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녀가 죽었다' 리뷰
비호감 캐릭터들로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하게 만드는 스릴러 영화가 등장했다. 캐릭터들의 하드캐리가 돋보이는 작품인 '그녀가 죽었다'가 그 주인공.
'그녀가 죽었다'는 훔쳐보는 게 취미인 공인중개사 구정태(변요한)가 관찰하던 SNS 인플루언서 한소라(신혜선)의 죽음을 목격하고 살인자의 누명을 벗기 위해 한소라의 주변을 뒤지며 펼쳐지는 미스터리 추적 스릴러다. 신예 감독인 김세휘가 메가폰을 잡았고, 변요한과 신혜선이 영화 '하루' 이후 7년 만에 재회했다.
이 영화를 이끄는 두 캐릭터 구정태와 한소라가 매우 독특하다. 관음 혹은 염탐하는 게 취미(구정태)이고, SNS로 소통하는 인플루언서이다 보니 관종의 삶(한소라) 그 자체다. 다른 작품에서는 주로 빌런으로 나올 법한 비호감, 비정상적인 설정인데, '그녀가 죽었다'에선 메인 롤을 맡았다는 게 이색적이다.
작품명에서 알 수 있듯이, 여주인공이 초반에 죽는다. 그녀의 죽음 뒤에 담긴 비밀과 반전이 하나 둘 드러나기 때문에 제목만 봐선 쉽사리 예측되지 않는다. 전반부는 구정태가 관음, 염탐을 합리화하는 내레이션과 함께 스토리를 전개한다. 그러면서 구정태가 자신을 둘러싼 관종들과 부딪치고 불협화음을 내는 과정이 더해지면서 극적 긴장감을 높인다.
후반부에는 한소라가 관종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게 된 비밀을 공개한다. 그 또한 내레이션과 함께 이야기를 전하는데, 구정태와는 다른 방식으로 몰입도를 높인다는 점이다. 중반부터 서사가 서서히 헐거워지면서 개연성에 의문이 생겨도 크게 느끼지 못한 것도 캐릭터성 덕분이다.
두 주연 변요한과 신혜선은 누가 누가 연기를 더 잘하나 연기 대결을 펼친다. 변요한은 비호감 그 자체인 구정태를 친근한 이웃 같이 접근해 관객들 사이에 스며들게 만드는 영리함으로 자신의 내공을 뽐낸다. 자신의 취미생활을 즐기는 모습부터 사건으로 인해 오열하고 공포에 휩싸이는 등 다양한 얼굴로 스크린을 채운다.
신혜선은 '그녀가 죽었다'가 그의 필모그래피에 제대로 된 터닝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후반부 한소라 중심의 스토리가 전개되면서 드러내는 연기는 그동안 다른 작품에서 볼 수 없었던 얼굴이었다. 스포일러라서 자세하게 이야기할 수 없지만, 신혜선의 아우라는 매우 강력하다.
스릴러로서 역할은 충분하나, 후반부로 갈수록 사건의 임팩트가 조금씩 힘이 빠지고 급하게 마무리되는 등 작위적인 면은 아쉽다. 하지만 앞서 설명했듯이, 이 단점을 캐릭터가 커버하고 있으니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