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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yun Jul 07. 2024

미래를 찾아 전력질주

영화 '탈주' 리뷰

'북한군의 탈영'을 이렇게까지 쫄깃하고 감각적으로 표현해 낼 수 있을까.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과몰입하게 만든다. 이것이 영화 '탈주'의 매력이다.


'탈주'는 모두가 잠든 시각, 휴전선 일대 위치한 북한군 내무반에서 눈을 번쩍 뜨고 잽싸게 밖으로 향하는 남자 규남(이제훈)의 행동에서 시작된다. 자신이 개척한 비밀 통로를 통해 향한 곳은 휴전선 부근 비무장지대. 탈영 전 지뢰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그는 자신이 선택한 대로 살 수 없는 나라를 빠져나가 미래를 꿈꿀 수 있는 한국으로 넘어가는 것을 가슴속에 담아두고 있었다.


언제나 그랬듯, 치밀하게 계획을 세웠지만 뜻하지 않는 변수가 찾아온다. 반드시 북한에서 탈출해야 하는 규남의 앞에 보위부 장교 현상(구교환)이 등장하면서 상황이 변주되기 시작한다. 두 캐릭터 사이에 무언가 숨어있는 듯한 서사가 드러나면서 관계성에 관심이 가기 시작하고, 이는 규남의 탈주기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요소로 작용한다.


자신의 미래를 찾기 위해 앞만 보고 전력질주하는 규남과 그를 막으려는 현상의 추격전을 풀어가는 과정이 흥미롭다. 짧은 러닝타임이 말해주듯, 군더더기는 최대한 덜어내고 두 인물의 숨 막히는 추격전에만 집중했다. 단순히 속도감만 뛰어난 게 아니라 세련된 영상미와 만듦새,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긴장감까지 더해지니 영화 속으로 금세 빠져든다.



보통 북한군 소재를 사용하면 사상과 체제, 이념이 부각되나, '탈주'에선 중요치 않았다. 오히려 '행복'과 '꿈'이라는 키워드에 초점을 맞췄더니 북한군의 탈영이 제법 신선하게 다가왔다. 규남의 전사에 흘러나온 자이언티의 '양화대교'가 영화에 잘 녹아들었던 이유도 키워드를 다르게 접근한 덕분이었다.


후반부에 펼쳐지는 인물들의 선택이나 우연이 남발되는 상황 전개 등 다소 개연성이 부족한 단점도 있다. 하지만, 극적 장치들을 촘촘하게 심어놨기에 '저기선 그럴 수 있겠다'라는 생각과 함께 어느 정도 넘어가게 만든다.


'탈주'는 배우들이 어느 때보다도 돋보이는데, 특히 구교환이 압권이다. '작품을 쥐고 흔든다'는 표현이 나올 만큼 등장하는 장면마다 관객들을 사로잡는 아우라와 매력을 뿜어낸다. 제대로 드러나지 않은 전사를 가진 현상에 호기심을 유발하게 만드는 것도 그의 영향력 때문이다.


반면, 메인 주인공인 이제훈의 캐릭터 표현은 보는 이들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것이다. 그가 구사하는 북한 사투리가 조금 어색하게 들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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