF 공포 스릴러의 묘미까지 복원시켰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후반부 대미를 장식하는 나루와 프레데터의 1대 1 대결 시퀀스는 전반부에 비해 섬세함이 떨어져 분명 힘이 빠지고, 프레데터의 비중이 적은 점은 아쉬움이 남는다. 이를 감안하더라도 '프레이'는 일반 관객들이나 '프레데터' 유관람자 모두를 충족시킬 수 있는 중간지점을 잘 캐치해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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